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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2015년 '남북관계 대변화' 온다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 대북정책 전향적 변화 전망
5·24 조치 해제 가시화… '남북경협' 급물살
러시아 중요 역할…남·북·러 3국 공동발전 '극동개발' 진행될 수도
을미년 새해부터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전망된다. 연말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내비친 데 대해 박근혜 정부가 적극적으로 화답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우리 정부는 5ㆍ24 조치 해제 등 남북 교류와 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새해 남북관계의 대변화는 기존 금강산관광 재개와 이산가족상봉 외에 ‘경제’를 매개로 다양하게 활성화되고 남북은 물론,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남ㆍ북ㆍ러 3국 공동발전 단계로 나아갈 것으로 관측된다.

2015년은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로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장으로서 남북관계에 의미있는 변화를 이뤄내려 하고 있고,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경제불안과 체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러시아는 남북한 중재자 역할과 함께 극동개발 및 경제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렇듯 3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새해 남북관계는 훈풍이 감도는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 대남 입장 변화, 행동으로 보여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성’에 대해 이해한다."

"내년이 6·15 15주년인데 남북관계가 정말 좋아지길 바라고 있다"

북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가 12월 24일 개성공단을 찾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전 문화부 장관)를 만난 자리에서 한 얘기다. 이번 접견은 김대중 전 대통령 측과 현대그룹이 12월 1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3주기 추모화환을 보낸 데 대해 김양건 비서가 감사인사를 전하겠다며 양측의 방북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김성재 이사는 김 비서가 “금강산관광, 5,24 조치, 이산가족 상봉 등 문제에서 소로(小路)를 대통로로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지금껏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선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대북정책에 대해 흡수 통일을 목표로 한 체제대결 책동이라고 비난해 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정부 일각에선 김 비서의 발언이 당국간 대화가 아닌 민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반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를 전하는 자리에서 나온 얘기로 북한의 대남기조 변화를 시사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시각차가 대립하는 가운데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과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은 북한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게 분명하고 우리 정부와 ‘특별한 대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한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김양건 비서가 단순히 추모화환에 대한 감사 표시를 위해 남측 인사를 만난 것은 아니다”면서 “박근혜 정부에 ‘대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전해왔다.

미국의 한 정보 관계자는 “이번 개성 회동이 있기까지 한국 정부와 미국 간에 대화가 있었고 미국은 남북관계가 실질적으로 진전되길 바라는 입장”이라며 “김 비서가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한국 정부 측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는 김 비서가 김성재 이사나 현정은 회장에게 김정은 제1비서의 친서를 전한 것 외에 박 대통령 측에 김 제1비서의 친서나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 이는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정황들이다.

북한 '경협' 최우선, 대북 지원 기대

김양건 비서가 우리 정부 측에 북한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주목할 만한 소식을 전해왔다. 김 비서가 우여곡절 끝에 개성 회동에 나섰고, 그가 우리 정부에 전한 메시지(입장)는 지난 10월 북한 실세 3인방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것과도 관련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실세 3인방은 북한의 진정성과 절실함을 보여주기 위해 나선 것이고, 실제 한국 정부와 극비리에 접촉한 사람은 함께 온 수행원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일인 10월 4일 북한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실세 3인이 전격적으로 인천을 방문해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 실세 3인은 인천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장관 등을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북한 실무진들이 모처에서 정부 당국자와 접촉해 남북 현안을 논의했다는 게 베이징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당시 우리 정부와 접촉한 북측 실무진들이 북한의 대남 입장과 요구사항을 제시했고 우리 정부의 대응에 따라 그에 상응한 입장을 보이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북한이 강조한 것은 남북 경협과 지원이었고, 그 전제로 5ㆍ24조치 해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아울러 김대중 정부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약속한 대규모 대북지원 약속(밀약)도 거론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해왔다.

실제 김양건 비서가 김성재 이사와의 개성 회동에서 금강산관광과 5ㆍ24조치 문제를 언급하면서 “소로(小路)를 대통로로 만드는 계기” 운운하고 “남북관계가 정말 좋아지길 바라고 있다”고 한 것 등은 소식통의 전언에 무게를 실어준다.

또한 김양건 비서가 이번 개성 회동에 나온 것이나 북한 실세 3인방이 인천을 전격 방문한 것은 김대중 정부 때 추진한 북한과의 ‘밀약’과도 관련지어 해석될 수 있다. 베이징 소식통 등 북한에 정통한 전문가와 국제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는 국제기구의 통제를 받는 국내 ‘재원’을 근거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대북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임기말까지 ‘밀약’은 이행되지 못했고, 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규모 대북 지원을 남북정상회담과 노벨상과 연계해 추진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데 대해 국제기구가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이라고 앞서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김양건 비서가 2000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 주역으로 ‘밀약’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전해왔다.

북한 실세 3인방이 이례적으로 인천을 방문한 것도 앞서의 대규모 대북 지원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 3인의 방한은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9월 말 반기문 유엔총장을 만난데 이어 10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회동 직후 평양에서 격론 끝에 결정된 것이다. 국제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9월말 유엔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반기문 총장은 리수용 외무상에게 북한의 발전에 대한 한국과 러시아의 역할에 대해 중요한 얘기를 해주었다고 한다. 이에 리 외무상은 러시아로 달려가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나 반 총장의 말을 확인한 후 곧바로 평양에 보고했다. 평양에선 한국의 역할 검증을 놓고 격론이 벌어진 끝에 북한의 명운과 관련된 사안이기에 실세 3인이 나서기로 했다.

북한 실세들이 방한하기로 한 데는 박근혜 정부가 이전 정부와 달리 정치적 계산을 하지 않고 일관되게 대북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해 국제기구가 대규모 북한 지원을 승인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

5·24조치 해제 등 전향적 대북 정책 나올 듯

북한 실세 3인방이 인천을 전격 방문한 것이나 김양건 비서가 종전의 태도를 바꿔 남한에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은 한마디로 우리 정부와 관계 개선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다.구체적으론 남북경협과 지원, 나아가 국제적 지원도 받아내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정부는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집권 3년차에 이른 만큼 보다 전향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간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경제’는 속도있게 추진하고 ‘정치’는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집권 3년차에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기반 조성에 전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출범한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장을 스스로 맡을 만큼 박 대통령은 ‘통일 국정’에 올인하다시피했다. 박 대통령은 신년을 남북관계 변화의 전환점으로 삼으려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우선‘경제’에 방점을 두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갈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남북 간 대화 및 교류 활성화의 ‘잣대’ 가 돼왔던 5ㆍ24조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5ㆍ24 조치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내린 남북관계 단절 선언으로 북한은 해제를 요구하면서도 천안함 폭침에 대해선 사과를 하지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래 10월 통일준비윈회 회의에서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한반도 긴장 완화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대화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해 5ㆍ24 조치 해제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최근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에 사이에선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 등에 사과와 유감을 나타낼 것으로 알려져 박 대통령이 5ㆍ24 조치를 해제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린다.

또한 북한은 남북 관계가 순항할 경우 박근혜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에 상응하는 기구를자체 결성해 남북이 양측 기구를 통해 다양한 경협 프로젝트를 논의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북한은 박근혜 정부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며 “고위급 회담이나 장성급 회담 같은 단발성 논의가 아닌 남북이 포괄적인 협의를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북한이 남북관계 진전에 적극적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5ㆍ24 조치 해제 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 되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드레스덴 선언, 유라시아이니셔티브 등을 통해 언급한 ‘동북아그랜드플랜’을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갈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르면 경기 연천, 철원을 중심으로 한 경원선 복원과 TKR(한반도횡단철도), TSR(시베리아횡단철도) 연계, 극동러시아 개발 등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더욱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극동러시아 개발에 적극적이어서 남ㆍ북ㆍ러 3국 공동발전프로젝트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러 정상회담을 비롯해 APEC 정상회담 등에서 극동개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1990년대 초 한강 유역과 경원선을 중심으로 남ㆍ북ㆍ러 3국 공동발전 방안을 처음 제시한 장석중 극동러시아개발주식회사 대표는 “북한이 그 어느때보다 남북 경협을 원하고 있고, 러시아 역시 푸틴 대통령이 극동 개발에 적극적이어서 한국이 3국 공동발전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도래했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북한핵을 포함한 정치 문제는 6자회담 등 국제기구에 맡기고 ‘경제’를 중심으로 남북관계, 나아가 동북아 공동발전에 전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올 초 신년사에서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거론한 ‘통일대박’이 현실화될 만큼 남북관계의 대변화가 예상된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25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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