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도 못 잡은 ‘법꾸라지’, 검찰은 수갑 채울까?

검찰, 전담팀 배치 통해 구속 수사에 전력 기해

특검이 적시한 11가지 범죄사실, 검찰이 풀어야

청와대 입성 후 기업으로부터 받은 수억 원 ‘뇌관’ 부상 가능성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은 이번에도 법망을 피해갈 수 있을까. 수사가 마무리된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건네받은 검찰은 첨단범죄수사2부에 우 전 수석 사건을 맡겼다. 일명 ‘우병우 전담팀’인 첨수2부를 이끄는 이근수 부장검사(46ㆍ사법연수원 28기)는 우 전 수석이 수사기획관이던 2010년 대검에 함께 있었지만 직접 지휘를 받지는 않았다. 첨수2부에 속한 나머지 검사 8명도 우 전 수석과 큰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검찰은 우 전 수석 소환조사 당시 여론에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에서 팔짱을 끼고 수사팀 관계자와 대화하는 우 전 수석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황제 수사’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검찰은 전담팀까지 두며 우 전 수석 수사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향후 수사 진행을 봐가면서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재판을 맡고 있는 첨수1부(부장 손영배)도 추가 투입할 수 있다고 했다. 광범위한 의혹, 검찰은 풀 수 있을까

특검은 구속영장에 적시된 우 전 수석의 범죄사실이 총 11개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ㆍ외교부 공무원 인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직무를 방해한 혐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진상을 은폐하는 등 직무유기 혐의,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 등이 포함됐다. 특검은 11개 범죄사실 관련 총 25권 수사기록 및 16권 분량의 고발 사건을 검찰에 인계했다.

이 중 박영수 특검이 수사 종료 후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언급한 두 가지, 세월호 수사 압력과 가족회사 정강 관련 의혹이 주목된다. 세월호 수사 압력은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 6월 세월호 사건 수사와 관련해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청와대와 통화내역이 담긴)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는 압수수색 하지 말라'는 취지로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이에 우 전 수석은 지난 12월 국정조사 청문회 당시 압수수색을 놓고 수사팀과 해경 사이의 이견을 파악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박 특검은 “세월호 수사 압력 (의혹) 같은 것은 솔직한 얘기로 압력이 인정되는 것이다"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특검 발언에는 이유가 있었다. 특검 수사를 통해 당시 수사팀 관계자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이다. 우 전 수석뿐만 아니라 김진태 전 검찰총장도 압력을 행사했다고 이 관계자는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검찰총장은 변찬우 전 광주지검장에게, 우 전 수석은 해경 수사 전담팀장인 형사2부 윤대진 부장검사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수사팀 해체와 지방선거 뒤까지 수사 연기 등의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파악했다. 이를 근거로 박 특검이 수사압력 여부에 대해 자신 있게 얘기한 것이다.

박 특검은 우 전 수석 가족회사 정강에 대해서도 “우 전 수석과 그 일가, 정강 관련 법인들에 대해 정밀한 자금 흐름을 조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1993년 설립된 정강은 2013년 4월, 우 전 수석이 검찰을 떠나 변호사 활동을 시작할 때를 기점으로 자산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검은 정강의 자산 증가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의 수임료 중 일부가 정강 법인 계좌로 흘러 들어갔을 경우도 의심했지만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 조사하지 못했다. 정강의 고가의 미술품 구입도 석연치 않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7월 4억여 원 상당의 서화를 구입하면서 개인 계좌의 돈으로 대금을 치렀지만 해당 서화는 정강 회사 자산으로 등록된 것이다. 검찰의 정밀한 자금 흐름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우병우, 정말 최순실을 몰랐을까

우 전 수석은 시종일관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를 모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검 수사에서 납득하기 힘든 진술이 나왔다. 지난해 초 우 전 수석의 부인과 김영재 원장 부인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컬 대표와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더 의심스러운 것은 우 전 수석 부인과의 통화기록에 대해 박 대표가 “당시 최순실씨와 통화했다. 최씨가 우 전 수석 부인의 전화기를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 박 대표가 사용한 핸드폰은 이영선 행정관이 최순실씨와 연락할 때 사용하라며 만들어 준 대포폰이었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최씨가 박 대표와 통화할 당시 우 전 수석 부인과 함께 있었거나 우 전 수석 부인이 자신의 핸드폰을 최씨에게 빌려줬다는 얘기가 된다. 어떤 경우이던 최씨와 우 전 수석 부인이 핸드폰을 빌려 줄 만큼 가까운 사이임을 보여주는 정황이라는 것이 특검 측 주장이다.

박 대표가 최씨가 아닌 우 전 수석 부인과 직접 통화했다고 해도 의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 전 수석이 김영재-박채윤의 사업과 관련한 특혜를 모를 리 없었을 거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우 전 수석 부인과 최씨가 긴밀한 관계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직접 통화 내역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특검 조사와 자신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에게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고 안 전 부부에게 무료 피부시술을 제공했다고 인정했다.

청와대 입성 후 입금된 수억 원

현재까지 제기된 우 전 수석 관련 의혹 중 돈에 대한 내용은 가족회사 정강과 변호사 수임료 등에 대한 내용이 전부였다. 하지만 특검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이 청와대 입성 후 기업들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돈의 성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2014년 5월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직후 여러 기업으로부터 수 억원의 돈이 우 전 수석 계좌로 입금됐다. 우 전 수석 외에 가족회사 정강에도 모두 30억~40억 규모의 돈이 들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런 정황을 포착하고 우 전 수석의 관련 계좌 금융 거래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돈을 보낸 쪽은 우 전 수석이 변호사로 활동할 때 사건을 수임했던 기업이나 기업 관계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돈의 성격이다. 변호사 수임료를 뒤늦게 받았다면 문제가 없으나, 만약 청와대 입성 이후 돈을 보낸 기업 측에 받던 수사나 재판에 우 전 수석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다.

실제로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비서관 내정 직후 자신이 맡은 기업 사건 재판 문제로 검사를 만나 변론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특검은 뇌물죄 가능성을 두고 수사에 나섰지만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관련 기록을 검찰에 넘겼다.

전담팀까지 꾸렸지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

특검에서 검찰로 사건이 이첩되자 검찰은 첫 수사 당시보다 10명가량 줄어든 검사 31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그 중에서 9명을 ‘우병우 전담팀’으로 배치했다. 수사 투입 검사 인력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특검 수사 결과, 우 전 수석이 지난해 7월~10월까지 검찰 수뇌부와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 수장인 김수남 검찰총장과는 지난해 8월16일, 23일, 26일 등 세 차례 우 전 수석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8월16일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 누설 정황이 보도된 날이고, 23일은 검찰이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우병우ㆍ이석수 특별수사팀'을 출범한 날이다. 26일은 검찰의 우 전 수석 가족회사 '정강' 사무실 압수수색 3일 전으로,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에서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씨 태블릿 PC 관련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25일에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도 통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정강의 자금 횡령 혐의 등을 대검에 수사 의뢰한 지난해 8월 18일에는 김주현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10여 분간 통화했다.

김수남 검찰총장과 우 전 수석의 통화에 대해 검찰은 "검찰 사무를 총괄하면서 출장 등 필요한 업무상 전화와 일반적 행정 사항에 대해서는 민정수석이던 우 전 수석과 통화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당시 통화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박 특검은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발부된다”고 단언했지만 검찰 관계자는 "(박 특검이) 무슨 의도에서 한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 전 수석에 대한 사건 기록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특검과 검찰의 미묘한 신경전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허인회 기자 hmhs18@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