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협력기업 로비 의혹 수사… 역대정권 활약 '큰 손' 따로 있다합수단, 방산비리 수사 검찰·여권실세 눈치보기방산비리 기업 수사 놓고 친이-친박계 빅딜설도뿌리 깊은 검은 커넥션 제대로 못 들추는 내막은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한지 100일 하고도 한달이 지났으나 그 규모를 감안할 때 아직 성과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방산비리 수사와 관련, 정부와 합수부가 성역없는 비리척결을 하는 게 아니라 수사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방산비리합동수사단'은 지난해 11월 21일 검사 16명을 포함해 105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인력으로 출범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방위·군납비리는 안보누수이고 이적행위"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한지 20여일만에 검찰, 군기무사·정보사, 군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합수단을 구성하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합수단은 "방위산업 전반의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수사를 벌여 그간 전직 해군 참모총장(4성 장군) 등 9명을 재판에 넘겼고, 총 1,600억원대의 불법 계약을 적발해냈다. 통영함 계약 당시 방위사업청 책임자였던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도 구형 소나(잠수함 탐지기) 납품의혹 연관설이 제기돼 물러났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합수단의 지난 수사는 방산비리의 핵심에는 접근도 못했고 납품 비리라는 곁가지만 건드렸다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들린다. 거물급 로비스트와 연결된 대기업 그리고 비리에 연루된 권력핵심부는 건들지 않고 그야말로 생계형 비리만 들추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사정기관 주변에서 수사당국이 방산비리에 연루된 대기업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지나가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들 비리 의심 기업들을 뒤에서 움직인 이른바 '거물급 로비스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조사 없이 곁가지만 건드리고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 방향 MB에서 야권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합수단의 부진한 수사실적을 본격적으로 비판하면서 "합수단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이지만 김기동 단장을 필두로 한 수사단이 방산비리를 못 캐는 것인지 안 캐는 것인지 수사의지에 깊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합동수사단이 방산비리에 쏠린 국민의 시선을 가리기 위해서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높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여 왔다.

하지만 최근 이런 야권이 주춤하고 있다. 합수단의 수사방향이 점점 야권을 겨냥하는 느낌을 주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예가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수사다. 합수단의 방산비리수사는 주로 납품과 관련된 비리업체들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큰 성과가 없다는 여론의 압박에 합수단이 주목한 것은 거물 로비스트였다. 그리고 조사 끝에 일명 '클라라 사건'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이 회장의 비리 정황을 찾아냈다. 문제는 그에 대한 조사 범위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방산사업에 손을 댔으며, 그가 방산사업에 눈을 뜬 시기는 무기중계상으로 알려진 조풍언씨의 일을 도우면서부터다. 말하자면 이 회장의 방산비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까지 이어졌다는 게 수사당국의 추측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 회장의 비리 혐의 수사를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가 이 회장의 과거 일부 혐의만 밝히는데 그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MB정부 때 비리는 현 정권과 여권 핵심부와 연결된 정황이 있기 때문에 합수부의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그 이유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는 이 회장 수사를 놓고 여러 가지 정치적 영향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정·관·재계에 폭넓은 비리 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어느 선까지 수사를 할지 가늠하기가 어려워 검찰 수뇌부와 청와대가 수시로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또 야권에서는 청와대와 합수부가 MB정권과 유착된 기업의 방산비리는 축소하고 이 회장이라는 특정인물을 방산비리수사 재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방산비리 수사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발생한 비리를 중점적으로 캐고 나머지 부분은 납품업체의 작은 비리를 수사하는 선에서 방산비리수사를 마무리하려는 꼼수라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경부터 최근까지 조사작업이 탄력을 받는 듯했던 잠수함 비리를 놓고도 정치권에서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합수단은 잠수함 비리와 관련해 수사를 벌여 현대중공업 등 MB정권과 가까웠던 기업이 비리에 연루된 정황을 적발하고 지난 2월경에서는 현대중공업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아직 기업의 핵심 책임자가 집중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비리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음에도 수사당국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수사내용을 중간중간 상세히 밝히고 있는 이 회장 수사와 비교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잠수함 비리를 수사 중인 합수단은 해당 사업에 연루된 무기 중개업체 A사와 B사를 수사하고 있다. 또 이 두 업체의 소유주 정모씨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방산업계에서는 오랫동안 활동해온 인물로 발이 넓고 군부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각계각층의 유명 인물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그가 '번개사업'과 '현무사업'에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캐고 있다.

해군 관련 사업이 방산비리수사 대상 1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방산업계 안팎에서 적지 않았다. 합수단이 잠수함 사업을 주목한 것도 한 대에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사업이기 때문에 비리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잠수함 사업과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권때부터 범죄첩보가 사정당국에 상당량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첩보 내용을 살펴보면 정권 실세와 연결된 정씨 등 방산업자가 잠수함 부품 납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거나 잠수함 사업에 거물급 로비스트와 정권실세가 개입된 정황이 있다는 등의 제보가 주를 이룬다.

정씨와 더불어 MB정권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되는 인물 중 Y씨가 있다. Y씨는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방산업계의 숨은 큰손으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그의 해외재산 규모가 천문학적이고 국내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 때 그의 막대한 자금이 정치권으로 유입된 정황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Y씨는 절대 자신이 직접 나서서 사업을 하는 경우가 없고 대리인이나 외국인 명의의 외국계 차명회사를 통해 사업을 하는 등 치밀하기 때문에 사정기관이 그의 범죄사실을 입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 무성하다. 그가 정치권 등에 자금을 전달하는 것 역시 해외은행을 통한 해외자금을 움직이기 때문에 사정기관의 추적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일부 유력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해외에 나가 Y씨와 은밀히 접촉했다거나 모 인사가 Y씨로부터 받은 해외 은행계좌가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잠수함 비리가 두려운 이들

또 합수단이 잠수함 비리 수사를 놓고 방향과 강도를 조율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잠수함 비리에 현 정권과 연결된 인사들이 다수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반면 수사는 움직임은 있으나 결과물은 없는 형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잠수함 비리는 그 규모나 사업의 특성상 사업참여 업체수가 적어 특정업체와 연결된 특정인물의 여러 비리 정황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합수단의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 전투기 도입사업에 이어 천문학적인 혈세가 사용되는 등 사안의 심각성으로 볼 때 정치권 핵심부가 연루돼 있다면 파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잠수함 수사는 합수부가 수사를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잠잠한 상황이다.

잠수함 사업은 각종 첨단 기술이 복합적으로 요구돼 많은 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들 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리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게 사정당국의 분석이다.

잠수함 사업이 90년대부터 추진되면서 국내 기업의 경쟁이 치열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잠수함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해군 잠수함 입찰 수주권을 놓고 울산 현대중공업과 거제 대우조선에서 경합을 벌여 지금도 양강구도의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주간한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잠수함 비리의 고전은 209잠수함 로비 의혹이다. 이 209-1번 잠수함(209잠수함 중 1번이라는 뜻)에 이 경쟁구도가 낳은 비리가 잠복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독일의 HDW사에서 건조해서 도입이 되었고, 나머지 9척은 거제 대우조선에서 건조 되었다. 209잠수함 건조사업을 놓고 울산 현대중공업과 거제 대우조선의 경쟁이 치열했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이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로비가 오간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209잠수함 건조 입찰권을 따 내기 위해서 울산 현대중공업과 거제 대우조선은 해군 예비역 장성급들을 먼저 영입하기 위해 장외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는 예비역 장성 영입을 통한 로비를 위한 것으로 바로 '군피아'가 의심되는 정황이다.

양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결과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이 동해 제 1함대 박동규 사령관을 스카우트했고 그 결과 거제 대우조선이 209잠수함 건조사로 낙찰이 된다. 거제 대우조선으로 영입 된 박 전 사령관은 대우조선 특수선사업부에 첫 입사를 해서 당장 상무이사가 됐다. 이어 그는 승승장구 끝에 대우조선 소장까지 역임을 했다,

최근 합수부가 살피고 있는 부분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이 맡았던 잠수함 사업은 최근 공군 비리 등에 가려 큰 금액임에도 큰 주목을 받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MB정부 당시 거물급 로비스트가 활약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으로 꼽힌다.

최근 독일에서 도입한 214급 잠수함(손원일급) 잠수함을 3척이나 저가에 수주하여 건조한 현대중공업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방산비리의 백화점이 된 '통영함 사건'에 이어 STX 엔진 비리, 그리고 잠수함까지 해군은 서열상 1, 2위에 해당하는 전직 참모총장과 작전사령관부터 영관급 장교까지 골고루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214급 잠수함은 2009년까지 1,800t급 신형 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KSS-Ⅱ 사업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당시 대우중공업)이 수주 경쟁에 참여했다. 2000년 12월 214급 잠수함 3척을 수주한 현대중공업은 독일에서 건조한 209급 잠수함과 달리 처음부터 자체 기술로 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알려졌다. 처음 잠수함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각종 소재 및 장비를 국산화해 해군이 추진 중인 3,000톤급 중형잠수함 건조에는 대우와 협력하고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의 KSS-Ⅱ 사업 수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대우조선해양이 209급 잠수함 9척을 건조하면서 월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잠수함 2번째 사업인 KSS-Ⅱ도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잠수함 건조가 전무하던 현대중공업은 향후 잠수함 사업이 커질 기미가 보이자 국가를 상대로 방위산업참여권 침해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내며 이의를 제기한 끝에 공개입찰을 통해 저가로 국내 잠수함 건조를 수주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대우조선측은 기술도입료를 제외한 잠수함 적정 건조비가 3,000억원에 이르지만 현대는 불과 800억원에 입찰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반발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14급 잠수함의 도입은 KSS-II라는 사업 명칭으로 2000년 3척의 건조를 해군과 현대중공업이 계약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2018년까지 총 9척의 214급 잠수함을 도입하게된다(손원일함 포함). 모두 1조27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은 독일 HDW(Howaldtswerke-Deutsche Werft)사의 214형과 프랑스 데세엔이(DCNI)사의 스콜피온급 잠수함(Scorpin)이 경합을 벌였다. 대우조선해양이 HDW사와 컨소시엄을 이루고, 현대중공업이 DCNI사와 함께 입찰에 참여하여, 독일 HDW사의 214급이 결정됐다.

한편 현대중공업 측이 해군에 최신예 잠수함 3척을 인도하면서 핵심 성능 평가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군 당국에 로비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중공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STX그룹에 이어 현대중공업도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정치권에서는 정몽준 의원을 사정기관이 의식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은 지난 2월 6일 울산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사무실과 임직원 자택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현재 현대중공업에서 근무 중인 해군 대령 출신 L씨가 포함됐다. L씨에게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및 사후수뢰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L씨는 해군 제9잠수함전단(현 잠수함사령부)에서 근무했다. 잠수함 인수평가대장을 맡아 2007∼2009년 손원일급(1800t급) 잠수함 3척(손원일함 정지함 안중근함)을 제조업체에서 넘겨받는 인수평가 실무를 담당했다. 이 3척은 정부 예산 1조2,700억원이 투입돼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합수단은 지난해 말 감사원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한 뒤 최근 정식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L씨가 현대중공업 측 청탁을 받고 인수평가 과정에서 각종 편의를 봐준 것으로 보고 있다. L씨는 잠항능력 등 잠수함 핵심 성능이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임의로 평가 방법을 바꾸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L씨는 2010년 3월 부장급으로 현대중공업에 영입됐다. 안중근함이 2009년 12월 해군에 정식 인도돼 취역식을 가진 지 4개월 뒤였다. 현대중공업 측은 "회사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직원 개인문제 수사로 알고 있다"며 "압수수색도 그 직원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