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잠룡 행보 따라 지지율 변동… 총선·대선 '메르스 변수'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 대책마련을 위한 여야 4+4회담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스 정국 박원순 시장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로 급부상
메르스 사태 대처하는 잠룡들 리더십 따라 차기 주자 순위 바뀔 수도
메르스 사태 장기화하면 내년 총선 영향… 총선 결과 대선 변수
여권 '김무성 대세론' 메르스 사태 해결과 총선 승패에 달려

초유의 메르스 사태가 대한민국을 뒤흔들면서 정치권도 요동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급락했고, 여야 정당 지지율 추이도 뒤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다. 여야 1위를 달리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위로 밀려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1위로 올라섰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가져온 충격이 지난해 세월호 사태를 비롯한 이전의 대형 사건에 비해 충격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현 정부와 여야는 메르스 태풍권에 들어 있고,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잠룡들의 행보와 리더십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에도 메르스 여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총선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내년 총선이 2017년 대선의 분수령이 된다는 점에서 메르스 사태 추이는 잠룡들에게 큰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자칫 메르스 사태가 잠룡들의 운명까지 바꿔놓을 수도 있는 셈이다.

메르스, 정치권 강타…잠룡 명암

메르스 공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정치권을 향한 비판 수위도 점증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와 여당은 직격탄을 맞고 지지율이 곤두박질했고, 야권은 반사효과를 봤지만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은 마찬가지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15일 발표한 6월 둘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4.6%로 전주대비 5.7%p 떨어졌다. 지난 5월 넷째 주 44.7%로 올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6월 첫째 주 40.3%를 나타낸 데 이어 이번 조사에서 추가 하락하면서 2주 새 무려 10.1%p나 빠졌다. 리얼미터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 대책에 대해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선 메르스 사태 여파로 새누리당이 전주대비 1.8%p 하락한 36.5%를 나타내며 3주 연속 하락했다. 새정치연합은 1주일 전 조사 때보다 2.3%p 오른 30.3%로 3주 연속 오르면서 4ㆍ29 재보궐선거 직전이던 지난 4월 다섯째 주(30.8%) 이후 6주 만에 30%대로 올라섰다.

주목되는 것은 차기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변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지율 1위로 올라선 반면 다른 잠룡들은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메르스 정국에서 보인 차기 대선주자들의 행보에 따라 지지율 변화가 나타나면서 메르스 사태가 잠룡들에게 또 다른 리더십 시험대가 되는 양상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가장 눈에 띄는 행보로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박 시장은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던 지난 4일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서울병원 의사(35번 환자)가 5월 30일 1,500여명이 참석한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한 사실을 공개했다. 서울시 방역대책본부장을 자처한 박 시장은 "정부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독자적 '방역 정치'를 시작했고, 이튿날 자치구청장들과의 메르스 관련 회의에서 "지금은 준(準)전시 상황"이라며 독자 행보를 이어갔다.

박 시장의 적극적인 행동은 정부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지자체에 확진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일각에서 "박 시장이 국가적 재난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난도 제기됐지만 박 시장은 "시민 안전 앞에서 늦장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며 맞섰다.

그결과 박 시장은 리얼미터가 15일 발표한 6월 둘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에서 전 주 대비 6.1% 포인트 급등한 19.9%를 기록하며 1월 첫째 주 이후 약 5개월 만에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6월 12일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박 시장은 17%로 선두에 올랐다. 두 기관 조사에서 박 시장은 한달 전만해도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에 이어 3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대해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박 시장이 메르스 국면에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며 "또한 현 정부와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 등 반사 효과가 더해지면서 이 같이 지지율이 올랐다"고 진단했다.

여권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광폭적인 '현장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메르스 환자 격리와 치료의 최일선인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연일 병원, 보건소 등 현장을 찾았다. 지난 10일에는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부산의 한 국밥집을 가족과 함께 찾아 식사를 했다. 16일에는 새누리당 당직자,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 위원들과 98번 확진환자가 사망한 서울 양천구 메디힐 병원, 파출소, 보건소, 소방서를 잇달아 방문하는 '안심'현장행보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김 대표 지지율은 상승세가 꺾이며 하락했다. 앞서 리얼미터의 6월 8∼12일 조사에서 1주일 전 조사 때보다 3.8% 포인트 하락한 19.5%로 2주 연속 지지율 하락세를 보였다. 리얼미터는 김 대표의 개인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김 대표는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지율 1%포인트가 상승해 문재인 대표와 함께 13%의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여권 잠룡 중 김 대표가 독주하고 있는데다 여권 고정표가 뒷받침된 것으로 사실상 김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해석하기는 곤란하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정부에 강온(强穩) 전략을 펴는 동시에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등 여야 소속 지자체장들과 만나는 등 메르스 국면에서 폭넓은 정치적 행동반경을 보였다. 문 대표는 메르스 사태 초기에 정부를 비판하기보다는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선(先)수습, 후(後)문책' 기조로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지난 7일에는 새누리당 김 대표 등과 '4+4' 회동을 갖고 메르스 대처를 위한 국회 메르스대책특위 설치 등을 합의하는 등 '초당적 협력'자세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러한 정치권의 시각과 달리 국민의 반응은 냉랭했다. 앞서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전 주 대비 0.8%p 하락한 17.5%로 3위로 내려앉았다

더 주목되는 것은 한국갤럽 조사결과다. 문 대표는 약 한달 전인 5월 조사에서 여야 잠룡 중 지지율 15%로 1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지지율 하락으로 정상의 자리를 박 시장에게 내주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4위를 유지하고 있는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은 메르스 정국에서 '정책' 중심으로 대응했다. 안 의원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문가에게 책임과 결정권 위임 △정보의 투명한 공개 △전국의 관련 전문 인력 파악 후 재배치 등 메르스 대응책과 관련한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의사 출신'이란 점을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정치인과 의료인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대응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안 의원은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지율 8%로 큰 변화가 없지만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한달 전(10%)보다 2%포인트가 줄었다. 이는 안 의원이 지지율 2ㆍ3위 주자들과 불과 1% 포인트 차이를 보였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5% 포인트 격차로 벌어졌다.

메르스 정국에서 다른 여권 잠룡들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해 지지율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나마 남경필 경기지사가 소통과 화합에 적극적이었다. 남 지사는 지난 5일 문재인 대표와 김무성 대표와의 통화를 성사시켰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자체장들과의 메르스 긴급 대책 회의를 물밑에서 조율해 만들어내기도 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현직에서 벗어나 있어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정몽준 전 대표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와 내년 총선 출마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어 메르스와는 무관하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성완종 리스트'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어 두문불출하고 있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별다른 활동이 없다가 최근 메르스 141번 환자 일행이 발병 전 3박4일로 제주도를 다녀간 사실이 알려진 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광객들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이들 잠룡들의 지지율 등락에는 큰 변화가 없다. 앞서 리얼미터 조사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 5.2%,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4.0%, 홍준표 경남지사 3.2%, 남경필 경기지사 3.0%의 지지율을 보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6%, 김문수 전 경기지사 4%, 정몽준 전 의원 4% 순으로 나타났다.

야권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행보가 주목받았다. 안 지사는 당초 박원순 시장보다 한발 앞서 자신이 직접 메르스 사태를 지휘하겠다고 밝혔지만 중앙정부를 질타하는 대신 '긴밀 공조' 체제를 강조했다. 또한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서울시ㆍ경기도ㆍ충청남도ㆍ대전시 등 4개 지자체와 '메르스 대응을 위한 실무협의체'를 꾸리는 데도 적극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상승세가 나타났지만 선두권 잠룡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안 지사 지지율은 4.2%였다.

메르스 사태와 차기 대선

메르스 사태에 따라 차기 대선주자들의 명암도 갈리고 있다. 메르스 변수로 잠룡들의 지지율을 논하고 차기 대선을 전망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가 함의하는 바는 차기 대선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2017년 대선의 분수령이 될 내년 4월 총선에 메르스 사태의 여진이 작용할 경우엔 더욱 그렇다.

메르스 사태에서 보인 잠룡들의 리더십은 곧바로 지지율로 이어졌다. 박원순 시장이 지지율 1위로 올라선 것도 '정치 쇼'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현 정부의 무능함을 대신해 국민에게 지도자 이미지(리더십)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메르스 사태와 같은 위기 국면에서 지도자에겐 위기 관리 능력(Risk Management), 사전 예측 능력(Prospective Prediction), 인사 발탁 능력(Human Resource)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박근혜정부는 그 어떤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박 시장은 정부의 늑장 대응과 대비되는 긴급 브리핑 발표로 '사전 예측 능력'을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메르스 사태에 나타난 잠룡들의 지지율이 차기 대선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2년여 남은 시간과 예측할 수 없는 국내외 변수들이 언제든 잠룡의 위상을 바꿔놓을 수 있기 대문이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보이고 있는 박 시장 만해도 속도감 있는 조치는 박수를 받을 일이지만 사전 예측이 충실하지 못한 점은 지지율 1위를 부양하는 힘을 떨어뜨린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 속에서 이슈 파이팅에 성공하면서 분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 '반짝 효과'는 있겠지만,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듬직한 국가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차기 대선과 관련된 함의 중 중요한 것으로 현 정부에 대한 신뢰와 잠룡의 리더십을 꼽을 수 있다.

메르스 사태는 단순한 감염병 재난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신뢰가 문제가 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지지율이 급락한 것도 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데 따른 배신감 때문이다. 더욱이 세월호 사건의 트라우마가 채 가시기도 전에 드러난 현정부의 무능함은 비판을 넘어 분노로 이어졌다. 만일 이러한 감정이 치유되지 않고 내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여당은 야권의 분열이 없는 한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다시말해 메르스 사태가 어느 시점에 진정되고 국가 시스템이 환골탈태 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 결과뿐 아니라 여권 잠룡의 지지율도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갤럽은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29%로 급락해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ㆍ경북에서도 40%대 초반까지 급락하며 부정평가율이 긍정평가율을 웃돌았다. 갤럽이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15%)한 결과다.

특히 대구ㆍ경북(55%→41%), 부산ㆍ울산ㆍ경남(41%→29%), 대전ㆍ세종ㆍ충청(36%→23%) 모두 직무 긍정률이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이들 지역은 메르스 확진ㆍ사망 또는 경유 병원이 추가로 또는 다른 지역에 비해 늦게 나타난 곳이기도 하다.

내년 4월 총선까지 약 10개월 가량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여권에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여권 잠룡 선두인 김무성 대표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김무성 대세론'을 밀고나간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 여진이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김 대표의 야망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야권의 문재인 대표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메르스 정국에서 비노(비노무현)의 공세가 잦아들었지만 박원순 시장이 급격하게 부상한 것은 경계할 만한 일이다. 박 시장과 비노가 손을 잡는다면 문 대표의 대권가도는 순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메르스 사태 해법이 문 대표에게 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의사 출신 안철수 의원은 메르스 정국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음에도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메르스 사태에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여 잠룡으로서 위상을 높일 수 있음에도 한발 물러서 있는 태도로 소극적인 행보를 견지해 차기 도전이 불투명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한다.

한편, 메르스 사태로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급증한 상황에서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잠룡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전제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고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반 총장은 데일리한국 창간 기념으로 지난 5월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 34.6%의 지지율로 차순위 그룹과 약 20% 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손 전 고문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주자 중 선두권으로 나타나 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직 진행중인 메르스 사태가 내년 총선은 물론, 2017년 대선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