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대상 평가 엇갈려… 문 대통령 신임, 유임 가능성 높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시위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

기무사 계엄령 문건 논란이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가운데 문재인 정부 2기 개각과 맞물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송 장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야권은 송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고, 여권 일각에서도 그가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계엄령 문건 사안의 중대성과 함께 송 장관이 여성 관련 설화(舌禍)에 오르내린 것이 사퇴설의 주된 배경이 되고 있다.

반면, 송 장관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물러날 정도로 결정적 실책이 없고, 국방 개혁의 적임자여서 현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송 장관에 대한 신뢰가 여전해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달 안에 단행될 것으로 알려진 2기 개각에 송 장관이 포함될 것인지에 대해선 견해가 갈린다. 여러 논란과 구설에 올라있는 송 장관의 앞날을 짚어봤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간 크고 작은 논란과 구설로 비난을 받았지만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은 차원을 달리한다. 그만큼 사안이 중대해 송 장관의 거취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실제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박근혜 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과 이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대비계획 세부자료가 단계별 대응계획, 위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가지 큰 제목 아래 21개 항목 67페이지에 달한다고 밝혔다. 세부자료에는 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해 신속하게 계엄선포, 계엄군 주요 (길)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계엄 성공의 관건이라는 내용과 함께 비상계엄 선포문과 계엄 포고문 등이 이미 작성돼 있다고 김 대변인은 말했다.

또한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한다는 것과 국정원 통제계획, 계엄사 설치 위치도, 언론사별 계엄사 요원 파견계획, 국회 대책, 중요시설 494개소 및 집회 예상지역에 대한 계엄임무 수행군 투입계획 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이는 사실상 ‘계엄 실행 문건’으로 기무사가 중대한 범죄행위를 도모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무사 문건 사건의 과정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송영무 장관은 이 문건의 존재를 2017년 촛불시위 당시인 3월 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의 보고를 통해 처음 알았다. 하지만 송 장관은 청와대에 즉시 알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평창동계패럴림픽 기간 중이었고, 남북 간 대화 무드가 무르익고 있었으며, 6ㆍ1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쟁점화가 될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4월 30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들과 한 기무사 개혁 회의에서도 관련 문건을 간략하게만 언급했다.

국방부는 6월 28일에야 청와대에 문건 내용을 보고했다. 송 장관은 이때까지 국무회의 등 여러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해당 건을 자세하게 보고하지 않았다. 청와대도 국방부의 보고를 받은 후 처음에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7월5일)가 있은 후에야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인도를 방문중인 문 대통령에게 전했고, 문 대통령은 9일 밤 현지에서 직접 군 독립수사단 구성을 통한 고강도 수사를 지시했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은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군 문서를 즉시 보고하라고 또 다시 지시했다. 창군 후 최초로 군 독립수사단이 출범하고 수사를 시작한 것은 문 대통령이 관련 문제를 얼마나 위중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송 장관이 관련 사실을 파악한 후 4개월 동안이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과 분명한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 때문에 송 장관의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이달 말 전후해 단행될 개각 대상에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기무사 계엄령 대응을 보고 받고도 수개월간 묵살한 사실은 향후 개각에 송 장관이 꼭 포함되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여기에 과거 송 장관의 여성과 관련한 설화가 교체설을 부추기고 있다. 그는 7월 9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성고충전문상담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군내 성폭력 근절 의지를 밝힌 뒤 회식 문화 개선 방안에 대해 언급하면서 “여성이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해 11월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장병들과 점심을 하는 자리에서는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하죠”라고 농담해 설화에 올랐다.

야권은 일제히 송 장관을 비판하면서 경질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심승섭 신임 해군참모총장의 진급 및 보직 신고식을 마친 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연합)

반면,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 파문에도 불구하고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특별수사단의 출범과 관련해 ‘송 장관에 대한 경고가 묻어 있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곧바로 문 대통령이 송 장관을 질책한 게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송 장관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 것으로 두 사람 관계는 여전히 각별하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평이다.

송 장관은 참여정부(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6년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으로 ‘국방개혁 2020’ 및 ‘전시작전권(전작권) 환수’ 업무를 추진했다.

문재인 후보가 2012년 대선 출마할 때 안보공약 정책장을 맡아 그의 안보공약 수립에 참여했고, 지난 대선에서도 문 후보의 국방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의리파’로 통한다.

송 장관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등 청와대 진보그룹과 충돌할 때 기자에게 문 대통령과의 ‘신뢰’를 언급하며 당시 떠돌던 ‘경질설’을 부인한 바 있다.

송 장관이 국방개혁의 적임자란 점도 유임에 무게를 두게 한다. 기무사 문건을 폭로한 이철희 의원도 “국방개혁 2.0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군내 여러 가지 개혁조치들을 책임있게 장관이 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장관을 바꿀 때는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송 장관이 기무사 개혁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을 완전히 뭉갠 것이 아니고 청와대에 보고했기 때문에 사퇴는 무리라는 말도 나온다. 송 장관이 스스로 밝혔듯 정무적 판단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물러날 정도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도 문 대통령과 송 장관 사이의 신뢰를 볼 때 유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송 장관이 국방개혁에 앞장서고, 현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남북관계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점도 문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평이다.

이달 말 전후해 단행될 개각에 송 장관이 포함될지 여부는 ‘문심’(文心, 문대통령 마음)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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