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연동형 비례대표’ 초안 합의, 어느 정당에 유리?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지난 17일 선거제도 개혁 초안에 합의했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개혁안의 핵심이다. 지역구와 지지정당에 한 표씩 행사하는 기존의 1인 2표제는 동일하다. 여야 4당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총 의석수를 300석으로 고정했다. 민심을 의식해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도록 50%의 연동률을 적용시킨 것이 골자다. 47석이었던 비례대표 자리는 75석으로 늘어나면서 정당득표율의 50%가 연동되는 권역별 비례대표로 채워진다. 기존의 비례대표는 전국단위였으나 지금은 권역별 비례대표가 유권자가 속한 권역을 대표하게 된다.

50% 연동형 요소가 도입된 이유

비례대표 의석에 연동형 요소를 도입한 이유는 유권자의 표심을 적절하게 반영하기 위함이다. 기존의 지역구 선거에서 최다득표자만 당선됐기 때문에 승자독식 현상으로 나머지 표는 죽은표, 즉 사표가 됐다. 기존의 비례대표도 47석으로 적어 의석의 비례성을 보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100% 연동형 비례대표는 비례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A당이 300석 중 지역구에서만 60석을 차지하고, 정당득표율은 30%를 기록했다면 총 90석의 자리를 얻어야 한다. 100% 연동이기에 추가로 30석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모든 정당에게 정당득표율을 100%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300석보다 많은 초과의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50% 연동을 통해 초과의석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50% 연동형을 도입하면 A당은 추가 30석 중 절반인 15석을 얻을 수 있다. 전체 의석수인 300석을 늘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거제 개혁을 하기 위함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동형 비례대표제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권역별 50% 연동형’ 비례대표 계산은 어떻게?

권역별 50% 연동형 계산방식은 더 복잡하다. 이번엔 정당득표율 20%를 기준으로 계산해보겠다. 100% 정당득표율을 반영한다면 300석 기준으로 60석이 보장된다. 300석의 20%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A당이 지역구에서 50석을 얻었다면 10석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50% 연동이기 때문에 5석을 선배분해 준다. 즉 10석의 절반인 5석을 받아 55석이 된다. 이런 식으로 비례대표 75석을 선배분하면 남는 의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남은 비례의석이 10석이라면 20% 정당득표율을 얻은 A정당은 2석 (10석의 20%)을 추가로 얻게 된다. 이것을 병립형 비례대표라고 부른다. 이렇게 A정당의 총 의석수는 지역구 50석, 연동형 비례대표 5석, 병립형 비례대표 2석으로 총 57석이 된다. 단 비례의석을 얻기 위해서는 정당득표율이 3% 이상 돼야 한다. 이 봉쇄조항은 소수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해 정해진 제도로서 현행 비례의석 배분 기준과 똑같다.

50%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유권자의 표심을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당득표율이 100% 반영되지 못하고, 75석의 비례의석으론 충분치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정당득표율만큼 비례의석에 반영되지도 못할뿐더러 배분할 의석수도 적다는 이유에서다. 신율 정치평론가 겸 명지대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기존처럼 33%의 득표율로 50%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기현상은 어느 정도 극복할 것”이라면서도 “굉장히 복잡한 계산방식으로 국민들이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데 ‘준연동’이라는 말도 어정쩡하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75석밖에 안 되는 비례대표 의석으로는 ‘연동형’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며 “국민들에게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좀 더 솔직해져야 연동형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단위 비례대표에서 6개의 지역별 비례대표로

현행 비례대표는 전국 단위 정당명부 방식이다. 이번 선거제 개혁 초안은 전국단위가 아닌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전국을 서울/ 인천 경기/ 대전 충남 충북 세종 강원 / 광주 전북 전남 제주 / 대구 경북 / 부산 울산 경남으로 나눠 총 6개 권역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각각 실시한다.

이번 초안은 2015년 중앙선관위에처 처음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 제안을 기초로 했다. 인구규모를 감안해 강원을 충청권으로 묶은 것이 차이점이다. 권역별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도 얻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A당이 가져갈 비례의석은 7석이다. 예를 들어 ‘가’권역의 총 의석수가 50석(지역구 40, 비례대표 10석), A정당이 ‘가’권역 지역구에서 6석을 얻고, ‘가’권역 정당득표율이 20%를 기록했다고 하면 ‘권역별 비례 배분’도 50% 연동방식이 적용된다. ‘가’권역 전체 의석 50석에서 20%는 10석이다. 그런데 A정당은 지역구에서 6석을 얻었기 때문에 4석을 비례대표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50% 연동 방식을 적용해 2석을 ‘가’권역 비례대표로 우선 배정한다. 결국 A당의 ‘가’권역 비례대표 1, 2번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A당의 전체 비례대표 7석을 6개 권역별로 배정한다. A당의 권역별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비율을 최대한 맞추려는 의도다.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이 3대1(225:75)로 조정되면서 지역구 의석은 기존보다 28석 줄었다. 본 개정안이 적용되면 농어촌 지역구는 추가적으로 통폐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보다 지역 민의를 반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이에 신율 교수는 아직까진 지역 대표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농어촌 지역은 연배가 있는 분들이 사시기 때문에 젊은이들 만큼이나 소통수단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구를 줄이고 그만큼의 비례대표를 늘릴 것이 아니라, 지역구 의석은 줄이지 말고 권역별 비례대표를 늘려 지역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분석했다.

석패율 제도는 패자부활전(?)

석패율제는 지역구 선거에서 아쉽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제도다. 개정 초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중복 입후보를 허용한다. 권역별로 2명까지만 짝수순위 후보로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입후보가 가능한 방식이다. 비례대표 홀수 순위엔 여성 공천이 유지된다. 여성 정치인의 국회 입성을 촉진하는 선거법 정신을 유지했다. ‘가’권역에서 A당 ㄱ후보와 ㄴ후보가 지역구에 각각 출마하고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두 후보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모두 낙선한 것을 가정해보겠다. ㄱ후보가 9만표, 당선인이 10만표를 얻었다면 석패율은 90%다. ㄴ후보가 출마한 다른 지역구에서 당선인이 5만표를 얻었고 ㄴ후보가 4만표를 얻었다면 석패율은 80%다. ㄱ후보가 더 아쉽게 낙선했기에 ㄱ후보가 권역별 비례대표로 구제된다. 단 조건이 있다. A당이 ‘가’권역에서 지역구 의석의 30% 이상을 가져간다면 석패율제를 통한 비례대표 구제는 없도록 규제했다.

이런 이유로 석패율제도는 당 내 유력한 정치인의 정치생명을 ‘합법적으로 연장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신율 교수는 “석패율제로 당선이 되면 권역별 비례대표 한 자리가 없어진다”며 “의석수가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지역 비례대표의 취지도 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처럼 총 의석수가 유동적으로 변하면 모르겠지만, 고정 의석수에서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취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평했다.

정의당 소속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법안설명 기자회견에 입장해 머리를 넘기고 있다. 연합.

연동형 ‘흉내’만 냈다는 비판도

각 당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국회의원 선출방식이 매우 복잡해졌다. 연동형 비례대표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들은 이 방식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금 이 설명을 이해하는 천재가 있나’라고 말할 정도다. 개정안 방식이 어려워진 이유는 비례대표 의석수가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중앙선관위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1(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로 적용하라고 권고했지만, 개정안은 3대1(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로 반영했다.

정치권은 ‘50% 연동은 의원수 300명을 넘지 않게 하기 위한 어쩔 수없는 결정’이었다고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를 흉내만 낸 제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당득표율을 통해 표심을 적절히 반영하려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권역별 50% 연동률, 어느 정당에 유리?

연동형 비례대표는 대체적으로 소수정당에 유리하다. 정당득표율이 의석수와 직접적으로 연동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당득표율과 지역의석수 괴리감이 큰 정의당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제도로 분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대 총선결과를 ‘권역별 50% 연동형’으로 반영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의석수는 줄어들지만 정의당의 의석수는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당선자 결과를 살펴보면, 민주당의 정당득표율은 25.54%,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33.50%, 정의당 7.23%를 기록했다. 지역구 당선자는 민주당이 110명,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105명, 정의당이 2명이다.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간의 괴리감이 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정안인 50% 연동률을 적용하면 선배분되는 비례대표 의석수가 민주당은 0석, 새누리당은 4석, 정의당은 10석이다. 그렇게 하고도 남은 의석수를 위에서 설명한대로 재배분(병립형 비례대표)하면 민주당 7석, 새누리당 9석, 정의당 2석을 추가로 확보한다.

50%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민주당은 7석, 새누리당 13석, 정의당은 12석의 권역별 50% 비례대표 자리를 얻게 된다. 현 의석수와 비교하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각각 18석, 16석이 줄어들며 정의당은 8석이 늘어난다.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미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 때문에 정의당과 비교해 비례대표 자리를 많이 가져가지 못하는 셈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짝은 ‘내각제’, 도입 힘들 것”

이렇게 정당득표율이 적절히 반영되면 소수정당에게 유리해진다. 따라서 현재 거대양당 구조에서 다당제 모습을 띨 수도 있다. 신율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다당제를 촉진하려면 내각제 하에서 실시해야 한다”며 “내각제를 하지 않으면서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이나 뉴질랜드도 내각제 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를 실시한다. 신 교수는 “합리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를 운영하려면 권력구조 개편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지역구를 줄이면서 고정된 의석수에서 준연동을 실시하는 것은 정말 어정쩡한 선개제도 개편”이라고 덧붙였다.

신율 교수는 이번 선거제도 개혁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며 “자유한국당이 극심히 반대하고 바른미래당도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며 꼬이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라고 말했다.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에 동참하는 흉내만 내고 있다는 풀이다. 이어 그는 “하지만 선거제 개혁안이 통과되면 군소정당이 약진할 기회는 분명히 마련될 것”이라며 “지금보다는 투표의 방향성이 의석에 반영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