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차기 대표 놓고 계파내 킹메이커론 솔솔

비박계 차기주자 유력설에 친박계 ‘신의 한수’ 내놓을까.

최경환 불출마, 서청원 결정에 당 시선집중 물밑조율설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좌장격인 최경환 의원이 지난 6일 ‘8ㆍ9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시선은 서청원 의원에게로 쏠리고 있다. 그의 행보에 따라 여권의 당권 향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서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당권을 비박계가 사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친박을 대표하는 주자가 마땅치 않아서다.

최 의원의 선언을 놓고 여권 일부에서는 “모종의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지우지 않는 모습이다. 청와대가 당권 장악을 놓고 ‘제2플랜’을 가동시키려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제2플랜’이란 친박계와 교감이 가능한 혹은 교감해온 비박계 주자를 청와대가 당 대표로 밀어주는 그림을 말한다.

아울러 최 의원이 불출마한 배경을 놓고도 여러 말이 무성하다. 정치권에선 일반적으로 “최 의원이 총선 실패와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국민적 불신론이 팽배해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하지만 여권 비박계 내부에선 귀를 솔깃하게 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STX, 대우조선해양 공적자금 부실투입과 관련해 최 의원이 연루됐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비박계 안팎에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최근의 검찰 수사가 곧 공적자금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아 최 의원이 이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당 대표 출마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최경환의 선택과 친박계의 운명

일단 최 의원이 밝힌 불출마 이유는 당의 화합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전당대회를 ‘정권재창출을 위한 제단’이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이는 당권이 친박의 정권 재창출 작업을 위한 필수조건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권재창출을 위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친박이 당권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최 의원은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그 날을 위해 오직 평의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면서 “내가 죽어야 당이 살고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고 정권 재창출이 이뤄진다면 골백번이라도 고쳐 죽겠다”고 말했다.

또 최 의원은 계파갈등에 대해 “나의 불출마를 계기로 더는 당내에 계파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손가락질하고 반목하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면서 “전당대회가 대립과 반목이 아닌 당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축제의 장이 되게 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지금과 같은 분열 상태로는 꺼져가는 정권 재창출의 불씨를 살려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최근 자신이 당 대표를 맡는 게 부적절하다는 뜻을 주위에 밝혀왔으나 친박계 내부에서 출마를 종용하면서 고민을 거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대 룰이나 지도체제 변경, 친박계 후보 정리 문제 등에 대해서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의원은 자신의 전대 불출마 결정을 놓고 청와대 측과 사전에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최 의원은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주요 참모들은 자신의 불출마 의사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비박계 인사들은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은 최 의원의 출마여부를 놓고 청와대에서 일부 논의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며 “최 의원의 불출마가 친박의 당권 장악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부분인 만큼 청와대 핵심들을 통해 당-청 간의 간접적인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차기 당권 누가 쥘지 관심집중

최 의원이 당 대표 경선 레이스에서 제외됨에 따라 차기 새누리당 당권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친박계에선 이주영ㆍ홍문종ㆍ이정현 의원 등이, 비박계에선 정병국ㆍ김용태 의원 등이 오는 8월 9일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 중 이주영 의원과 김용태 의원은 공식 출마 선언을 이미 마친 상태다. 이정현 의원, 정병국 의원 등이 공식 출마를 각각 선언하면서 당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전당대회 결과를 좌우할 변수로 비박계 후보 단일화가 거론된다. 이와 관련,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최근 “비박계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수차례 말한 적 있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친박계는 이 부분에 우려하고 있다. 이주영 의원과 이정현 의원은 친박계 후보 단일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만큼 강력한 전략으로 꼽힌다는 이야기다.

비박계가 이 전략을 현실화 할지 아직 미지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친박계가 여러 후보를 내 표가 갈리는 분위기가 되면 비박계가 후보 단일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친박계에 대한 심판론과 더불어 비박계 단일후보일 경우 친박으로부터 당권을 충분히 사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 주변에서는 “비박계가 후보 단일화를 모색할 것에 대비해 이미 친박계가 단일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최 의원이 물밑 지원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될 경우 비박계가 단일화 하더라도 전당대회 대의원 동원 능력이 강한 친박계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투표율이 30% 안팎이기 때문에 해당 후보를 지지하는 대의원을 실제로 투표장에 이끌고 나올 수 있는 조직력이 강한 친박계 후보가 이길 확률이 높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 친박계가 사전 여론조사를 통해 지지율이 일정 수준 미만인 후보를 전당대회 본선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컷오프’를 도입해 친박계 후보 난립에 따른 표 분산을 상당 부분 줄일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무엇보다 현역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의 당권 도전에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서 의원은 당권 도전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져 경선 출마자들이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서 의원이 출전할 경우 친박계 후보 대부분이 단일화에 동의하는 모드로 돌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까지 8ㆍ9 전당대회(전대) 당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주영(5선), 강석호(3선), 김용태(3선), 이정현(3선)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은 서 의원 등판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 의원이 경선에 출마할 경우 그 자체로 정치적 의미가 큰데다 당 대표 경선은 물론 최고위원 경쟁 구도도 요동칠 수 있어 타 후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친박계에서는 본인이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서 의원의 출마 여부를 섣불리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서 의원 출전에 대한 비박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비박계에서는 경계감을 드러내며 반대 견해를 밝히는 분위기다.

김성태(3선)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서 서 의원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정말 힘겹게 마련된 당의 화합 분위기에 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면서 “서 의원은 20대 국회 원(院) 구성이 난항을 겪을 때 협상의 물꼬를 터줬고,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 결정으로 당이 어수선했을 때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당의 화합 필요성을 제일 잘 아는 분이다. 그런 일(전대 출마)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박계인 이혜훈(3선) 의원도 “친박계 의원들이 A를 (당 대표 후보로) 내려고 했다가 A가 불출마하니 B를 ‘꿩 대신 닭’식으로 해서 ‘우리 계파가 당권을 잡아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국민들이 ‘친박 패권주의’를 그만두라는 생각을 많이 갖고 계신 것 같은데, 서 의원이 어떻게 선택하실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친박계는 아직까지 신중모드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뜻을 밝히고 있는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최근 “그분(서 의원)도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안도 많고, 많은 분이 이런저런 말을 하니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라면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권 둘러싼 물밑 암투 본격화

분화 양상을 보였던 친박계가 최 의원 불출마를 선언을 계기로 집결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대에서 더 똘똘 뭉쳐 당권 쟁탈전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다는 소리다. 친박계 재선 이상 의원 10여명이 최근 서 의원을 찾아 출마를 종용한 것 역시 친박계의 팀 플레이가 본격화 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주영 의원과 이정현 의원이 최 의원만큼의 존재감이나 결집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친박계 내부에서 맏형격인 서 의원 추대론이 점점 무게를 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총선 패배 이후 휘청거리는 여당 입장에서 친박계 좌장인 서 의원이 나서면 친박계 대표 주자로서 표 분산을 막고, 70% 정도인 조직표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 친박계 내부에서 나온다. 일반인 투표나 여론조사에서 서 의원이 힘을 발휘할 경우 당권장악이 가능하다는 게 친박계의 판단이다. 이에 여권 주변에서는 “김용태, 정병국 의원간 초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지율을 높이다가 표 결집력을 높이기 위해 막판 후보단일화를 할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지도체제 개편 여부와 전당대회 룰도 당권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꼽힌다. 현 집단지도체제가 계파 갈등을 양산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총선 이후 당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의 개편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혁신비대위원회에서 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대 주장이 일어 보류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친박계는 지도체제 개편에 대해 반대 의사가 강했다. 지도체제 개편을 통해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면 친박계 후보들간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당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모두 비박계로 채워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박계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물론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어 개편안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이 부분이 문제될 수 있어 친박계가 모른척 넘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새누리당 8ㆍ9 전당대회가 알맹이 없는 이벤트 축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당 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후보로 거론되는 의원들이 10명에 달하지만 정권 재창출에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거물’이 없어 흥행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계파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 전대 이후에도 당내 화합이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당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내에선 “결국 서청원 대 나경원의 구도로 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당을 통합과 혁신으로 이끌 당 대표감이 지금 후보군에선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친박계 의원들은 서 의원의 출마를 며칠째 거듭 요청하고 있고, 나경원 의원은 서 의원이 출마한다면 자신도 출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서 의원과 나 의원 이들 두 명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고 다른 후보들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벌써 김빠진 전대 양상”이라는 말이 적지 않다.

친박계가 서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고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비박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계파 갈등의 끝장으로 치달을 조짐도 보인다.

최근에는 서 의원이 곧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친박계의 구애가 이어지자 서 의원 측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추대론’이 나올 당시만 해도 극구 부인했던 서 의원은 최근 ‘고민 중’으로 선회했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이장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 의원이 선당후사 정신을 가진 만큼 많은 분의 요청에 심사숙고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친박 패권주의’라는 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의 한 인사는 “새누리당 당권 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계파 청산'을 주장하고 있지만, 계파 간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물밑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당 지도부가 거듭 ‘화합’을 강조하며 계파 갈등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