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 변수가 국내 정책 호재 삼켰다

최근 태양광 발전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해 한화케미칼, OCI 등이 타격을 입고 있다. (사진=연합)

천현빈 기자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태양광산업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최근 국내 태양광산업을 대표하는 양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한화케미칼과 OCI의 주가가 크게 떨어져 주목된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중국의 보조금 지원 감축과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 등이 주가 추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태양광 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들은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체들은 기존에 정한 생산설비 가동 계획을 재조정하고 재고 소진을 통해 생산비용을 최소화하는 등 나름대로의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석유화학과 태양광 부문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사업 부문이 동반 침체에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주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2일 기준 한화케미칼의 주가는 2만1000원선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 7월 19일에 기록한 연중 최저치인 1만9800원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증권업계는 한화케미칼의 3분기 실적 전망을 당초 예상치보다 더 낮게 잡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는 영업이익 전망치를 1800억 원에서 1100억 원으로 대폭 하향했고, KB증권도 2192억 원에서 1484억 원으로 낮춰 잡았다.

최대 태양광 시장 중국서 수요 감축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태양광 시장인 중국에서 태양광 발전 소재·부품 수요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위안화 약세까지 더해지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폴리실리콘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 정도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태양광 시장조사업체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7월 3주차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11.0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가격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최저치 기록이다. 한화케미칼, OCI 등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은 kg당 14~15달러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폴리실리콘 가격은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들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릴 만한 수치다.

OCI도 주가 약세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현준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OCI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생산량 감소 및 주요 제품 가격 하락으로 전 분기 대비 수익성이 감소했다”며 “중국의 보조금 인하 효과는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계획보다 빠르게 큰 폭으로 태양광 보조금을 낮췄다. 이는 중국의 태양광 발전 내수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결과 태양광 발전 설치 수요 감소의 부정적인 영향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폴리실리콘 생산업체가 설비 유지·보수를 앞당기고 공급량을 조절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태양광 시장에 대한 보수적인 전망이 유지되면서 폴리실리콘 가격 약세는 하반기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문가들은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 추세가 전환되지 않는 이상 태양광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태양광 기업에 보수적 입장

현재 OCI는 폴리실리콘 신규 생산량을 최소화했다. OCI는 올해 2분기 폴리실리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고, 매출액도 11% 감소했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3분기 태양광 사업 부문에서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한 펀드매니저는 “현재 태양광 업계의 부진은 폴리실리콘 단가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주식 차트상으로는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매우 높고, 올해 4분기 혹은 내년 1분기까지는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또 다른 투자분석 전문가는 “정책 관련 종목이라고 무조건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화케미칼과 OCI 두 종목의 경우 실적 부진 문제로 종목 자체가 침체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특히 탈원전 정책은 정책적으로 예민한 분야이기에 기관들도 투자하기 꺼려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4차 산업혁명이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분야는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반사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던 태양광 기업들의 주가는 언제쯤 빛이 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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