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8월 당 대표 선출…새 지도부 관계 따라 대선 후보 큰 영향

새누리, 친박 대 비박 대결…당 대표 누구냐에 대선구도 변화 가능

더민주, 친문 대 비문 계파 대결 조짐…대선 후보 ‘문재인이냐 아니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8월 9일과 8월 27일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여야 전당대회는 비정상적인 비상대책위 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두 가지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나는 지난 4ㆍ13 총선 참패에 대한 성찰과 책임을 묻고 동시에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반영시키기 위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여야 모두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누가 당 대표로 선출 되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 후보 경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 ‘후보 단일화’ 관건…대선 가변적

이번 새누리당의 대표 경선은 역대 선거와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선출 방식이 다르다. 과거에는 1인2투표제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선출했지만, 이번에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뽑는 1인1표제가 채택되었다. 따라서 과거에는 후보들 간에 합종연횡과 연대가 빈번하게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 아래 <표>는 이번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을 비교․분석한 것이다.

<새누리당 당권 후보 비교․분석>

계파 후보 선수 지역구 사회 경력 정치 경력 장점 단점
친박 이주영 5선 경남 마산 판사 ▲박근혜 후보 특보단장 ▲해수부장관 ▲화합형 이미지 ▲당내 조 직 취약
한선교 4선 경기 용인 방송인 ▲국회 미방위 위원장 ▲원박 ▲낮은 대중적 인지도
이정현 3선 전남 곡성 당료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 및 민정수석 ▲호남 대표 정치인 ▲대통령 친위대 이미지
비박 정병국 5선 경기 앙평 YS 비서 ▲김영삼 정부 청와대 제2부속실장 ▲MB 정부 문화관광부 장관 ▲원조 쇄신파 남․원 ․정 출신 ▲낮은 대중적 인지도
주호영 4선 대구 수성 판사 ▲MB 정부 초대 정무장관 ▲박근혜 대통령 정무 특보 ▲친이/친친박과의 넓은 교감 ▲총선시 탈당후 무소속 출마
김용태 3선 서울 양천 정치컨설팅 ▲국회 미방위 간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위원장 내정 ▲개혁 성향 미미지 ▲친박의 비토 강함


누가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될까. ‘후보 단일화’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매일경제ㆍ한길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7월 23일)에 따르면, 새누리당에선 친박계 이정현 의원의 지지율이 12.5%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이주영 의원이 7.1%, 한선교 의원이 6.7%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고, 정병국 의원(4.2%)과 주호영 의원(4.1%), 김용태 의원(3.6%) 등이 뒤를 이었다.

이정현 의원은 성별로는 남성층, 연령별로는 50ㆍ60대 이상, 지역별로는 충청권과 TK(대구ㆍ경북)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이주영 의원은 PK(부산ㆍ경남)와 강원권에서 선전했다. 이렇게 비박 3인의 지지도가 낮을 경우, 막판에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비박 3인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고 친박 후보들이 끝까지 완주하면 누가 승리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 ‘1비박 3친박’ 구도에서는 과거 1987년 ‘1노3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36.6%의 저조한 득표로 승리한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표>에서 보듯이 이주영 장관이 정치 경력과 경륜에서 이정현 의원보다 앞서고 계파색이 엷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유일한 친박 영남 후보라는 것도 이주영 의원에게는 유리한 점이다. 더욱이 경선 막판에 ‘이주영-이정현 양강 구도’가 고착화 될 경우, 비박계는 강성 친박인 이정현 의원보다 이주영 의원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은 선거인단 70%, 여론 조사 30%로 결정된다. 친박 국회의원들이 전체 의원 중 70% 정도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원외 당협 위원장들이 총선 패배 책임을 친박에게 묻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8월 1일로 예상되는 원외 위원장들과 당권 후보들간의 난상 토론회 결과가 선거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 대의원들은 가장 정치적으로 학습을 받은 사람들이다. 누가 국민과 대의원들의 가슴에 불을 지필 수 있는 비전과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지, 누가 친박과 비박으로 상징되는 계파 정치를 청산하고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 누가 미래 권력을 만들려는 현재 권력을 설득하고 제어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를 토대로 전략적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전당대회에서 비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내년 대선 구도는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 당장 반기문 총장을 영입해 무혈입성하려던 친박의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새 지도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반기문 영입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모종의 정치적 결단을 할 수도 있다. 국민대통합을 명분으로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연대하는 정치 실험으로 대권 구도를 한방에 바꿀 수도 있다.

한편, 친박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 될 경우, 현재 권력이 미래 권력을 만들려는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한 손엔 반기문, 다른 손엔 오세훈 카드를 들고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그런데, 정치란 묘한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가령 박 대통령이 임기 말 정권의 도덕성을 강타하는 돌발 변수에 의해 깊은 레임덕에 빠질 경우 새누리당 대권 구도는 현재 권력이 주도하기보다는 오히려 ‘반기문-김무성’ 연대가 힘을 발휘할 수 도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PK에서 돌풍을 일으킬 경우, TK(박근혜)와 충청(반기문) 연대만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요원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PK를 대표하는 김무성이 킹이 아니라 킹메이커로 등극할 수도 있다.

더민주 ‘문심(文 心)’최대 변수…대선 후보 다양화 필요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 경선도 외형상 친문(親文,친문재인) 대 비문의 계파 패권 경쟁으로 흐를 조짐이 보인다. 비문의 이종걸 전 원내대표가 고심 끝에 출사표를 던져 4인 경쟁체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출마 이전에 더민주 전대는 “친문이냐, 덜 친문이냐” 하는 변수만 있어 흥행 참패가 예상됐다. 이 의원의 출마는 이런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정치 경험이 적은 김상곤 전 혁신 비대원장을 제외하고 ‘추미애-송영길-이종걸’ 3인간에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더 민주 당권 후보 비교․분석>

계파 후보 선수 지역구 출신지 정치 경력 장점 단점
친문 추미애 5선 서울 광진 대구 ▲전민주당 대표 ▲전 새정연 최고위원 ▲DJ 직계 세력 ▲과거 반노 세력의 핵심
송영길 4선 인천 계양 호남 ▲전 인천시장 ▲86 세대 대표 인물 ▲강한 운동권 이미지
김상곤 - - 호남 ▲전 새정연 혁신위원장 ▲친문 색채가 엷음 ▲정치 경험 전무
비문 이종걸 5선 경기 안양 서울 ▲전 더민주 원내대표 ▲비주류 대표주자 ▲급진 이미지와 막말 파동


더민주 당 대표 경선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는 결국 文心(문재인 의중)이 어디로 향햐느냐에 달려있다. 김상곤 전 위원장과 송영길ㆍ추미애 의원까지 3파전을 벌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매일경제ㆍ한길리서치 여론조사(7월 23일)에 따르면, 송 의원은 15.5%, 추 의원은 15.0%를 기록했다. 김 전 위원장은 12.4%로 뒤를 이었다. 송 의원은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 19.1%를 기록하면서 추 의원(15.8%)과 김 전 위원장(10.6%)보다 앞섰다. 서울에선 송 의원이 17.3%, 추 의원이 16.4%를 기록했고, 김 전 위원장이 11.2%로 뒤를 쫓았다. PK에선 추 의원이 12.9%로, 송 의원(11.5%)과 김 전 위원장(8.3%)보다 앞섰다. 다만 ‘없음’, ‘잘 모른다’, ‘무응답’ 비율이 57.1%인 만큼 남은 기간 동안 표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민주는 당 대표 경선에 대의원 투표 45%, 권리당원 투표 30%, 여론조사 25%(국민 15% 당원 10%)를 합산해 반영한다. 그런데 10만명에 이르는 ‘온라인 당원’들의 표심이 당 대표 경선의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이들 온라인 당원들은 작년에 문재인 전 대표가 궁지에 몰렸을 때 문재인을 구하기 위해 당원이 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온라인 당원들은 친문 성향으로 편중돼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국 대의원이 되려면 권리당원 1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일부 온라인 당원들이 SNS 채널을 통해 추천인을 모집에 나설 정도로 이들은 당 대표 경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온라인 당원들은 새누리당 대의원과 같이 정치적으로 세련된 집단으로 고도의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들의 선택 기준은 아마도 누가 문재인 전대표의 확장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와 새 대표가 문 전 대표와 어느 정도 밀월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이다.

송영길 의원은 “강한 야당, 경제 위기 대응책 마련, 수권비전위원회 설치, 호남민심 회복과 야권통합, 남북화해협력 계승발전” 등의 5대 공약을 제시하면서 당대표에 출사표를 던졌다. 핵심은 호남 출신인 송 의원이 제기한 호남 민심 회복이 이뤄지면 문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대의원과 권리 당원들은 송 의원을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당 대표 송영길, 원내 대표 우상호’ 체제가 구축되면 오히려 운동권 정당으로 회귀될 것을 우려하는 친문 세력은 송 의원 지지를 유보할 수도 있다.

한편, 추미애 의원은 DJ의 직계로 분류될 만큼 오랜 기간 호남에서 어느 정도 지지 세력을 갖고 있다. 추 의원은 이미 지난달 12일 ‘야권의 심장부’ 광주를 찾아 호남민심에 출사표를 던지며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추 의원이 대구 출신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결국 더민주 당 대표 경선은 ‘추미애-송영길 양강 구도’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향후 더민주 대선 후보 경선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손학규 전 상임 고문의 정계 복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때 손학규계로 분류됐던 송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손 전 고문도 더민주를 탈당하기 보다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지 모른다. 당장은 더민주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하다가 국민의당으로 가든지 아니면 더민주로 갈지를 결정할 것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노골적으로 앞장서는 당 대표가 선출되면 더민주는 또 다시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더민주의 원혜영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무난히 대선 후보가 되면 대선도 무난히 진다”며 “차기 당 대표는 내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치러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후보는 당을 초월해 범야권 전체가 경쟁해 선출해야 한다”며 “(문재인 전 대표뿐만 아니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손학규 전 대표 등이 야권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하튼 문재인 전 대표가 ‘제2의 이회창’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민주의 새 당 대표의 역할은 막중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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