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신청 급증… 수용률 4.2% 그쳐

1994년~2015년 7월 1만2208명 난민 신청… 522명만 인정
난민 신청 사유 '정치적 이유' 가장 높아…이어 종교, 내전
난민 신청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중국, 스리랑카, 시리아 순
한국 난민 인정 심사 기준 '까다롭다' 지적

세 살배기 '아일란'의 주검이 터키 해안에서 발견되며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시리아 난민 실태가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난민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난민 현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 수는 2009년 324명에서 지난해 2,896명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2,669명이 난민 신청을 해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말에는 5,000여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난민 신청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지만 난민 수용률은 4.2%에 불과한 상황이다.

94년부터 현재까지 522명 난민 인정

한국의 난민 수용률은 4.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유엔 난민협약국의 난민 인정률인 38%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4년 이후부터 2015년 7월 말까지 한국에 난민 등록을 신청한 사람은 총 1만2,208명이었다. 하지만 이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522명(4.2%)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의 6,258명(51.3%)은 난민 인정이 거부됐고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876명(7.2%)이며 자진 철회한 사람은 1,651명(13.5%)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2009년 324명에서 2010년 423명, 2011년 1,011명, 2012년 1,043명, 2013년 1,574명, 지난해에는 2,896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2,66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이 추세라면 연말에는 5,000여 명까지 늘어나 그동안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이유' 난민 신청 가장 많아

2011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 등 중동 국가의 국제적 분쟁 심화로 난민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 우리나라가 인권국가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2011년도 이후부터 난민신청이 연간 1,000명을 넘어 섰고, 2014년 2,000명을 돌파했다.

난민 신청자의 국적별 현황으로는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중국, 스리랑카, 시리아 순으로 신청자가 많았다. 계속되는 중동 국가들의 내전으로 시리아, 이집트, 예멘 출신의 신청자가 급증하는 추세이다.

난민 인정자도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에는 94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난민 인정자의 국적별 현황으로는 미얀마,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콩고민주공화국. 파키스탄, 이란 등의 순이다.

난민을 신청한 사유별로 살펴보면 정치적 이유가 3,470명(28.4%)으로 가장 많았고, 종교 2,762명(22.6%), 내전 1,029명(8.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ㆍ에티오피아인은 반정부 활동을 사유로, 미얀마·방글라데시인들은 인종(소수종족)을 사유로, 파키스탄ㆍ네팔·스리랑카인들은 내전 등 국가 정황 불안정을 사유로, 우간다인들은 정치·종교 등 다양한 사유로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난민 인정자의 경우 미얀마ㆍ에티오피아는 반정부 활동으로 인한 정치적 사유가 가장 많았고, 방글라데시인은 소수민족 박해, 이란 등 중동국가는 종교적 사유(기독교 개종) 등이 주된 사유로 나타났다.

까다로운 한국의 난민 심사

우리나라는 1992년 12월 난민 지위에 관한 유엔 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가입했으며 1994년에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2013년 7월에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한 바 있다.

난민 신청자 수는 매년 수백 명 수준에서 2011년 1,000명 선을 돌파한 이후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난민 인정률은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4.2%로 유엔 난민협약국의 난민 인정률 평균 3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의 난민 인정 심사가 지나치게 까다로워 유엔의 협약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낮은 난민 인정률은 정부의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난민협약에 따라 본국에서 '국적, 인종, 종교,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으로 인한 박해'를 당할 우려가 있는 사람만 난민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에만 한정될 경우 이번 시리아 난민 '아일란'도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아일란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피해가다 사고를 당한 것인데 이러한 내전 피란은 협약에 따른 난민 인정 사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과 영국, 오스트리아 등은 최근 시리아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난민협약보다 더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중동과 거리가 먼 뉴질랜드도 200여 명의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한 현재의 난민법은 난민의 지위와 처우, 난민 면접조사 과정, 난민 인정 신청과 심사, 이의신청 절차 등이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저조한 영상녹화와 이의절차 불고지 등 난민신청자들의 절차적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아시아 최초 난민법 시행 국가인데 시행 과정에서 제도적인 것이 제대로 안 됐다"며 "국제사회에서 경제력도 중요하지만 인권존중 국가라는 네임 밸류도 중요해 소프트 파워로서 이런 부분에 대해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