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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대선 경선 ‘대세론’ 무너질 수 있다

‘예비 대선’ 경선 ‘대세론’ 바뀔 수 있어…문재인ㆍ안희정 경쟁 주목

2002년 민주당ㆍ2007년 한나라당ㆍ2012년 민주통합당 경선 ‘대세론’ 무너져

문재인ㆍ안희정 누가 후보돼도 대권 가능… ‘文 대세론’바뀔지 주목

탄핵 결과 따라 대선 후보 영향 달라져…보수ㆍ진보 각각 결집하면 안희정 불리

경선룰 대선후보 운명 가를 수도…손학규ㆍ안철수 대결 결과 대선판 영향

대선의 시작은 경선이다. 각종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도 합이 7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세인의 관심은 온통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희정 지사가 경선에서 과연 철옹성 같은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정당 경선에서 대세론이 무너진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민주당) 경선, 2007년 한나라당 경선, 2012년 민주통합당 경선이 이에 해당된다.

경선에서 ‘대세론’무너진 경우 여러 차례

2002년 1월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은 대한민국 정당 사상 처음으로 당원(50%))과 국민(50%)이 동시에 참여하는 국민경선제를 도입했다. 또한 전국 16개 시ㆍ도를 순회하면서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이회창 총재의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일명 16부작 정치 드라마로 불렸던 국민경선제는 노무현을 비롯해 김근태, 김중권, 유종근, 이인제, 정동영, 한화갑 등이 출마했다. 국민 경선이 도입되기 이전에 민주당 부동의 1위는 이인제였고, 노무현은 군소 후보로 지지율은 5% 미만이었다. 3월 9일에 실시된 첫 번째 제주 경선에서 한화갑 후보가 의외의 1위를 차지했고, 노무현은 득표 3위를 기록했다. 두 번째 울산 경선에서는 인상적인 연설을 한 노무현이 예상대로 1위를 차지했다.

3월 16일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자 민주당의 근거지인 광주 경선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노무현 후보가 595표를 얻어 이인제(491포), 한화갑(280표), 김중권(148표), 정동영(54표)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호남에서 영남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서 그야말로 ‘노무현 바람’(盧風)이 불기 시작했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여론조사의 힘이 컸다. 3월 13일 문화일보와 SBS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무현과 이회창이 양자 대결을 벌일 경우 노무현이 41.7%로 이회창(40.6%)을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대선 주자 지지도 여론 조사에서 이회창이 민주당 후보에 뒤처지는 결과가 나온 것은 대선 구도가 형성된 이후 처음이었다. 여하튼 광주 경선 직전 이회창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노무현에게 유리하게 작동했다.

광주 경선 직후 이인제의 지역 기반인 대전ㆍ충청권에서 일격을 당해 노풍이 꺾이는 듯싶었지만 대구(1137표)에서 이인제(506표)를 두 배 이상 앞서면서 돌풍을 이어갔다. 이후 노무현은 강원도와 전남, 전북, 경북을 비롯한 거의 전 지역을 석권해 나갔다. 결국 이인제 후보는 부산 경선을 앞두고 사퇴했다. 노무현 후보는 2002년 4월 26일, 서울 경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경선이 끝난 4월 말 노무현의 지지율은 당시 역대 대통령 후보 가운데 사상 최고치라는 60%를 기록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도 큰 틀에서 보면 대세론이 무너진 사례다. 당시 한나라당 경선인단은 당원 50%, 국민 50%를 토대로 전당대회 대의원 4만5717명(20%), 당원 선거인 6만9496명(30%), 일반 국민 6만9496명(30%), 여론 조사(20%)로 구성되었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처음으로 여론조사가 사용되었다.

박근혜 후보는 2004년 2월부터 2년 3개월 동안 한나라당 대표를 맡아서 조직과 인지도 면에서 이명박 후보를 크게 앞섰다. 특히, 박근혜는 2004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몰락 직전에 있었던 한나라당의 대표를 맡아 4월 총선에서 121석을 얻어 극적으로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 각종 재ㆍ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40전 전승을 이끈 그야말로 ‘선거의 여왕’이었다.

하지만 정작 2007년 8월 20일에 실시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서울시장 출신인 이명박 후보에게 1.5% 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이명박 후보는 여론조사 1만6868표(51.6%), 선거인단 6만4216표(49.1%)를 얻어 총 8만1084표(49.6%)를 얻었다. 반면, 박근혜 후보는 여론조사 1만3986표(42.7%), 선거인단 6만4648표(49.4%)를 얻어 총 7만8634표(48.1%)를 얻었다. 박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이 후보에게 0.3% 포인트 앞섰지만 여론조사에서 8.9% 포인트 차이로 패배함으로써 결국 경선에서 패배했다.

박 후보는 ‘이명박이 본선에서 필패할 부패하고 불안정한 후보’라고 비방했지만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승복했다. 박근혜의 ‘아름다운 승복’은 경선 불복과 탈당이 전통처럼 굳어진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언론은 이명박의 승리보다 박근혜의 경선 승복을 더 크게 다루고 더 높이 평가했다. 당시 언론은 박근혜의 승복은 민주주의 원칙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호평했다. 그 이후 박근혜는 원칙과 신뢰의 아이콘이 되었고, 이런 정치적 자산은 훗날 대통령이 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경선룰 따라 대선주자 희비 갈려

2012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비서실장 출신인 초선의 문재인 후보가 예상을 깨고 손학규 전 대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민주당은 당원, 비당원도 누구나 선거인단으로 등록만 하면 투표할 수 있는 완전국민경선제를 채택했다. 모바일 투표, 투표소투표(시ㆍ군구), 순회투표(대의원 투표)도 채택했다. 또한,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1∼2위 간의 결선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예비 경선을 통과한 손학규, 정세균, 문재인, 김두관, 박준영 등 5인이 격돌했다.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의 선거인단은 총 108만3579명이었고, 최종 투표율은 56.7%(61만4257명)이었다.

선거결과는, 결선 투표 없이 문재인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문 후보는 모바일 투표와 현장투표, 투표소투표 득표수를 합산한 결과, 34만7183표(56.5%)를 얻어, 13만6205표(22.2%)를 얻은 손학규 후보를 20만표 이상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따돌렸다. 김두관 후보 8만7842표(14.3%), 정세균 후보는 4만3027표(7.0%)를 얻는데 그쳤다.

문 후보 승리의 일등 공신은 모바일 투표였다. 손학규 후보가 대의원 투표에서 계속 우위를 차지했지만 결국 모바일 투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모바일 투표에서 문 후보는 33만6717표를 얻은 반면, 손 후보는 12만7856표를 얻는데 그쳤다. 2012년 9월 16일에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 후보는 “‘협력과 상생’이 오늘의 시대정신”이라며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 공감과 연대의 리더십을 펼쳐 변화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의당에 합류해 대선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손학규 의장은 지난 2012년 악몽 때문에 모바일 투표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의당 경선 룰 TF 팀은 모바일 투표는 제외하고 TV토론을 청취한 뒤 시청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선호 후보를 묻는 방식의 ‘공론조사’를 여론조사와 함께 최대 30%까지 반영하고, 70%는 현장투표로 실시하는 중재안을 내놓고 있다.

만약 모바일 투표가 최종 배제되면 호남 의원들과 박지원 대표의 지지를 받는 손 의장이 안철수 의원과 상대로 한번 해볼만 하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의당 경선에서 손 의장이 안 의원을 꺾는 이변이 일어나면 대선 판도는 급변할 수 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문(非文) 세력을 이끌고 개헌을 고리로 손 의장과 연대할 수 있다. 남경필 지사는 “바른정당은 ‘좌표’를 잃고 서서히 죽어간다. 살아나는 유일한 길은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라고 했다. 만약, 바른 정당과 정운찬 전 총리가 경선에서 승리한 손 의장과 결합하면 죽어가던 제3지대론이 급부상할 수도 있다. 과연 손학규 바람이 불지 두고 볼 일이다.

탄핵 따라 보수ㆍ진보 나뉘면 안희정 불리

2017년 민주당 경선 방식은 2012년과 큰 차이가 없다. 완전국민경선제, 결선투표제, 모바일 투표제 등이 채택되었다. 참여를 원하는 일반 국민이 선거인단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들의 투표가 대의원이나 권리당원 투표와 동등한 가치를 갖도록 했다. 대의원ㆍ권리당원의 투표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국민참여경선’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역선택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가령, 박사모를 비롯해 반 문재인 성향이 강한 보수층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에 문재인을 낙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민주당 선거인단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뛰어넘는 200만명 이상이 참여한다면 역선택의 문제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역선택의 최대 수혜자는 안희정 지사가 될 수 있다.

국가미래원ㆍJPD 빅데이터 연구소는 ‘전화(여론조사) 민심’과 ‘포털(사이트) 민심’을 결합해 ‘정치민심지표’를 개발했다. ‘전화 민심’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 8개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주자들의 지지율을 평균 낸 지표다. 여론조사 지지율 50%를 5점으로 환산했다. ‘포털 민심’은 구글, 네이버, 다음 등 3대 포털 뉴스의 주자별 주간 언급량을 계량화한 수치다. 전체 뉴스에 언급됐을 때 5점을 주는 식으로 환산했다.

최근 조사 결과(2월 4주차), 문재인 전 대표는 ‘확고한 1위 속 정체’, 안희정 지사는 ‘상승세 주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높은 관심에도 지지율이 하락하는 ‘지지율 역설’ 현상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전대표는 전화, 포털 민심 모두 굳건한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2월 내내 제자리걸음(3.4→3.7→3.5→3.5)을 걷고 있다. 여전히 확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1) ‘정치민심지표’ 추이

한편, 안 지사의 정치 민심 지표는 연속 상승(1.7→2.2→2.6→2.7)했다. 하지만, ‘선의 발언’ 이후 지난 2월 4주 조사에서는 포털 민심은 8% 늘었지만 전화 민심은 3% 포인트 하락했다. 헌재의 탄핵 결정을 앞두고 안 지사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것은 위험한 신호다. 황 권한대행은 2월 4주 차에 전주 대비 포털 민심은 33%나 상승했지만 전화 민심은 거꾸로 29%나 떨어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결과(2월 26일), 문 전 대표는 34.9%로 1위, 안 지사는 18.2%로 2위, 황 권한대행은 12.3%로 3위를 유지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정당 후보별 대선 구도에서의 지지율이다. 문재인 전 대표(민주당) 45.1%,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한국당) 16.0%, 안철수 의원(국민의당) 15.1%, 유승민 의원(바른정당) 6.4% 순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안희정 지시가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어도 결과는 비슷했다. 안 지사(민주당) 44.2%, 황 대행 19.9%, 안 전 대표 13.7%, 유 의원 6.5% 순으로 조사됐다.

이런 조사 결과가 갖는 함의는 민주당 후보로 누가 나와도 승리할 수 있다면 안 지사가 주장하는 더 좋은 정권교체 구호가 먹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많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 최종 결정 이전에 하야하면 대선 흐름이 바뀔 수 있다. 탄핵이 인용이 되지 않고 기각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황교안 권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림2) <문재인 정치 민심 지표 추이>

<안희정 정치 민심 지표 추이>

더구나, 홍준표 지사가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할 경우 자연스럽게 보수층이 결집하게 되고, 대선 구도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재편될지 모른다. 한편,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보수의 결집은 더 강해질 것이다. 이럴 경우, 중도ㆍ보수층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지사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안풍(安風)이 미풍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갤럽의 최근 조사(2월 28일-3월 2일)가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 준다. ‘특검 연장 불가’와 ‘태극기 집회’ 등으로 보수층이 결집한 한국당이 지난주보다 2%p 상승한 1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바른 정당 지지도는 5%에 불과했다. 한국당은 60대 이상에서 28%로 1위, 보수층에서도 33%로 1위를 차지했다.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지난 주와 비교하면 문재인은 2% 포인트 상승한 34%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한편, 안 지사는 6% 포인트나 하락해 15%였다. 20%대에서 10%대로 추락했다. 안철수 의원은 1% 포인트 상승했지만 10%대 벽을 넘지 못하고 9%로 3위를 차지했다. 이재명과 황교안은 각각 8%의 지지로 변함이 없었다.

정청래 민주당 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경선 승리를 점쳤다. 2012년 대선 경선과 마찬가지고 1차 투표에서 결판이 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 지사는 선의 발언과 자유 한국당을 포함하는 ‘연정 협의체’ 구성 발언 이후 지지율이 추락하는 역풍에 맞이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3월 2일 안 지사의 ‘연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 “탄핵을 반대하고 특검연장을 반대하는 세력과 지금 이 단계에서 함께 손잡겠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경선을 앞두고 기존 전략을 대전환해야 할지 모른다. 과연 안 지사가 앞으로 있을 10차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선거는 끝나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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