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재건, 인적 쇄신 겨냥 … ‘험로’ 예상

차기 총선 공천권 영향력…강도 높은 인사개혁 나설 것
친박ㆍ친이 등 계파청산에 중점…대내외 한계 지적도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가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인선과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
전원책 변호사가 자유한국당의 조직강화특별위원 (조강특위) 자리에 올랐다. 전 변호사는 화려한 언변과 확실한 보수색깔 이미지로 유명한 인물이다. 각종 TV프로그램에서도 개혁성 있는 보수논객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인사이기도 하다. 6ㆍ13 지방선거 참패 후 위기가 지속돼 온 자유한국당은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를 지닌 전원책 변호사를 조강특위로 전격 영입했다. 인적 쇄신을 위한 실질적인 칼자루를 쥐게 된 전원책 위원은 강도 높은 인사개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원책 위원은 지난 1일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욕을 먹더라도 칼자루가 있으니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공식 러브콜에 응답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조강특위 구성을 두고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법은 누가 봐도 신뢰할 수 있고 객관적인 분들을 모셔서 전례 없는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 위원은 이제 전례 없는 인사 권한을 갖게 됐다. 한국당의 인적 쇄신 규모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전 위원은 “한 명을 잘라도 온 국민이 박수칠 수 있고, 반대로 60명을 잘라도 지탄받을 수 있지만 혁신은 꼭 해야 한다”며 굳은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전 위원은 지난 4일 조직강화특별위원 수락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보수와 대한민국이 절박한 입장에 놓여있다”며 “안보상황과 사회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 그래서 나라도 돕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원책 변호사가 현실정치에 직접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조강특위를 수락하면서 한국 보수재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 위원은 평소에도 정치인의 도덕성을 매우 강조해왔다. 전 위원은 “정치인은 정직해야 하고, 용기를 가져야 하며,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치인은 공공의 선을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에 반드시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전 위원의 인적 쇄신의 첫 단계는 도덕성 가리기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적 쇄신에서 도덕성은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도덕성은 인적 쇄신을 위한 명분에 불과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도덕성은 정량적인 기준을 세우기 힘들다”면서 “도덕적 기준이 전 위원의 대외적 명분이 될지라도 실질적 효력을 갖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지역구 내에서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기 때문에 도덕성 기준을 세운다는 것은 일종의 실증적 효력을 보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전 위원이 전격적으로 합류한 조직강화특위는 2020년 차기 총선 공천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국의 당협 위원장을 결정한다. 그만큼 전 위원이 쥔 인적쇄신 칼자루는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셈이다. 전 위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계파갈등 청산이다. 따라서 나머지 3명의 외부 위원도 계파와 관련이 없는 인물들로 영입됐다. 실제로 전 위원은 “친박, 비박, 친홍, 친김 이런 것 다 전부 접도록 하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 위원이 계파청산에 중점을 두는 이유에 대해 배 본부장은 “이것도 대외적 명분의 일환”이라며 “역대 어느 정권에서의 유력한 대권주자도 계파청산은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계파청산은 어렵다는 뜻이다. 또한 의회 권력의 핵심이 계파인데 당내에서 이들의 세력이 약해지면 오히려 당적 차원에서 손해가 되는 결과일 수도 있다. 배 본부장은 계파청산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내걸었다. 그는 “쇄신권력이 한 곳으로 모아지는 것, 유력주자의 힘을 빌리는 것, 선거 이벤트가 있어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다 없다”며 계파청산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인적 쇄신을 위한 칼자루의 길이가 짧다는 해석이다.

계파청산 예고에 자유한국당 내부에도 반발이 일고 있다. 친박계 중심의 초ㆍ재선 의원 17명이 전 위원의 인적 쇄신 방향에 공개적인 반대를 드러냈다. 이들은 “특정인에 의한 ‘인치적, 제왕적’ 개혁에 반대한다”며 “현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인물이 오히려 당을 분열시킨다”, “의원들의 뜻을 모으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전 위원을 영입한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인적 쇄신의 방향이 청산이 아닌 인재영입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쇄신이라는 게 누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 들어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당내 갈등을 봉합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 위원이 전면에 드러낸 계파청산의 칼날이 날카롭게 휘둘러질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전원책이 이제 칼자루를 쥐고 강한 인적 쇄신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인적청산보다는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보수의 가치를 분명히 아는 전원책 조강특위가 계파청산 등 개혁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이원화 전략이다. 그는 “김 위원장은 보수의 가치 재정립을 주요 책무로 하고 전 위원은 강단이 있는 인적 쇄신으로 당을 제대로 바꿔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의 가치를 바꾸고 사람도 바꾸며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배 본부장은 인적 쇄신의 칼자루의 방향에 대해 “가장 크게 향할 곳은 친박이다”며 “자유한국당의 위상 자체가 무너진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었다. 탄핵국면에서 어떤 역할도 못한 친이에 대한 쇄신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의 추락과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칼자루가 친박, 친이 및 중진의원에게 향해야 당의 조직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