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난 반영… '특각' 기쁨조 퇴출'특각' 운영 어렵자 키 170cm 이상 기준 만들어 퇴출 유도'기쁨조' 근무 여성들 다른 직장이나 지방ㆍ고향으로 내려가

연합뉴스
'기쁨조' 보도 선정적

국내외 언론이 최근 북한의 '기쁨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김정은 체제가 다시한번 도마위에 올랐다.

대북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가까이서 시중들던 '기쁨조' 등 중앙당이나 초대소·별장 등지에서 근무했던 여성들을 대거 지방으로 보내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보필하는 새로운 여성인력을 선발·보충하고 있다.

대북소식통은 "한꺼번에 해임된 기쁨조 등 여성 수백명이 평양고려호텔에서 임시숙박하며 보안교육을 받고 있다"면서 "이들이 중앙에서 근무하며 겪었던 모든 일을 비밀로 지킨다는 자필각서를 쓴 뒤 직종에 따라 달러와 선물을 지급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집권 초반에는 초대소나 별장 등을 별로 이용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다리 이상과 발목 수술 이후엔 초대소·별장 등지에서 휴양하면서 기쁨조 공연을 즐겼다. 김 제1위원장이 자주 찾는 초대소와 별장 등지에는 키 170cm 이상 미모의 여성들이 새 근무인력으로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은 "김정은 시대의 새 기쁨조로 뽑힌 여성들의 외모가 앞서 활동했던 기쁨조 여성들보다 출중하다"며 "키 170cm 이상의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들만 근무인력으로 선발됐다"고 덧붙였다 .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일(현지시간) 일본의 북한전문가 시게무라 토시미쓰 일본 와세다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기쁨조'를 만들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정일 기쁨조가 해체됨에 따라 김정은은 자신이 원하는 충성스러운 새 기쁨조를 가질 수 있게 됐다"며 "기쁨조가 김일성 일가 3세대에 걸쳐 이어지는 전통이 됐다"고 밝혔다.

국내외 보도를 종합하면 김정은 체제에서 '기쁨조' 교체가 이뤄졌고, 키 170cm 이상 미모의 여성들이 새 근무인력으로 선발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쁨조 교체가 이뤄진 가장 큰 배경에 대해 언론들은 젊은 김정은 체제가 출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쁨조 축소는 경제난 때문

그러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소식통은 언론 보도와는 다른 사실을 알려왔다. 김정은 체제에서 기쁨조 교체는 '경제난'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김정은 체제에서 경제난으로 기쁨조가 근무하는 '특각'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선발 기준을 바꿔 종래 근무하던 기쁨조를 자연스럽게 퇴출시킨 것이다"고 전해왔다.

소식통 따르면 북한에는 기쁨조가 일하는 곳이 여럿 있는데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찾는 곳을 '특각(特 閣)'이라고 부르며 북한 요처에 17개 정도가 있다고 한다. 특각은 우리나라 요정으로 유명한 '삼청각' '선운각' 같은 곳으로 엄선된 기쁨조가 50명 가량 대기해 있고, 특각을 경비하는 병사들까지 200여명이 상주해왔다고 한다.

특각은 김정일 위원장이나 장성택 같은 최고위층만 찾는데 유지하는 데만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김정일 시대에 유지되던 특각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경제난이 심화됨에 따라 유지하기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한다. 특히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경제는 더욱 악화돼 특각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사실 김정일 체제의 상당 부분은 '돈'으로 유지된 측면이 있다. 김일성 주석과 같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없던 김정일 위원장은 당과 군 통치의 상당 부분을 돈(통치자금)에 의지했다. 하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은 통치자금이 바닥난 상황이라 북한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에 대한 공식 지원을 중단하면서 경제는 더욱 악화됐고, 북한의 해외 주수입원이었던 무기, 위폐, 마약 등의 국제거래가 대부분 막히면서 김 제1위원장의 통치자금은 좀처럼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북한 조선대성은행 수석대표인 윤태형의 망명 사건은 북한 자금난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당시 김 제1위원장은 비밀 통치 자금의 근간이 되는 해외 자금 실적이 떨어지자 해외 주재 금융 담당자들을 국내로 불러들였다. 그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함께 담당자를 교체하기 위한 조치였다. 윤태영 망명 사건은 그러한 배경에서 터진 것이다.

작년 후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김 제1위원장의 달라진 행보도 같은 맥락이다. 김 제1위원장의 현장 순시는 과거 군(軍)에 집중돼 있었으나 점차 공장, 수산 기지 등 산업 현장으로 바뀌었다. 한마디로 '돈'이 되는 곳 중심으로 순시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김 제1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의 동행이다. 김여정은 김 제1위원장의 순시에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을 비롯해 중국내 북한 소식통은 김여정이 김 제1위원장의 '금고지기'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베이징 소식통은 "김정은이 산업 현장을 방문하고 나면 동행한 김여정이 기업 책임자를 만나 경영과 수입에 관한 얘기를 나눈다고 한다"고 전해왔다.

이처럼 북한 경제난과 자금난, 김 제1위원장의 통치자금이 위기를 맞으면서 이른바 '돈'이 들어가는 곳은 타격을 받게 됐다. 그 중 하나가 북한 최고위층을 상대하는 기쁨조가 일하는 특각이다.

북한에서는 특각에서 일하는 기쁨조를 강제로 추방하는 데 따른 문제를 최소화하고 자연스럽게 퇴출을 유도하기 위해 기쁨조 선발 기준을 키 170cm 이상 여성으로 제한했다는 게 베이징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요즘은 특각뿐 아니라 그보다 규모가 작은 곳에서 일하던 기쁨조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전해왔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