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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검찰의 창, 박근혜 방패 뚫을까

  • 뇌물수수 등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檢, 박 전 대통령 구속 승부수…朴, 혐의 대부분 부인, ‘구속’ 불가피?

檢, 미르ㆍK스포츠재단 조사에 가장 많은 시간 할애해

최순실 사익 추구에 朴 “모르는 일”

朴 구속 여론 압도적, 세월호 바람도 영향

朴 구속 여부, 대선에 미칠 영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지난 21일 오전 9시 25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짤막한 말만 남기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조사 절차를 모두 마치고 나온 시각은 이튿날인 22일 오전 6시 55분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머문 시간은 총 21시간 30분이다. 검찰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중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16시간 20분,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시간을 훌쩍 넘는 최장 시간 기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조서 열람 시간도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검찰 조사는 21일 밤 11시 40분 경 종료됐지만 조서 열람은 7시간 넘게 소요됐다. 박 전 대통령은 조서를 열람하며 단어, 문구, 문맥 등이 자신에게 불리한 식으로 적힌 경우 최대한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 조서 열람은 각각 1시간22분, 2시간50분이 걸렸다.

검찰은 조사에서 삼성 특혜와 관련한 433억 원대 뇌물 혐의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금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한웅재(47·사법연수원 28기) 부장검사와 특수1부 이원석(48·27기) 부장검사가 맡았다. 21일 오전 9시 35분부터 오후 8시 35분께까지 약 11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한 한 부장검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1기부터 수사에 참여한 한 부장검사는 지난 1월 열린 최순실 씨 첫 공판에서 “대통령이 최 씨와 공범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오후 8시40분부터 수사 바통을 넘겨받은 이 부장검사는 오후 11시40분까지 3시간동안 박 전 대통령을 조사했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해 국정농단 수사 초기부터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수사를 담당하기도 했다. 그가 속한 특수1부는 삼성·SK·롯데 등 대기업 뇌물 의혹을 수사한 부서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검찰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이에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23일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빠져나갈 구멍 없는 ‘공무상 비밀누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뇌물 또는 제3자 뇌물, 공무상 비밀누설 등 총 13가지다. 지난 21일 조사에서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삼성그룹 뇌물 혐의,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 등을 중점적으로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잘 모른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일부 의혹에 대해선 기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범죄 의도가 없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검찰이 혐의점이 명확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지난해 10월 24일 JTBC의 태블릿PC 보도를 통해 실체가 드러났다. 태블릿PC에 담긴 청와대 문건 때문이었다. 이튿날, 박 전 대통령은 1차 대국민 담화에서 “일부 연설문과 홍보물 표현에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고 문서 유출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연설문 수정 이유를 “국민들이 보다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일부 표현에 관해 주변의 의견을 청취한 것”이라며 “발표되기 직전에 최순실의 의견을 구한 것이어서 그 내용이 미리 외부에 알려지거나 국익에 반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없었기에 공무상비밀누설이라 보기 어렵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도 “연설문 등에서만 일부 조언을 받았을 뿐 비밀 문서를 전달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측의 이 같은 주장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증언과 녹음파일로 인해 크게 설득력을 잃었다. 헌재 역시 탄핵 심판 판결에서 “피청구인(박근혜)의 지시와 묵인에 따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에게 많은 문건이 유출되었고, 여기에는 대통령의 일정ㆍ외교ㆍ인사ㆍ정책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며 “피청구인은 최서원에게 문건이 유출되도록 지시 또는 방치하였으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0조의 비밀엄수의무 위배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한미 정상회담, 부동산 정책 등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30건 등 119건의 청와대 문건이 담겨있는 최순실 씨 외장하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다른 사안보다 명백한 물증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은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공무상 비밀 누설이 인정될 경우 해당 공무원은 2년 이하의 징역,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미르·K스포츠 출연금, 강요에서 뇌물로?

검찰 특수본 1기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 원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강요 등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출연금을 낸 대기업에 대해서는 피해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특검은 삼성의 재단 출연금 204억 원을 경영권 승계에 정부의 조직적 지원을 받는 대가로 판단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삼성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재단 출연금을 놓고 검찰과 특검 수사 결과가 법리적으로 충돌하자 검찰은 고심에 빠졌다. 박 전 대통령에게 강요 등 혐의를 적용할 경우 특검이 최순실 씨에게 적용한 뇌물수수 혐의도 강요죄로 변경되고 동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도 일부 무죄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소환 전인 지난 17일 “박 전 대통령 소환 이후 최순실 씨 공소장 변경을 결론내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사장 등 삼성 외 대기업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재단 출연금에 대해 특검 수사 결과인 ‘뇌물수수’ 적용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박 전 대통령 조사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됐다.

검찰 특수본 1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을 수사했던 한웅재 부장검사는 총 조사시간 12시간 중 9시간 가깝게 박 전 대통령을 추궁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함께 두 재단 구상과 설립에 얼마나 공모·관여했고 이를 위해 어떤 지시를 내렸으며 대기업 총수들과의 독대과정에서 부정 청탁이 오갔는지 전반적인 재단 조사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조사에서 한 부장검사는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강요한 사실이 있는지', '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에 민원 해결을 약속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캐물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문화융성·경제 발전을 위해 재단 설립을 지원했을 뿐 출연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한 부장검사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통화녹음 파일 등 물증을 제시하며 사실관계를 따져 묻자 박 전 대통령은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겠다”고 하거나 “지시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불법행위를 요구한 적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재단 기금 조성과 관련 헌재도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헌재 탄핵 심판 결정문에는 “피청구인(박근혜)이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공권력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준과 요건을 법률로 정하고 공개적으로 재단을 설립했어야 했다”며 나와 있다. 하지만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 하여금 재단법인에 출연하도록 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해당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대통령과 대기업 간의 대가성 여부는 비켜나갔다. 헌재는 또 ‘피청구인으로부터 출연 요구를 받은 기업으로서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이고 응하지 않을 경우 기업 운영이나 현안 해결과 관련해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등으로 사실상 피청구인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 측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수차례 수정한 조서와 SK, 롯데 등 두 기업 고위관계자 조사 내용을 비교 분석해 뇌물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또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소환도 저울질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삼성과의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동안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사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수사했고, 관련 의혹이 꽤 규명됐기 때문에 사실 확인을 위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에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넘어간 승마훈련 지원비는 거래 자체를 몰랐고, 최 씨가 돈을 받았더라도 본인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최순실 사익 추구에 朴 “모르는 일”

검찰은 최 씨 및 최 씨 지인 회사에 일감을 주도록 대기업을 압박했다는 의혹도 캐물었다.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 동창 아버지 회사인 KD코퍼레이션에 현대자동차의 일감을 주도록 하고 최 씨의 차명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KT 광고를 몰아주도록 청탁한 혐의등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특혜를 준 적이 없다”며 “중소기업 애로사항 해결 차원에서 합법적 지원 방안을 살펴보라고 한 것”이라는 취지로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최 씨가 위법행위에 관여한 것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이와 관련해 불법적인 이익을 얻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기술이 좋은 중소기업이 있는데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민원을 전달받고, 평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도와줄 게 있는지 안 전 수석에게 살펴보라고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최 씨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도와주라고 안 전 수석 및 정 전 부속비서관 등에게 지시했는지 질문을 받자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혹은 “법 및 규정의 테두리 안에서 업무를 처리하라고 말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최 씨의 차명회사 플레이그라운드와 미르재단이, 더블루케이와 K스포츠재단이 각각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도 “계약 체결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에 부인했지만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의 사익 추구에 적극 동조했다고 인정했다. 헌재는 “우수 중소기업 지원이나 우수 인재 추천 등 정부 정책에 따른 업무 수행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업에 대하여 특정인을 채용하도록 요구하고 특정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청하는 등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사기업 경영에 관여했다”며 “최서원과 관계있는 사람들로 채용된 기업에서 최서원의 이권 창출을 돕는 역할을 했다”고 못 박았다. 특히 더블루케이를 콕 집어 “직원이 대표이사를 포함해 3명밖에 없고 아무런 실적도 없는 회사인데 우수 중소기업으로 알고 지원했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진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블랙리스트 사건을 처음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구체적 증언과 정황 때문이다. 유 전 장관은 지난 1월2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직접 가져온 메모지를 잡고 “블랙리스트는 정부가 예산이나 공공 자산을 가지고 정부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아주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핍박한 사건으로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다"며 "박근혜정부가 문화계 인사 차별과 배제를 위해 모든 공권력을 동원한 것은 민주주의 기본 질서 및 헌법 가치 훼손 행위”라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지난 2014년 1월과 7월 박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블랙리스트 실행) 하면 정말 큰일 난다'고 말씀드렸지만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라고 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1월25일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도 “대통령이 수첩을 보며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은 참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반대에 대한 보복성 인사조치에 대해 반대하자 박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라고 증언했다.

구속 vs 불구속, 검찰 구속 영장 청구하나?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지금은 조사에 집중하겠다’였다. 박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출연금, 또는 최순실 측에 넘어가거나 갈 뻔했던 뇌물 혐의 액수가 거액이라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죄가 가벼운, 뇌물을 준 측이 구속된 점을 들어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최순실 씨와 최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이미 구속된 점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지 않을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조계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미 지난해 '1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서 여러 혐의가 드러났고 이에 대한 물증과 진술이 대거 확보됐음에도 계속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하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이 '특수본 2기'를 출범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강조한 만큼 이 정도 혐의가 드러난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는 시각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의자 이름에 '박근혜'를 빼고 아무개, 예컨대 '고위공직자 홍길동'이라고 넣으면 100% 구속될 사건이다. 어떤 검사, 어떤 법률가에게 물어봐도 100% 구속될 사건이고, 법원 가면 중형이 내려질 사건“이라고 구속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지 않으면 여론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몰릴 것이다. 검찰 조직으로 봐서도,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조금이라도 올리려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뇌물죄 적용 여부에 대해 조 교수는 ”형사소송법적으로 보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두 가지 판단을 다 할 수 있다. 주위적(主位的) 기소를 뇌물죄로 하고, 직권남용·강요는 예비적 기소로 적으면 된다. 그러면 법원에서 일단 뇌물 부분을 판단하고, 판례에 비춰 맞지 않다 싶으면 강요 부분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또 ”뇌물죄가 적용이 안 된다고 해도, 직권남용·강요 부분은 벗어날 수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주장은,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더니 대통령이 겁을 주더라, 팔을 비틀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는 것 아니냐. 직권남용·강요 혐의는 기본적으로 인정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강요죄와 뇌물죄, 두 혐의를 다 기소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정욱 변호사는 “강요죄와 뇌물죄는 항상 모순관계, 택일관계가 아니다. '상상적(想像的) 경합'으로 양립할 수 있다는 게 판례”라고 주장했다. 상상적 경합은 같은 행위이지만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할 경우인데 가장 무거운 형으로 처벌된다. 즉, 재단을 설립하는 하나의 행위에 있어 박 전 대통령의 강요가 있었고 이후 대가를 바라는 대기업들의 뇌물 제공과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가 뒤따랐을 경우 뇌물죄와 직권남용 및 강요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요와 뇌물은 동시에 성립할 수 없어 상상적 경합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특검 측은 “공무원에게 겁을 주는 등 공갈(협박)을 통해 피해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경우 뇌물죄가 인정되는 판례도 있고 법리상 문제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강신업 변호사는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입증됐다는 의견이다. 그는 “구속 사유는 범죄 행위의 소명 정도를 말한다. 현재 최순실 씨, 이재용 부회장 등 관련자들이 모두 구속돼 범죄 행위가 상당부분 소명됐다고 볼 수 있다. 한웅재 부장검사가 최순실 씨 공판기일에 말한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또 “구속의 필요성 가운데 도주 우려는 없다고 해도 혐의를 부인하게 되면 증거 인멸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또한 13가지 혐의에 죄목도 5가지라 사안이 중대하다. 구속 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간 돈이 전혀 없고, 최 씨 측이 받으려던 돈도 대부분 미수에 그친 점 등을 불구속 수사 주장의 근거다. 또한 지난 6개월 동안 1기 특수본과 특검을 거치면서 대부분 수사가 마무리 됐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해 추가로 조사할 내용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朴 구속 여부, 대선에 미칠 영향은?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는 오는 5월 9일 치러질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대선주자와 각 정당들은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실제로 구속이 된다면 보수층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권 후보들은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는 여론의 추이를 좀 지켜보겠다는 쪽이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모든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게 도리"라고만 언급했다. 안희정 지사 측도 "법과 정의에 성역이 없어야 한다"면서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비슷한 입장이다. 다만 이재명 성남시장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구속수사를 줄곧 주장해왔다.

반면 여권 측은 불구속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김진태·이인제·김관용 등 자유한국당 대선경선 후보들은 전직 대통령 예우와 도주우려 및 증거인멸의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불구속 수사를 선호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불구속 수사 및 기소가 맞고 법원에서 나중에 유죄판결을 내리면 그때 가서 처리하면 되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대선지형을 이끌어 가고 있는 야권 측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동정론이 형성돼 보수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구속 수사 역풍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이 상황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대 진보’ 구도가 펼쳐지고 친문 패권 프레임이 전면에 부각될 경우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반면, 불구속 수사로 진행될 경우 보수층 결집보다 더한 후폭풍이 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2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에 ‘찬성한다’는 의견(매우 찬성 60.9%, 찬성하는 편 11.4%)은 72.3%로, ‘반대한다’는 의견(매우 반대 16.0%, 반대하는 편 9.1%) 25.1%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TK(찬성 39.2% vs 반대 55.6%)를 제외한 수도권, 호남, 충청, PK에서 찬성 의견이 70%대로 집계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직후인 3월10일에 실시한 MBN·매일경제 의뢰 조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69.4%,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와 ‘수사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의 합이 27.4%인 것과 비교하면 구속 수사 의견이 2.9%P 상승했다. 박 전 대통령 검찰 조사 이후 구속 수사 요구가 더 높아진 것이다.

이런 여론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게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의 명분 면에서 야권에 오히려 유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구속여부에 상관 없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오는 4월부터 최순실, 김기춘, 이재용 등 관련자들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월호 인양 문제도 있다는 점도 대선 국면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이슈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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