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이 최대 '걸림돌' 될 수도

2013년 11월 당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초' 삭제·노무현 전 대통령 NLL 발언 논란… 北 '원본'에 실체 담겨
문재인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 행진… 차기 강력한 야권 대선후보
문 대표 발언 北 '원본'과 대조 가능성… 다를 경우 대권 '악재' 될 수도

지난 8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신임 대표가 선출되면서 당의 진로와 문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문 대표가 당권을 거머쥔 것은 당의 얼굴이 바뀐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문 대표 체제에서 친노(친노무현)계의 당 장악력이 더욱 강화됐고, 문 대표의 대권 행보가 탄력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여론조사는 문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로 너터너 2ㆍ8 전대를 계기로 유리한 대권 발판을 마련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변이 없는 한 문 대표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선 차기 대선에서도 문 대표가 강력한 야권 후보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문 대표의 대권행로가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내 소외된 비노계의 반발이 여전하고, 야당발 신당 가능성이 잠재된 까닭이다. 의외의 변수가 돌출돼 문 대표를 흔들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일각에선 지난 대선을 전후해 논란이 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삭제 공방, 이른바 '사초(史草)'논란이 문 대표의 대권행에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국가정보원이 작성해 국회의원에게 배포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표지.
최근 사초 논란에 대해 법원이 '무죄'취지의 판결을 했지만 '노무현-김정일 회의록'원본이 북한에 있고, 이것이 공개될 경우 그 내용에 따라 문 대표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일견 순탄해 보이지만 '복병'을 가늠하기 어려운 문 대표의 대권 행로를 짚어봤다.

문재인 대권 행보에 속도 낼 듯

"당을 살려내는 데 끝내 실패한다면 정치인 문재인의 시대적 역할은 거기가 끝이라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 대표가 되면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지난해 12월 29일 문재인 대표는 2ㆍ8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단단한 배수진을 쳤다. 전대에서 당 대표가 되지 않으면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것과 대표가 되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중 '총선 불출마'는 사실상 차기 대선에 재도전하겠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그만큼 문 대표는 2ㆍ8 전대를 차기 대선으로 가는 중요한 관문으로 여겼고,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전력했다.

2007년 10월 3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있다.
문 대표의 '배수진'은 친노계를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고 결국 경쟁자인 박지원 의원을 간발의 차로 물리치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문 대표의 또 다른 약속인 '총선 불출마'는 그가 대권 행보에 나서면 자연스레 지켜지는 셈이다.

문 대표가 2ㆍ8 전대를 대권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한 것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나온 대선후보 여론조사결과를 적극 홍보한 데서도 알 수 있다. 문 대표 측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월 28~29일 실시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결과를 당원 뿐 아니라 언론에도 공격적으로 알렸다. 리얼미터가 만 19세 이상 1,000명에게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문 대표는 24.8%로 반기문 유엔 사무 총장(21.4%)에 오차범위(±3.1%P)를 벗어난 3.4%포인트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경쟁자인 새정치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13%, 안철수 의원 6.7%,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6.2%, 김문수 전 경기지사 5.7% 순으로 나타났다.

2ㆍ8 전대 후 문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더욱 상승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6일과 9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3.1%포인트)한 결과 문 대표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22.6%를 기록해 박원순 서울시장(12.9%),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0.4%),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7.7%) 등에 우위를 보였다.

문 대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그의 대권 행보도 탄력을 받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권 행로에 '뇌관은?

정치권에서는 문 대표의 대권 행로와 관련해 몇가지 '복병'이 거론된다. 우선 4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총선이다. 만일 4월 보궐 선거에서 한곳이라도 패배한다면 당 지지도가 책임론에 휩싸이게 된다. 내년 4월 총선은 문 대표의 대권 재도전의 시험대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복병은 비노계의 탈당, 또는 신당 창당이다. 특히 2ㆍ8 전대에서 박지원 의원을 지지한 호남 비노계 중심의 신당 창당이 그럴 듯하게 거론된다. 만일 신당이 창당돼 야권이 분열하면 문 대표의 대권 행로엔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그러나 신당 창당은 총선에서 '공멸(共滅)'할 수 있다는 위험에다 차기 대선에서 필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견해가 갈린다.

이렇게 정치권에서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문 대표 대권 행로의 잠재적 '걸림돌' 외에 상황에 따라 더욱 치명상을 줄 수 있는 '뇌관'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바로 지난 대선 직전 정국을 달궜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다.

이는 지난 대선 직전인 2012년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야당은 즉각 반발했고 대권 주자였던 문재인 대표는 "정 의원 발언이 사실이라면 내가 책임질 것"이라고 말하며 강수를 뒀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이른바 '사초(史草)' 논란은 대선이 끝난 뒤인 2013년 6월 국가정보원에 보관된 회의록 발췌록을 열람한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NLL 포기 취지 발언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하자 문 대표가 회의록 공개를 제의하면서 재점화됐다.

국회는 결국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회의록 원본을 열람하기로 결정했으나 수차례 시도에도 회의록 원본은 찾을 수 없었다. 회의록 유출에서 시작된 논란이 '사초(史草) 실종'으로 비화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사초가 폐기나 은닉됐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해 7월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대통령기록관을 비롯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마쳤지만 회의록은 찾지 못했다. 대신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전 복사해간 '봉하 이지원'에서 회의록 초본이 삭제된 흔적과 완성본에 가까운 수정본을 발견했다.

검찰은 결국 노 전 대통령 지시에 의한 '사초의 삭제'로 최종 결론 내리고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 전 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및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4개월에 걸친 논란 끝에 법원은 지난 6일 이들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된 것은 삭제된 회의록 초본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는데 법원은 부인했다. 대통령기록물이 생산되려면 '결재권자의 결재'가 있어야 하는데 노 전 대통령은 결재가 아닌 재검토 지시를 내렸고, 따라서 백 전 실장 등이 이를 삭제했더라도 이는 '정당한 권한에 의한 폐기'라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로 '사초' 논란은 '노무현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결론났다. 문대표도 항간의 혐의ㆍ소문에서 자유롭게 됐다.

'사초'에서 진짜 삭제됐다는 것은

'사초'논란은 이번 판결로 마무리된 것인가?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들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한 소식통은 지난 6일 재판부의 '사초' 논란 판결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본질'은 빠진 채 엉뚱한 것을 두고 법적 공방을 하다 무의미한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사초'(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본질)이 삭제됐는데 이 부분은 전혀 거론되지 않은 채 비본질적인 것을 두고 정치적 공방만 오갔고, 판결이 났다는 설명이다.

북한 최고위층과도 인연이 깊은 소식통은 "'사초' 사건의 본질을 알려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어떻게 이뤄졌으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10월의 남북정상회담이 지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퇴임을 바로 앞둔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세계가 주목하는 빅이벤트를 가진 것은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었다. 소식통은 그 배경에 대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있다고 전해왔다. 그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에는 '북한판 마셜플랜'이라고 할 수 있는 대규모 대북지원에 관한 비밀 약속(밀약)이 있었고, 이것이 정상회담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정부 내내 '밀약'은 이행되지 않았고 북한은 계획경제 차질에 따른 극심한 고난을 떠안아야 했다. 노무현정부 들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던 청와대는 지지부진하던 차에 임기말 '밀약' 을 놓고 북한과 대화가 이뤄지면서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북한이 뒤늦게 정상회담을 수용한 것은 노 전 대통령에게서 '밀약'의 이행 가능성을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소식통은 "김정일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을 만나자마자 '밀약'에 대해 물었고, 노 전 대통령은 '이행하기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왔다. 김정일 위원장은 크게 실망해 대화를 끝내려고 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NLL 등을 거론하면서 대화가 이어졌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그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서 사라진 것은 '밀약'과 NLL에 관련된 부분일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한국에서 벌어진 '사초' 논란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사초)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공방과 검찰 수사, 법원의 판결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났다. '사초'논란은 마무리된 게 아니라 아직 '불씨'로 남아있는 셈이다.

소식통이 "북한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갖고 있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대선을 전후한 '사초' 논란에서 문 대표는 그 중심에 있었다. 문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사초'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고, NLL을 사실상 포기하는 발언도 한 적이 없다"며 "만일 사실이라며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북한이 보유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원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 원본이 베이징 소식통의 전언처럼 국내의 것과 차이가 있고, '밀약'이나 NLL 같은 예민한 내용이 담겨 있다면 '노무현 사람들'에게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다. '노무현 복심' '노무현 분신'으로 불리는 문 대표에겐 치명상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대권 행로에도 돌이킬 수 없는 '악재'가 될 수 있다.

NLL 논란 '불씨' 여전

'사초'논란의 단초는 대선 직전인 2012년 10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당시 대권 주자였던 문재인 대표는 "정 의원 발언이 사실이라면 내가 책임질 것"이라며 반박했다.

2013년 6월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취지 발언을 다시 문제삼자 "회의록을 공개하자"며 문 대표는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문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서해평화협력지대' '공동어로수역'을 놓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윤호중 새정치연합 의원은 2013년 7월 14일 남북정상회담 때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제안한 '서해평화특별지대'지도를 공개하면서 문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지도상에 나타난 '한강하구공동이용수역'을 보면 북한이 한강을 통해 서울과 인접한 지역까지 접근할 수 있게 표시돼 있어 논란이 일었다.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과 관련,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과 '서해평화협력지대' '공동어로수역'등을 가장 초기에 입안한 당사자는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은 NLL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이 많이 양보했다고 말한다"고전해 왔다. 북한이 줄곧 우리 정부에 '10ㆍ4 선언'(2007년 남북정상회담 합의) 준수를 촉구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NLL과 관련해 북한과 합의한 것을 이행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NLL과 관련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북한 소장)에 남아있는 노 전 대통령의 실제 발언이 궁금해진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이 NLL과 관련해 '서해평화협력지대' '공동어로수역'등을 가장먼저 제시한 장본인 A씨는 문 대표의 주장과 달리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남북 서해안 공동개발 프로젝트는 노무현정부 초기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광재 전 강원지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전해졌고, 이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가 사업가 Y씨를 통해 A씨의 프로젝트를 전달받았다.

A씨는 "NLL은 남북한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도 예민한 지역이어서 남북한과 러시아 3국이 공동 참여하는 그랜드 플랜을 짰고, 남북한은 특정 지역의 공동개발을 구상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제시한 방안은 원안과 장소, 내용도 다르다"고 말했다.

베이징 소식통과 A씨, 그리고 다수의 북한평양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표의 '2007년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NLL 논란에 대한 발언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북한이 보유한 '원본'과 문 대표의 발언 사이에 차이가 밝혀진다면 이는 문 대표의 대권 행로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치 상황에 따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원본이 문 대표의 대권 도전에 가장 위험한 '뇌관'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