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절대 포기 않아, ‘비핵화’는 희망사항…북핵ㆍ남북공존 해법은 ‘영세중립국’

국제사회 대북 제재에도 북한 핵실험 계속 추진
北, 수소탄ㆍ생화학 무기 갖추면 세계도 통제 못해
중국의 대북 제재 일시적, 대북 영향력 확대 노려
박근혜정부, 북한 핵포기 전략 한계…시간 끌면 中ㆍ北만 유리
朴정부, 6자회담ㆍ평화협정 논의 ‘영세중립국’ 결단 등 나서야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남북한 당사국 문제인데 정작 두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소외돼 있다.”

북한의 수소탄 실험에 이은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가 급박하게 움직이고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가해지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데도 정작 당사국인 한국과 북한은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다.

특히 한국 정부는 이번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제대로 된 대북 전략이 부재하고 한반도 주변 4강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간파하지 못해 외교 역량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북한의 핵포기를 대북정책의 제1순위임을 천명했으나 북한이 어떠한 압력에도 핵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 등 한반도 주변 4강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배치된다. 또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해 강력한 대북 압박ㆍ제재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북한에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일시적 제스처로 국제사회에 호응할 뿐 북한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구나 북한이 수소탄을 보유하고 생화학 무기까지 실용화하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이 결정적으로 취약한 것은 자주적인 대북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심각한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에 호소하거나 중국에 의탁하는 모습을 취한 것은 단적인 예다.

앞으로 문제는 ‘시간’이다. 박근혜정부가 대북 정책 부재로 지체하는 동안 북한이 수소탄 등으로 무장하고, 그런 북한을 중국이 영향권 아래 두면 남북관계는 사실상 끝장이고 통일은 멀어진다.

박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풀면서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끌고가기 위해서는 세계가 호응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면서 선제적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남북 영세중립국’을 화두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을 내놓으면 세계가 관심을 보이고 북한도 호응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박근혜정부 대북 전략 한계 드러내

남북이 ‘강(强) 대 강’ 구도로 대립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북한의 수소탄 실험(4차 핵실험)이었다. 북한은 새해 벽두인 1월 6일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혀 큰 파장을 낳았다.

이 실험의 실체를 놓고 아직까지 국내외에서 수소폭탄 실험이냐, 일반 핵실험이냐 논란이 분분하지만 북한의 주장대로 수소탄 실험이고 성공했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이는 북한이 언제라도 핵보다 수백∼수천배의 폭발력이 있는 수소폭탄을 제조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전문가와 국가정보원은 수소폭탄 가능성을 부인하거나 3차 핵실험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는 수소폭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이나 소형 수소탄 실험으로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주장한 수소탄 실험 성공에 대해 “100% 맞다”고 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2013년 10월 이후 핵카드는 접고 수소폭탄에 전력해 왔다”면서 “이번에 수소폭탄 전 단계인 (소형)수소탄 실험 성공을 알린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이번 수소탄 실험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핵’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그러한 배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월 12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은 국내 언론이 보도하듯 '전략적 무시'가 아니라 북한의 수소탄 실험 성공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박근혜정부가 북한의 수소탄 실험에 대응해 꺼낸 카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중국 역할론’이다. 이에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의 상황 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실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북한과 중국의 내밀한 관계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8월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 이후 8ㆍ25 합의 도출과 남북당국회담 등 일련의 과정은 정부가 주장하듯 확성기 방송 효과가 아니라 중국 수뇌부가 북한에 강력한 제동을 건 결과다. 또한 휴전선 접경 지역 북한 군과 주민들은 다른 방편을 통해 남과 북의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북 방송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수소탄 실험에 대해 박 대통령이 ‘중국 역할론’ 강조한 것은 외견상 타당해 보이나 북한과 중국의 특별한 관계, 중국의 대북관(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단견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1월 13일 기자회견을 병행한 대국민 담화에서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외 한잔도 문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 일관되게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북한핵이 아니라 ‘한반도 현상유지’”라면서 “북한을 압박해 한반도에 급격한 변화가 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실제 중국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 이후 초기에는 비판을 하는 모양새를 취하다 이내 ‘냉정’과 ‘합당한 대응’,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론하며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경계했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한 것을 우려하면서도 한편으론 우회적으로 북한을 활용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게 된 것에 내심 쾌재를 부를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박근혜정부가 기대하는 중국을 통한 대북 제재(압박)는 ‘공염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1월 22일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틀인 6자회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추진했지만 당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국제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 정부가 중국ㆍ러시아와 북한의 특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이어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박근혜 정부는 10일 남북교류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동시에 남ㆍ북한과 러시아 3개국 물류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추진도 무기한 보류하고 사회문화 교류와 인도적 대북지원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로써 남북경협은 출범 20여년만에 완전히 멈춰서게 됐고, 남북교류는 박근혜 정부 임기말까지 복원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데는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되는 데 대한 미국, 영국 등의 강력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박근혜정부의 대북 전략은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것과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종래와 같은 수준에 머물러 왔다.

대북 제재 당사국인 남과 북은 끌려다녀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의 실체가 새롭게 밝혀지고,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나섰다.

가장 앞장 선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수소탄 실험이고, 그것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데다 장거리 미사일이 자국 본토까지 날아올 수 있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북한의 수소탄과 미사일이 궁극적으로 미국을 향하고 있는데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언제, 무슨일을 벌일지 모를 ‘불안한 인물’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유엔을 대북제재 선봉으로 앞세우는 한편, 군사력과 경제력을 총동원해 대북 압박에 나섰다. 북한의 유력한 탈출구인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러셀 미국 국무부 동ㆍ아태 차관보를 한국에 파견해 중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국제 금융계와 손잡고 중국 경제를 압박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중국에 미치자 중국도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북핵 6자회담의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월 28일 5년만에 한국으로 달려왔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 ‘진의(眞意 )’를 살폈다.

중국은 미국이 대북 제재를 넘어 김정은 체제 교체까지 염두에 둔 것을 눈치채고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정보 관계자는 “중국이 대북 제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동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의 또 다른 든든한 배경인 러시아는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임에도 그동안 홀대받은 것에 대한 불만과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일부 북한을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에 합류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은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한 제재안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은 북한을 출입하는 유엔 회원국의 모든 화물에 대한 검색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사상 처음으로 포함됐다. 또 금지품목을 실은 북한 항공기 유엔 회원국 영공 통과 불허, 북한의 주수입원인 철광석·금 등 광물 수출 금지, 유엔 회원국에서 영업하는 북한 은행 지점 90일 내 폐쇄 등도 담겼다.

그런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관련해 당사국인 한국과 북한은 철저하게 소외됐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를 주도하는 가운데 러시아도 자국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일본은 미국을 측면에서 지원하며 국익을 챙기고 있다.

한국은 들러리 처지가 됐고, 북한은 일방적으로 몰매를 맞은 형국이다. 남과 북이 국제사회에서 ‘을’ 대우를 받은 셈이다.

박 대통령의 북한 해법 ‘영세중립국’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동참한 가운데 향후 대북 해법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가 6자회담 재개를 제시한 것이 유일하다. 중국은 ‘평화협정’을 운운하며 북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은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대표가 한국에 머물고,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에 체류하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의 배경을 찾는데 주력하는 등 한반도가 위기 상황에서도 자국의 안위와 이익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신형 방사포를 발사해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아직 난마와 같이 얽힌 대북 문제에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포기를 대북정책의 제1순위임을 천명하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일체의 대화를 않겠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박 대통령이 북한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북한은 어떠한 경우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와 중국, 러시아의 전문가들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내부적으로 이미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이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대북 전략을 바꾼지 오래다.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가 대북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오래전부터 박 대통령이 6자회담을 먼저 제시하고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6자회담에서 북핵뿐만 아니라 남북이 주도하는 평화협정도 논의하는 대담한 결단을 보여야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특히 북한의 북핵에 관한 입장과 중국의 대북 전략을 잘 알고 있다며 획기적인 대북ㆍ북핵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북한이 종래 입장을 고수하면 한국도 핵을 보유하겠다는전략적 결단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한국이 핵보유국이 되느냐는 차후 문제로 당장 6자회담 당사국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일본, 베트남, 대만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전 세계 국가들이 핵무장에 나서고 세계평화는 위협받게 되므로 이를 만류하며 한국의 진의를 주목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판단이다.

그러할 때 북핵 문제를 풀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해법으로 남북이 ‘영세중립국’이 되야하는 필연성을 한국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소식통은 강조했다.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도 국제적 골칫거리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이 영세중립국이 된다면 한반도 주변 4강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남북통일을 마뜩지 않게 여겨 온 미국도 북한 수소탄과 장거리 미사일에 강한 위협을 갖게 된 만큼 영세중립국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관건은 박 대통령의 결단이다. 미국의 대북 방어망에 안주하며 북한 비핵화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여겨 온 역대 정부와는 다른 길을 박 대통령이 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남북 영세중립국’추진이라는 담대한 결행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문제는‘시간’이다. 박 대통령이 주저하고 북한이 중국 영향권으로 들어가는 순간남북통일은 없다. 박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