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대륙, 땅끝 해변에 몸을 맡기다

인도의 땅끝으로 치달을수록 몸은 나른해지고 눈은 신기루를 만난 듯 어지럽다. 꼬발람은 인도 께랄라주 제일의 해변 휴양지로 인도인들에게는 ‘신이 축복한 땅’으로 불리는 곳이다. 10억 대륙의 끝자락, 인도 남쪽 바닷가에서 맞닥뜨리는 풍경들은 이채로운 모습들로 채워진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꼬발람 해변의 전경은 아득하다. 수백 개의 어선들이 빼곡하게 도열해 있는데 해변과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꼭지점까지 배들의 행렬은 끝이 없다.

초승달같은 해변, 낭만적인 등대 등이 인상적인 꼬발람은 20세기 초반, 영국인들에 의해 개발되기 시작했다. 해산물, 과일, 또디(코코넛 술)를 팔던 열대 해안 마을인 꼬발람은 30여년전에는 히피들의 아지트로도 사랑받았다. 또디에 적당하게 기분이 취한 이방인들은 낯선 해변에서 낭만을 향유했다.

초승달해변의 아유르베다 체험

그 자유로운 땅에 최근까지 고급 리조트들이 차곡차곡 들어서고 있다. 꼬발람 해변의 북쪽은 동남아의 휴양지에서나 만날 수 있는 리조트가 군락을 이룬다. 성수기인 12월에서 1월 사이를 벗어나면 현지인의 삶이 뒤엉킨 제법 한적한 해변이 여행자들을 반긴다. 해질무렵,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당기는 꼬발람의 풍경은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기도 하다.

꼬발람이 유럽인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끄는 것은 자연친화적인 체험과 아유르베다 마사지 때문이다. 소마테람, 마날테람 리조트 등은 몸을 치유하는 아유로베다 마사지를 테마로 한 리조트들이다. 이곳 리조트의 숙소에는 에어컨도 텔레비전도 냉장고도 없다. 열쇠 역시 전통자물쇠다. 리조트 마당 가득히 허브 식물들이 심어져 있고 식단은 대부분 채식으로 꾸며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요가를 배우고 허브향 나는 마당에서 낮잠을 즐긴 뒤 저녁이면 온몸에 기름을 듬뿍 바르는 아유로베다 마사지에 몸을 맡긴다. 유러피안들은 그렇게 몇 주를 머물다 가곤 한다.

이곳 꼬발람에서 인도의 남쪽 땅끝마을인 깐야꾸마리까지는 차로 불과 1시간 거리다. 좁은 길목사이로는 세발달린 모터사이클인 노란색 오토 릭샤가 달린다. 남쪽 해변으로는 뿔린꾸디, 쪼와라 등 여유로운 마을들이 이어진다. 낯선 해변들 뒤로 들어선 깐야꾸마리는 인도양과 아라비아해가 만나는 성스러운 땅이다. 이곳에서 해와 달이 뜨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다시 꼬발람 해변에 머물며 석양의 바람을 맞았다.

왕조의 사원 간직한 트리밴드럼

꼬발람에서 께랄라주의 주도인 인근 트리밴드럼으로 나서면 도시의 번잡한 풍경들과 조우한다. 30m 높이의 흰 고뿌람(힌두교 탑)이 인상적인 스리 빠드마나바스와미 사원은 전형적인 남인도 사원양식을 갖추고 있다. 사원은 남인도 트라방코르 왕조의 후손들에 의해 400년간 관리되고 있다. 복장을 갖춘 힌두교도만 출입이 가능할 뿐 외지인의 입장은 엄격히 통제된다.

사원 앞 재래시장에서는 ‘맛살라’라는 향료가게들이 눈길을 끈다. 무더운 날씨의 남부 인도인들에게 향신료는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존재다. 어느 집에 들어서던 화려한 향에 취하게 된다. 트리밴드럼에서는 트라방코르 왕조의 뿌딴말리까 궁전이나 시민공원 등이 두루 둘러볼 곳이다.

인도 남부에서는 느리게 흐르는 풍경 속에 의외의 장면과 맞닥뜨리는 일이 다반사다. 눈에 익은 정경이 반복되다가도 우연히 발견한 나른한 일상에 넋을 빼앗기곤 한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코친이나 트리밴드럼이 남부 인도의 주요 관문이다. 한국에서는 뭄바이를 경유한뒤 코친 등까지 항공편이 운항중이다. 싱가포르와 첸나이를 거쳐 이동할 수도 있다. 인도 입국시에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하다.

▲음식=남부 인도에서는 쌀가루를 얇게 부친 아팜에 이곳 향신료인 맛살라 카레를 곁들여 먹는게 일반적인 음식이다. 향신료의 고장답게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향신료를 구입할 수 있다. 해산물 카레 등 퓨전요리도 현지레스토랑에서 맛볼수 있다.

▲기타정보=통화는 루피화를 사용하며 호텔 등에서 편리하게 환전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비가 적게 내리는 10월부터 5월까지가 방문 적기다. 전원기구를 사용하려면 멀티 커넥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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