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바른정당 ‘보수 적통’ 놓고 힘겨루기 치열

대통령선거에서 참패한 보수진영 내부에 보수 적통을 둘러싼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1년여 앞둔 지방선거 등 향후 정국에서 우월한 입지를 차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 치열한 열기는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두 보수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후 보수진영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대선 참패라는 심판을 받아야 했다.

보수진영의 주도권을 누가 잡게 되냐에 따라 향후 지방선거와 총선 그리고 보궐선거에서 영남지역의 표심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향후 보수진영의 정계개편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향후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둔데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선방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하고 1월초만 해도 대선후보 지지율 합이 0%대에 머물렀지만 홍 전 지사가 대선주자로 출전해 24.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의 재건에 결정적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보수 적통 누구 손에

홍 전 지사는 지난 대선 때 지역적 기반인 대구·경북에서 2위와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승리했다. 대선 당시 여론조사 등에서 홍 전 지사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도 밀리는 것으로 나왔지만 선거 막판 역전을 통해 2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해 현재 보수진영에선 검증된 보수 대표주자로 꼽힌다.

홍 전 지사 측도 비록 대권을 잡지는 못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에 보수적통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향후 정국에서 ‘보수적통’임을 강조하겠다는 각오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비록 6.8%를 얻는데 그쳤으나 선거를 끝까지 완주하며 보수의 가치를 지켰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한다. 또 신생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이어 4위로 올라선 점 등을 희망적 요소로 꼽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거 막판 토론회에 나선 유 후보의 호소에 국민의 관심과 더불어 신입당원과 후원금이 대폭 늘어나며 얻은 것도 바른정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선거기간 내내 개혁보수의 가치를 강조하고 보수정당으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이번 주도권 다툼도 한치의 양보 없이 전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두 당 모두 대행체제라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은 홍 전 지사를 대선후보로 확정한 이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해 정우택 원내대표가 대표대행을 겸하고 있다.

바른정당 역시 대선 직전 낮은 지지율 탓에 정병국 전 대표가 사퇴하고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당을 이끌고 있다. 양당 모두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 구성이 필수적인 상황이어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보수진영의 지도가 변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주자들 모두 ‘보수적통’ 확보를 강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대선기간 홍 후보가 보수 대통합을 이야기하며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12명의 복당과 친박계 의원 징계 해제를 천명했지만 정우택 대표대행의 입장 유보로 아직 처리되지 않은 상태다.

바른정당 역시 20석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며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두 당 모두 당내 결속을 먼저 다지고 외연을 넓히는 전략으로 나설 전망이다.

보수진영 분열이 결국 선거 패배로 이어진다는 점을 대선에서 확인했다. 이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두 보수정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정당이 연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정치권에서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탈당하면 자유한국당 중심의 통합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친박계가 전당대회에서 당권 전면에 나설 경우 보수진영은 또다시 심각한 갈등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보수진영 유력자 행보 눈길

보수진영의 대선후보를 지냈던 홍 전 지사, 유 의원이 각 당 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홍 전 지사는 본인이 직접 당권 도전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 유 의원은 백의종군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정치행보에 있어서도 의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추후 어떤 방향으로 보수진영 지도가 변할지 주목된다.

홍 전 지사는 다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치를 재개하면서 우파가 궤멸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친박계를 정면겨냥하고 있다. 또 유 의원은 바른정당 신입당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소통을 활성화하면서 새로운 보수 세력임을 강조하고 있다.

7월에 열릴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진 홍 전 지사는 SNS를 통해 자신의 당대표 출마 명분을 강화하고 있다.

홍 전 지사는 친박근혜계와 당을 탈당했던 바른정당을 동시에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 당대표가 됐으나 지금은 바른정당으로 간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최고위원이 집단사퇴해 저도 당대표를 사퇴한 일이 있다”며 “당시 저는 개혁공천을 통해 당을 새롭게 하고자 했으나 이를 눈치 챈 친이, 친박과 유ㆍ남ㆍ원 세분들의 합작으로 지도체재가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단지도체재는 그래서 안 된다는 것”이라며 “계파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집단지도체재는 책임정치에 반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가 어렵다”며 친박계를 겨냥했다.

유 의원은 자신의 당대표 등판론에 대해 “백의종군 하면서 역할을 다하겠다”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 의원은 최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입당원과의 간담회에서 “제가 당대표에 출마하기보다 제가 할 역할을 다하고 응원 하면서 언제가 당이 저보고 모든 거 다 던져라 하면 (그때)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의원은 “개인 유승민이 아닌 다른 의원들이 대표로 나서 젊고 개혁적으로 당을 이끄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며 “제가 당대표를 안해도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역할이 있으면 다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