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색, 깊은 대화 할 ‘특사’필요… 文 대통령 ‘북핵’현명하게 접근해야

北, 문재인 정부 대화 제의 일체 거절… 남북 통로 열 민간 성격 ‘특사’ 요구돼

고도의 핵ㆍ미사일 보유한 북한, 미국만 상대… 文정부 특단의 대책 내놔야

문 대통령 북한 무력도발에도 ‘대화’ 택해… 北 민감한 핵 문제 신중하게 다뤄야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북한과 ‘대결’ 대신 ‘대화’를 택했다.

독일을 공식 방문중인 문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평화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베를린 평화구상’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여건이 조성되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따른 제재론이 힘을 얻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잘못된 선택’을 지적하면서도 ‘대화’가 궁극의 해법이고, 이 길을 가겠다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밝힌 만큼 주사위는 북한에 넘어간 상황이 됐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남북 대화나 교류에 부정적이다. 6ㆍ15 남북 공동행사나 민간단체의 방북을 거부했는가 하면, 최근엔 ‘한미동맹이냐, 남북관계냐’ 사이에서 택일을 강요하며 우리 정부의 화해 노력에 전혀 응답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이 ICBM을 발사한 것이 ‘대화’를 위한 선제적 도발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남북 간 교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남북의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고, 북한이 대화 상대를 미국으로 상정하면서 새로운 대북 접근법이 강구돼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남북의 통로를 열어갈 ‘특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관계에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해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로드맵을 짚어보고 해법을 점검해봤다.

文 대통령‘한반도 운전자론’ 자처, 남북관계에 ‘올인’

문재인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베를린 방문 중 대북로드맵과 한반도평화구상을 담은 이른바 ‘신(新) 베를린 선언’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모든 관심사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국내외 여건이 갖춰지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남북 정상회담’ 의지를 밝혔다.

이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국제 제재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나온 행보여서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변화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남북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했는가 하면, 5월 10일 취임사에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밝혀 남북정상회담 의지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국내 정치 외의 대부분을 남북관계, 한반도 문제에 전력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미ㆍ중ㆍ일ㆍ러 4대국에 특사를 보내면서 북한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에 해당국의 지원을 요청했고, 정부의 대북 정치 시도와 함께 민간단체의 방북을 무더기로 승인해 어떻게든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서 자신의 대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문제에 적극 나서는 문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냈다.

사실 북한의 미국을 향한 막무가내식 미사일 발사와 북에 억류돼 있다 귀국 후 사망한 웜비어 사건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궁지에 몰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주체적으로 나서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문 대통령으로선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까지 받아 대북 관계에 속도를 낼 발판을 마련한 셈이었다.

北 ICBM 발사, 문 대통령 대북 행보 ‘고민’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을 인정받고 한껏 고무된 상황에서 G20 정상회의(7∼8일)를 준비했다. 문 대통령에게 G20 정상회담은 취임 후 처음으로 각국 정상과 회동한다는 점에서 개인적 위상 제고는 물론, 국정의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남북관계를 풀어가는데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출국 하루 전인 4일 북한은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미사일 화성-14형의 사정권을 놓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예상보다 넓어 알래스카뿐만 아니라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미사일 전문가인 우지 루빈 전 이스라엘 미사일방어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초기 분석 결과만 놓고 볼 때 화성-14형의 사거리는 6200마일(9977㎞)로, 샌프란시스코가 사정권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미사일 전문가들도 화성-14형이 알래스카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보고, 북한이 몇차례 실험 발사를 통해 사정거리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을 겨냥했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겼다.

북한은 7ㆍ4 공동성명 발표 45주년을 맞아 4일 문재인 정부를 향해 외세의존 정책이 민족우선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중앙위원회는 4일 7ㆍ4 공동성명 발표 45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를 향해 외세의존 정책이 민족우선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조국전선은 “우리 겨레는 외세추종과 대미굴종을 일삼은 매국 역적들을 결단코 용납하지 않았다”면서 “이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촛불민심이 넘겨준 권력을 제멋대로 남용하면서 친미굴종의 행적부터 새기고 있는 남조선의 현 당국자는 자신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북한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한국이 쥔다는 동의를 받아냈다.

하지만 북한의 화성-14형의 발사가 문재인-트럼프 합의를 뿌리째 흔들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어렵사리 대북 선제·예방 타격론과 김정은 체제 붕괴론을 잠재웠는데 미사일 도발로 워싱턴의 분위기도 180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평화적 한반도 비핵화 방식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red lineㆍ금지선)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이 친구’라고 낮춰 부르고 “북한이 또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사람은 그의 인생에서 (미사일 발사 말고) 더 나은 할 일이 없는 건가?(Does this guy have anything better to do with his life?)”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한미 양국과 세계 각국의 반응은 북한과의 대화나 관계 개선이 더 이상 어려운 것으로 비쳐졌다. 국내외 대다수 북한(한반도) 전문가들도 북한과의 대화가 진척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모두 북한과의 대화에 주춤할 수밖에 없다. 북한 역시 미사일 발사 후 세계를 향해 더욱 ‘큰 소리’를 치고 있어 대화의 접점이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전혀 다른 해석을 전해왔다. 북한이 본격적인 대화를 위해 ICBM 발사를 조기에 감행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으로선 남한이든, 미국이든 일단 대화에 들어가면 미사일 발사가 어렵다고 보고 미리 감행한 것”이라며 “앞으로 상황에 따라 남북, 북미 대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대화를 미국하고만 하려고 해 남한이 특단의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만큼 북한은 미국의 영향을 받는 한국을 젖혀두고 미국을 직접 상대하려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새 카드로 남북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아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북 경색, 북한과 깊은 대화할 수 있는 ‘특사’ 필요

베이징 소식통은 남북이 대화의 단절 속에 긴장과 대결 구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이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특사’, ‘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식통은 현재 북한은 핵ㆍ경제 병진정책을 추구하면서 ‘갑’ 입장에서 한국 정부를 상대하려고 하기 때문에 수평적 대화나 종전과 같은 대화를 시도해선 북한이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 고위층의 말을 인용해 한국에서 남북 대화나 교류를 위해 2000년ㆍ20007년 정상회담 때 역할을 한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장관 등을 중용하는 것을 보고 ‘냉소’를 지었다고 전해왔다. 다시말해 고도의 핵ㆍ미사일로 무장한 현재의 북한은 2000년ㆍ2007년 정상회담 때의 북한이 아니라고 자부한다는 것이다. 두 정상회담 당시는 북한이 아쉬운 부분이 있어 한국 정부의 지원도 기대했지만 현재 핵과 미사일을 갖고 핵ㆍ경제 병진정책을 추진하는 북한은 한국 정부에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지원을 받아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따라서 종래와 같은 대화 방식이 통하지 않는 만큼 남북이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특사나 밀사가 필요하다고 소식통은 강조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현 상황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013년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발표한 이후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그를 만나 깊은 대화를 한 사람이 없어 ‘김정은 코드’를 정확하게 모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효 강원대 교수는 대북 특사를 주장하며 “국정원장이 평양에 가는 등 비공식 창구를 마련해야 이를 디딤돌로 공식적인 절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를 대표하는 특사나 밀사가 나설 경우 북한에 이용당할 수 있다며 남ㆍ북 양측의 말을 듣고, 입장을 전하는 민간인 성격을 띤 전문가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종석 한국건설관리학회 한반도통일건설산업위원장도 꼬인 한반도 상황을 푸는 해법으로 민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국이 나설 수 없는 국면에서 민간단체나 기업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고, 정부도 이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 ‘비핵화’ 발언 자충수?… ‘북핵’ 국제관계에 맡겨야

문 대통령이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제시한 ‘신베를린선언’의 핵심 내용인 한반도 평화구상에 대한 북한의 호응 여부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선언에서 북한 붕괴,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을 배제한 평화 추구와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남북 철도연결,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 등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민간교류 협력추진 등 5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이를 토대로 먼저 쉬운 일부터 시작하자며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대화 재개 등 4대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곧바로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아직 우리 정부의 화해 노력에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남북 관계를 체육으로 푼다는 건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고 기대가 지나친 것”이라고 말한 것은 북한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대화의 1순위가 미국이고, 한국 정부는 특별한 의제를 제시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무시하는 태도롤 견지해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베이징 소식통을 비롯한 북한 전문가 중엔 문 대통령이 ‘비핵화’ 언급한 것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남도 아닌 남한 정부가 비핵화를 얘기했으니 북한은 단단히 화가 났을 것이다”고 전해왔다. 다시말해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더 멀어졌다는 것이다.

또다른 북한 전문가도 “북한이 핵을 고집하는 한 북핵 문제는 6자회담과 같은 국제기구에맡기고 남북은 민간교류, 경제협력 등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전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향후 현명한 행보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