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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대선 후 정국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文정부 ‘여소야대’ 정권, 국정 불안… 야3당 갈등 잠재, 이합집산 가능성

집권 민주당 120석 불과, 국정 위해 180석 확보해야… 야당과 충돌할 수도

한국당ㆍ국민의당ㆍ바른정당 대선 이후 행로 시각차… 정계개편 ‘불씨’

야3당 타당과 연대파, 사수파 등으로 갈려…합종연횡 불가피할 듯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국민은 ‘적폐청산‘을 외치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새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문 후보는 41.1%의 득표로 2위인 자유 한국당 홍준표 후보(24.0%)보다 557만표 더 많이 얻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531만표 차이로 승리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다.

대선 2주일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후보와 양강 구도를 이뤘던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는 21.4%의 득표로 3위에 그쳤다. TV 토론 이후 상승세에 힘입어 두 자릿수 득표를 기대했던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각각 6.8%와 6.2%를 득표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이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고 했다.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새 정부는 강점과 기회보다는 약점과 위협 요인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과반 득표에 실패한 ‘여소야대’의 소수 정권이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국회 의석은 120석에 불과하다. 더구나, 국회 선진화법이 작동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법안들을 통과시키려면 180석을 확보해야 한다. 당장 야당의 동의 없이는 국무총리 인선도 쉽지 않고, 대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예산도 확보할 수 없다. 또한, 대북 정책과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 우선의 트럼프 정부와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집권 초기부터 한미 동맹의 균열이 시작되면 과거 노무현 정부때와 같이 진보와 보수간의 이념 갈등이 증폭될 개연성이 크다. ‘노무현 정권 2기’라는 부정적 인식과 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강한 비토 정서도 여전히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 SWOT 분석>

SWOT 핵심 내용
강점(Strength) ▲풍부한 국정경험을 토대로 한 준비된 대통령 ▲ 충성도가 강한 확고한 지지층 존재
약점(weakness) ▲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강한 비토 정서 ▲집권당내 반문 세력 존재 ▲‘노무현 정권 2기’라는 부정적 인식
기회(Opportunity) ▲ 보수 분열에 따른 반사 이익 ▲ 10년만의 정권 교체에 따른 국민 기대
위협(Threat) ▲ 과반 득표에 실패한 여소야대 정부 ▲미국 우선의 트럼프 정부 존재 (한미 동맹 균열) ▲보수 정권 10년간 구축된 미디어 환경


‘문재인 승리’를 알면 정국이 보인다

그렇다면 향후 정국은 어떻게 전개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선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 요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요인은 호남의 반란이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는 국민의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28개 호남 지역구에서 23석을 국민의 당이 차지했다. 민주당은 3석은 얻는데 그쳤다. 비례대표 정당 득표에서도 국민의 당이 민주당을 압도했다. 광주에서 국민의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24.7%p였다. 전북과 전남에서는 각각 10.5%p와 17.5%였다. 그런데, 대선에선 대반전이 일어났다. 광주에서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30.0%p 앞섰다. 전북과 전남에서는 문 후보가 각각 41.0%p와 29.2%p 차이로 압승했다.

<총선과 대선에서 호남 지역 득표율 분석>

2016년 총선 (정당득표) 2017년 대선
민주당 (A) 국민의 당 (B) 차이 (B-A) 문재인 (C) 안철수 (D) 차이 (D-C)
전체 25.5 26.7 1.2p 41.1 21.4 -19.7p
광주 28.6 53.3 24.7p 61.1 31.1 -30.0p
전북 32.3 42.8 10.5p 64.8 23.8 -41.0
전남 30.2 47.7 17.5p 59.9 30.7 -29.2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호남 유권자들은 ‘확실한 정권교체’와 ‘호남 기득권 세력 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고도의 전략적 선택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선거 막판 보수 대결집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비록 문재인에 대한 비토 정서가 있지만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 더구나, 호남의 젊은 세대는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등 20년 이상 호남 지역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세력들을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는 정서가 많았다. 이런 기득권 세력들이 여전히 국민의 당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의 개혁 이미지는 빛이 바랬다.

이번 대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뿌리가 같은 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이 통합해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다음 확실하게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이다. 정치 9단인 박지원 대표는 이런 호남 민심을 정확하게 읽고 사퇴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민의당 지도부를 찾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금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뿌리가 같은 정당”이라며 “더 특별한 협력을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건이 이뤄지면 통합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이다.

보수는 분열하나, 손을 잡나

보수의 끝없는 방황이 문재인 후보 또 다른 승리 요인이다. 문 후보는 대구ㆍ경북과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부산과 울산에서는 보수의 대표인 홍준표 후보보다 더 많이 얻었다.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보수는 분열됐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보수의 지역 기반인 영남을 대표하는 후보들이 부상하지 못한 것이 문 후보에겐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대구와 경북에서 80%이상 득표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이 지역에서 50%도 얻지 못했다. 안철수 후보가 이 지역에서 표를 잠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후보는 보수 분열의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다. 중보ㆍ보수를 대변한다는 안철수 후보도 영남 지역에서 경북을 제외하고 10%대 득표를 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홍준표 후보의 영남 몰표를 막았다.

‘배신자 프레임’때문에 고전한 유승민 후보는 대구에서 12.6% 득표했지만 다른 영남 지역에서는 모두 한 자릿수 미만의 득표를 했다. 새로운 보수의 힘이 되기엔 역부족이었다. 보수가 분열되면서 문 후보는 오히려 부산과 울산에서 2012년 대선에서와 비슷한 득표를 했지만 1위를 차지했다. 경남에서는 홍 후보와 1%p 미만의 접전을 벌였다.

<영남 지역 후보별 득표율 분석>

2012년 대선 2017년 대선
박근혜 문재인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대구 80.1 19.5 21.8 45.4 15.0 12.6 4.7
경북 80.8 18.6 14.9 48.6 21.7 8.8 5.2
부산 59.8 39.9 38.7 32.0 16.8 7.2 4.9
울산 59.8 39.8 38.1 27.5 17.3 8.1 8.4
경남 63.1 36.3 36.3 37.2 13.4 6.7 5.3


이런 대선 결과가 보수에게 던지는 정치적 함의는 자못 크다. 보수가 분열되면 필패라는 것이다. 50대 초반까지 과거 민주화 세대인 ‘386세대’(1960년∼1969년생)로 채워지면서 2040(진보) 대 5060(보수)의 세대 대결도 무너졌다. 결국 50대에서도 진보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식의 유권자 재편성이 이뤄지면 5년후에도 보수에겐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연령별 후보자 득표율 분석>

2012년 대선 출구 조사 2017년 대선 출구 조사
박근혜 문재인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20대 33.7 65.8 47.6 8.2 17.9 13.2 12.7
30대 33.1 66.5 56.9 8.6 18.0 8.9 7.4
40대 44.1 55.6 57.4 11.5 22.2 6.5 7.0
50대 62.5 37.4 36.9 26.8 25.4 5.9 4.5
60대 이상 72.3 27.5 23.5 48.2 23.1 3.4 1.2


방송3사 출구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50대에서 62.5%를 얻어 문재인 후보(37.4%)를 압도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선 문 후보가 36.9%를 얻어 1위를 차지한 반면, 홍 후보(26.8%)와 안 후보(25.4%)는 비슷한 득표를 했다. 이런 결과는 50대 초반은 진보 후보인 문재인, 50대 후반은 중도․ 보수인 홍ㆍ안 두 후보로 분열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당장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마이웨이를 하겠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정당은 생존 차원에서 안보를 명분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 홍준표 후보가 선거 막판 바른정당에서 탈당한 13명의 일괄 복당을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선 직후 한국당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2일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여권 내에서 한국당까지 포함한 ‘통합정부’ 구상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야권 분열을 노린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하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오히려 “새 정부가 정상궤도를 이탈해 독주하거나 특정 이념과 세력에 집착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대한민국 헌정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 나라를 국민 분열과 갈등으로 다시 몰고가는 일이 있다면 강력하고 단호한 견제와 비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일단 노선 경쟁 속에서 각자도생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 등 어떤 형식이든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신임 당 대표로 누가 선출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홍준표 전 후보는 당권에 도전하기보다는 일단 관망할 것이다. 이주영 의원과 같이 중도 성향이 강한 인사가 당 대표가 되면 두 당간의 통합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할 것 같다.

국민의당 재편 방향 따라 정치지형 달라져

국민의당 재편은 크게 두 갈래로 전개 될 전망이다. 하나는 민주당과의 통합이다. 문 대통령이 호남 지역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만큼 국민의당 소속 호남권 의원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경우 통합 논의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걸림돌은 안철수 전 후보다. 안 전 후보가 완강하게 거부하면 당은 두 동강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흐름은 바른정당과의 연대다. 주승용 국민의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12일 “바른정당과 통합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체성도 비슷하다”면서 “특히 바른정당에서 13명이 빠져나간 후에 정체성이 더더욱 비슷해졌고, 그분들과의 통합도 더욱 절실해졌다. 국회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비대위원장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후보는 선거 막판에 ‘개혁 공동 정부론’을 제기했고, 집권하면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다. 이것이 가시화되면 국민의당은 민주당 통합파, 바른정당 통합파, 국민의당 사수파로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다.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한국당 통합파, 국민의당 통합파, 바른정당파로 분열될 것이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전까지는 5자 구도가 지속되면서 민주당과 사안별로 느슨하게 공조하는 형태가 유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 신임 청와대 참모들과 오찬에서 “세월호 참사 재조사와 박근혜 정권 당시의 최순실 게이트 등에 대한 재수사”를 언급했다. 정치권의 ‘적폐청산 연대의 신호탄’이자 ‘자유한국당 고립화의 시동’으로 보인다. 다만, 집권당이 의원 빼내기 등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시도하는 오만과 독선의 행태를 보이면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간 3자 연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영원한 동지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앞으로 100일간 동안 정치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주목할 뿐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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