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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승부수 '경원선 프로젝트'

北 이끌어낼 카드… '해외동포재단' 남·북·러 3국 공동발전 방안 실현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구간 철도복원 기공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경원선 기공식에 참석해 경원선이 갖는 의미를 전하며 향후 남북관계와 동북아 전반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이 경원선 현장까지 가서 축사를 한 것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다. 그만큼 박 대통령이 경원선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7월 초에도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경원선 프로젝트와 관련해 '특명'을 내린바 있다. 경원선 복원을 구체화하고 남북관계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같은 시기 이희호 여사는 북한을 방문했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여사를 통해 모종의 메시지가 북한에 전달되고 향후 북한의 대남 태도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월 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데 이어 취임 후 처음으로 옌지(延吉) 조선족자치주를 방문하고, 한달도 안 돼 다시 요령성 선양(瀋陽)을 방문한 것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변화를 암시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 장석중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이 구상한 경원선을 핵심으로 한 동북아 프로젝트 세부안.
<주간한국>이 경원선(프로젝트)과 관련해 여러차례 보도한 바와 같이 경원선은 단순히 남북한만의 철도가 아니고 러시아까지 연결돼 북한은 물론, 러시아, 중국을 비롯해 동북아의 흐름을 바꿔놓을 '생명선'으로 평가된다.

실제 박 대통령이 올해 초 신년사와 3ㆍ1절 기념사에서 남북 철도 연결을 언급한데 이어 5일 경원선 기공식에 참석하는 등 경원선에 비중을 두고 있는 사이 중국, 러시아도 경원선이 연결되는 북한 나진ㆍ선봉, 극동 연해주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북중, 북러 관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행동으로 보인 '경원선 프로젝트'는 임기 후반기 박근혜정부의 최대 국정의 하나이자 '승부수'로 해석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천명한 '경원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남북관계 및 동북아 변화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박 대통령 경원선 방문의 의미

"경원선을 다시 연결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복원해 통일과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구간 기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맞는 해에 남북의 허리를 잇는 경원선 복원사업의 첫 삽을 뜨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경원선 현장에서 축사를 할 만큼 경원선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은 "2015년 8월5일 오늘은 우리 모두가 평화통일을 반드시 이루고, 실질적인 통일준비로 나가고자 했던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더 나아가 경원선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민족사의 대전환을 이루는 철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원선은 남북 분단으로 사실상'섬'이 된 남한이 섬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남북한과 러시아가 서로 '윈윈(win-win)'하면서 공동발전할 수 있는 '생명선'과도 같다.

박 대통령이 경원선 기공식 축사에서 방점을 둔 '남북통일(준비)'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있어서도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당사국인 남북한과 러시아를 이어줄 수 있는 교두보가 경원선이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경원선을 타고 남북관계는 물론, 유라시아이니셔티브의 실행을 통한 동북아 변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집권 3년차인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경제활성화를 통해 후반기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경원선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위기에 처한 기업(특히 중소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경원선 출발 현장을 방문해 경원선의 비전을 제시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현실화' 관건, 구체적 프로젝트 있어야

박 대통령이 경원선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관건은 '실행'이다. 박 대통령이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경원선 프로젝트와 관련해 '특명'을 내린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박 대통령이 경원선 복원을 언급한 이래 통일준비위원회를 비롯해 통일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현실화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찾았다. 하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그간 경원선과 관련해 국책기관 등의 보고를 받았지만 현실성이 결여되거나 과도한 비용, 특히 북한 지역 연결에 대해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경원선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려면 북한이 호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전제되야 한다. 정부와 국책기관 등이 현실성 있는 경원선 프로젝트를 준비하지 못한 것은 그러한 '전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경원선 기공식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몇몇 비전을 제시했지만 북한과 사전 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경원선 기공식에서 북한에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변화의 길을 선택해 함께 번영하고 발전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기자"며 손을 내밀었다. 이어 "우린 남북 협력을 통해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 주민 삶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갈 것"이라며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용기 있게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경원선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남한 정부로부터 그와 관련한 어떠한 메시지도 받지 못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경원선과 관련한 간절한 외침은 북한에게 공허하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소식통은 "경원선이 운행되려면 북한과 교감을 갖고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남쪽에선 아무런 것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북한이 호응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고 통일준비위원회 등도 구체적인 경원선 프로젝트를 마련하지 못한 데는 북한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 부족과 경원선 활용에 대한 실천적 프로그램 부재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현 가능한 '경원선 프로젝트'

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 '승부수'로 내세운 경원선이 실제 효과를 나타낼지가 미지수인 가운데 일찍이 경원선과 연계된 남북 및 남북한과 러시아 3국의 공동발전 방안을 추진해 온 전문가의 '경원선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1980년대부터 북한과 무역을 해온 장석중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극동러시아개발주식회사 대표)이 1990년대 초 구상한 이 프로젝트는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그림 참조)

특히 장 이사장은 경원선을 축으로 한 남북경협, 나아가 남북한-러시아 3국의 공동발전 방안을 2000년초 구체적으로 제시해 북한과 러시아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김대중정부에서는 2000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논의되기도 했다.

장 이사장이 구상한 '남ㆍ북ㆍ러 3국의 공동발전 방안'은 남북한이 '경제'를 매개로 협업하고 이를 러시아 극동 연해주와 연계해 남ㆍ북ㆍ러 3국이 공동발전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경제'가 중심이란 점에서 북한을 이끌어낼 수 있고 해외동포공단이 남북 경협의 주체가 돼 북한의 간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또한 러시아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을 활용해 북한의 돌출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원선 프로젝트에서 교통망은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그 핵심축은 남측 서울과 북측 원산을 잇는 경원선으로 나아가 극동러시아 연해주까지 연결되는 경연선(서울-원산-연해주)으로 확장된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경원선(경연선)을 따라 조성되는 남한과 북한의 경협단지, 즉 공단이다. 이에 따르면 경원선 노선에는 남북경협을 상징하는 공단이 들어선다. 공단의 특징은 해외동포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남북만의 합작 공단일 경우 북한이 우리 정부나 기업에 무리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데 해외동포가 공단의 한 축이 되면서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남북한과 전 세계 해외동포들이 참여해 북한이 선호하는 '민족'이란 측면과 부합할 뿐 아니라 '정치'로 인해 경협이 중단되는 가능성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장 이사장은 "그런 부분이 개성공단과 다른 점"이라며 "북한의 간섭을 가능한 받지 않으면서 민족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원선 프로젝트에 따르면 해외동포공단에서 남북이 공동생산한 제품(농식품, 경공업 제품 및 생활필수품)은 북한의 식량난 및 기초 생활난을 해결하고 경원선(경연선)을 통해 물류비까지 낮출 경우 국제경쟁력은 크게 제고된다. 경원선을 거쳐 TKR(한반도 횡단철도), TSR(시베리아 횡단철도), 그리고 북극항로와 연결되면 남북한 상품의 경쟁력 증대는 물론, 남북에서 다방면의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또한 남북한이 경원선을 통해 식량, 농ㆍ임ㆍ해ㆍ수산물, 자원, 인력 등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식량 자급자족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고 나아가 통일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아울러 경원선의 연장인 경연선 종착지인 북러 국경지대에 북한의 해외식량공급기지를 조성하면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또한 경연선을 통해 남한의 화훼 과일 종묘와 북한의 특산물, 러시아의 에너지, 임산자원을 교환하는 형태를 취하면 3국이 공동 발전할 수 있다.

이렇듯 경원선을 매개로 한 남ㆍ북ㆍ러 3국 공동발전 프로젝트는 박 대통령이 '특명'을 내린 경원선 사업과 이에 기반한 동북아 발전 방안에 가장 근접한 실행안이라는 게 국내외 다수 전문가들의 평이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 접경 지역을 방문하는 등 대북 관계에 이전과 다른 관심을 보이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동러시아개발은행에 내실을 기하는 등 극동 연해주 발전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것도 경원선 프로젝트를 다시 주목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경원선 카드를 꺼낸 것과 관련해 '북핵' 문제는 6자회담 등국제기구에 맡기고 '경제'에 근거해 북한과 대화할 것을 권한다. 지금껏 '북핵'에 발목이 잡혀 남북관계 개선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말라는 충고이기도 하다.

이들은 또 경원선 프로젝트와 관련해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나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 북한의 혼란과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프로젝트가 신속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 국정의 '승부수'로 꺼낸 경원선 카드가 어떻게 진행될지 국내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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