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씨 구속 직후 성 전 회장 수사… '成-J' 특별한 인연 의혹성 전 회장 인연있는 J씨 구속 후 곧바로 성 전 회장 조사경남기업 해외 자원개발사업 참여 의문… J씨 관여 의혹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
'성완종 게이트'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9일 숨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55자 메모'와 성 전 회장 관련 수사가 정국을 강타하면서 대부분의 이슈를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성완종 정국'은 짧게는 4.29 재보선까지, 길게는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은 숨직기 직전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억울함을 풀려고 요로에 손을 내밀었으나 거절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전 회장이 "억울하다"고 한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경남기업이 왜 자원외교 비리 수사의 첫 타깃이 됐느냐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원외교 과정에 자신은 불법과 무관하며 돈을 유용하지 않았다는데 왜 수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한 분명한 '물증'이 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었다.

성 전 회장 측근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마지막까지 하나의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을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되게 한 배후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은 끝내 '배후'를 알 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성 전 회장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성 전 회장이 '억울하다'고 한 것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한 인물이 조심스럽게 부각되고 있다. 성 전 회장과 오랜 인연이 있고 경남기업이 자원외교에 뛰어들 게 한데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J씨였다

성 전 회장 죽음의 미스터리와 그 배후 그림자로 어른거리는 J씨의 실체를 추적했다.

성 전 회장 '억울함' 호소

"현대중공업도 3조 이상 떨어냈고 GS건설도 한 1조 떨어내고, 현대엔지니어링도 1조 떨어내고, SK건설, 대림산업 다 그렇게 떨어냈거든요. 그거를 다른 놈은 괜찮고 어째 우리만 그중에 제일 적은 우리만 왜 이렇게 하느냐 이거야. 너무 졸렬하고 치사한 거잖아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9일 자살하기 직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원외교 수사와관련해 문제가 된 대기업도 많은데 그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경남기업을 왜 먼저 손대냐며 따지듯 대답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하루 전인 8일 기자회견에서도 "해외 자원개발에 투자한 국내 기업은 약 86개사인데 유독 경남기업만이 특혜를 받았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발맞춰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한 기업이 여럿인데 하필 경남기업이 타깃이 돼 첫 수사 대상이 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성 전 회장의 변론을 담당했던 오병주 변호사도 같은 말을 했다. "성 전 회장이 가장 억울해 한 것은 그 많은 기업 중 경남기업이 집중 수사의 대상이 된 배경이다." 그러면서 오 변호사는 "누가 투서를 했는지, 제보를 했는지, 진정서를 넣었는지 모르지만, 성 전 회장은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이 자원외교 비리 수사의 첫 대상이 된 것을 알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만일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의 이유(배경)를 알았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오 변호사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검찰이 몰아친 것은 누군가 투서나 제보, 진정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사실 검찰의 성 전 회장에 대한 수사는 급작스럽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 검찰은 3일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 30분까지 16시간 정도 강도 높게 조사를 했다. 그리고 3일 뒤 성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3일 성 전 회장을 수사한 배경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누군가 성 전 회장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다. 검찰은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처음부터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J씨 구속 후 2일 뒤 성 전 회장 조사

검찰은 3일 성 전 회장을 검찰로 불러 장시간 조사를 했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검찰 수사를 받던 한 인사의 증언이 성 전 회장을 조사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말이 돌았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포스코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구속된 J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지난달 23일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고속도로 건설을 하면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잡고 박모 포스코건설 베트남법인장을 구속했다.

J씨는 포스코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1일 구속됐다.

그런데 J씨가 구속되고 이틀 뒤인 3일 검찰은 성 전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성 전 회장 측근들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사전에 왜 자신이 검찰에 출두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한다. 실제 성 전 회장은 3일 검찰에 출두했을 때도 미소를 띠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지만 다음날 새벽 조사를 마치고 나올 때는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 전 회장 측근들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검찰이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다고 한다. 위기를 감지한 성 전 회장이 그때부터 '55자 메모'에 있는 인사를 포함해 여러 사람들에게 구원 요청을 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성 전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과정에는 J씨의 그림자가 짙게 어른거린다. J씨와 성 전 회장의 인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은 대아건설을 경영하면서 같은 건설업자인 J씨와 알고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성 전 회장이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한 데에도 J씨가 관여한 정황이 의심된다고 말한다. J씨는 이명박 정권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냈는데 경남기업이 법정관리 등 위기에 처하자 MB정권의 금융지원을 전제로 성 전 회장을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끌어들였다는 추정이다.

J씨와 MB정권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아는 몇몇 인사는 J씨의 중개로 성 전 회장이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했다면 그것은 J씨가 성 전 회장을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남기업을 이용하려는 측면이 강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J씨의 정체, 성 전 회장과 인연

J씨는 경북 출신으로 일찍이 건설업에 종사해 A건설사와 I기업을 운영해 왔다. J씨는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같은 건설업자인 성 전 회장과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것으로 전해진다.

J씨가 주목을 받은 것은 건설업자이면서 1997년대 대선 당시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이회창 대표 진영에 얼굴을 내밀면서다. 그 이전 J씨는 통일부 홍모 실장과 장모씨를 통해 북한을 드나들었고 이를 무기로 이회창 후보 진영에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패배하자 김대중 당선자 쪽으로 말을 갈아탄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이어 터진 '총풍 사건'과 관련해 J씨가 관련된 게 아니냐는 말이 무성했다. J씨는 노무현 정권 때는 친노 인사들과 교류했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MB맨'과 어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J씨는 DJ정부에서 MB정부에 이르기까지 권력층과 관계하면서 무기사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MB정부에서는 '자원외교'에도 적잖이 개입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남기업이 느닷없이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든 배경에 J씨와 성 전 회장의 오랜 인연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경남기업은 석유공사 등이 참여한 한국컨소시엄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러시아 캄차카 석유 광구 탐사에 3천억원 가량을 투자했다가 이렇다 할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2007년에는 석유공사가 추진한 아제르바이잔 유전 개발 사업에도 지분 투자를 했고, 이듬해에는 석유공사·한화·삼천리·SK가스 등과 함께 미국 멕시코만 중부 심해 가스탐사사업에 참여했다. 또한 2008년에는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벌인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에 참여했다.

성 전 회장은 기업의 미래를 보고 자원 개발에 참여했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경남기업의 위기를 자원개발 참여를 통해 해결해보려고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완종 죽음'의 미스터리

성완종 전 회장은 자살 하루 전인 8일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된 성공불용자금을 융자금융 지분율에 따라 적법하게 집행했으며, 검찰이 주장하는 분식회계를 통한 자금 유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경남기업의 회계장부, 거래계좌 등 물증을 제시하며 성 전 회장의 진술을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검찰이 MB정부 사람들과의 관련성을 추궁했다는 게 측근들의 증언이다.

성 전 회장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이 장부에 남아 있는 것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이유로 경남기업을 통해 거액이 빠져나간 기록이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은 경남기업이 제공받은 400억원의 성공불융자 가운데 100억원대의 금액이 불법적으로 빼돌려진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으로선 큰 돈을 만져보지도 못한 채 형사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었다.

이렇듯 경남기업이 건설과 무관한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하고, 경남기업을 통해 거액이 빠져나간 일련의 과정에 J씨가 개입했고, 결국 J씨와 MB정권 인사들이 해외 자원개발을 명목으로 경남기업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추론이 제기된다.

과연 검찰이 성 전 회장의 죽음 뒤에 남아 있는 미스터리, 즉 J씨와 MB정권 인사들의 커넥션 여부를 파헤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