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재보선’ ‘바른미래당 내분 사태’ ‘김학의 재수사’ 3대 핫이슈 부상

김형준 명지대 교수

향후 정국을 뜨겁게 달굴 세 가지 변수가 급부상하고 있다. 우선, 4월 3일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 변수다. 경남 통영ㆍ고성과 창원ㆍ성산 두 곳에서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은 향후 정국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더욱이, 황교안 자유 한국당 대표 취임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당이 두 곳 모두에서 승리한다면 그동안의 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발판이 마련되고 황 대표 체제는 공고화 될 수 있다. 더구나, 고(故)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로 이른바 ‘경남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창원ㆍ성산에서 한국당이 승리할 경우 그 상징성은 크다. 반대로 두 선거구에서 모두 패배하면 황 대표의 입지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당내 비박 복당파의 거센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4월 재보선 두 곳 정국의 변곡점

한편, 한국당이 강세 지역인 통영ㆍ고성에서 승리하고 ‘진보의 성지’라는 창원ㆍ성산에서 패배하면 황 대표 체제는 계속해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지난달 25일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후보를 꺾고 창원ㆍ성산구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이 지역이 원래 정의당 지역구이고, 당 안팎에서도 “범여권의 연대를 위해 정의당에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야당은 이런 후보 단일화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집권 여당이 5석 미니정당에 후보를 내주고 자신들은 발을 떼려고 한다. 코미디 같은 일”이라며 “국민의 심판이 두려워 위장 여당을 앞장세우는 유권자 기만이자 이중대 밀어주기”라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말이 단일화지 민주당이 정의당에 양보하는 것”이라며 “당락을 떠나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당의 책임 회피다. 경제 실패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며 중간 심판인 보궐선거에서 '내가 책임 안지겠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여하튼 민주-정의 후보 단일화는 판세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00년 16대 총선부터 2016년 20대 총선까지 다섯 차례 선거에서 한국당 계열이 두 번, 정의당 계열이 세 번 승리했다. 그런데, 역대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는 선거 승리에 결정적인 변수였다. 지난 제17대와 18대 진보진영 단일화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잇따라 당선됐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는 진보진영 단일화 실패로 표심이 갈라져 당시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가 당선됐다.

20대 총선에서는 노회찬(정의당)·손석형(무소속) 후보 간 진보 단일화에 성공, 노 의원이 배지를 달았다. 후보 단일화 효과는 즉각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6~17일 MBC 경남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당 강기윤(30.5%) 후보와 정의당 여영국(29.0%) 후보간에 박빙이었다. 그 다음으로 민주당 권민호 후보 17.5%, 민중당 손석형 후보 13.2%,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 3.6%였다. 그런데,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민주당과 정의당간 후보 단일화 결과 발표 직후인 25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의당 여 후보(41.3%)가 한국당 강 후보(28.5%)를 12.8%포인트 앞섰다. 그 뒤로는 바른미래당 이 후보 5.3%, 민중당 손 후보 4.6% 순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둘째)가 같은 당 4·3 보궐선거 통영·고성지역 양문석 후보와 함께 3월 18일 오전 경남 통영시 통영중앙시장을 돌며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민주당 지지층의 66.2%가 정의당 여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해 “여 후보가 후보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화로 인한 밴드 웨건 효과도 나타나 민중당 손석형 후보는 지지율이 급락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 의사층만 보면, 여영국 후보(46.4%)와 강기윤 후보(32.5%)의 격차는 13.9%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후보 단일화 이외에 투표율이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총 선거에 비해 재보선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특징이다.

사전투표제가 처음 도입된 2013년 4월 재보선 투표율은 41.3%였고, 10월 재보선은 33.5%였다. 2014년 7월 재보선 32.9%, 2015년 4월 재보선 36.0%였다.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각 정당의 열성 지지층만이 투표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정당이 자신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 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또한, 창원ㆍ성산 선거에서는 민주당 지지표가 얼마만큼 정의당에 흡수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자가 없는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통영 고성 선거구는 전통적으로 한국당에게 유리한 지역이다. 역대 선거에서 진보 후보에게 단 한 번도 내어준 적 없는 한국당 철옹성 같은 지역이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이군현 후보가 무투표로 당선됐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물밑에서 세대 간 갈등이 표출되는 분위기다. 이 지역구의 최대 변수는 지역경제 살리기다. 조선업 불황으로 무너진 지역 경제를 누가 살릴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통영·고성 주민들은 “조선소 폐업 충격을 이겨낼 후보를 찍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작년 지방선거에선 통영 시장과 고성 군수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강석주 통영 시장은 한국당 강석우 후보를 927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고성 군수 선거에서도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선임 행정관을 지낸 백두현 후보가 56.3%의 득표로 한국당 후보를 눌렀다. 특히, 백 후보는 고성에서 같은 당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49.7%)보다 표를 더 많이 얻었다. 이런 민주당 강세 추세가 이번 재보선에서 어떻게 투영될지가 관심사다.

이 지역 선거의 또 다른 변수는 소지역주의다. 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통영 출신, 한국당 정점식 후보는 고성 출신이다. 정점식 후보는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 TF에서 함께 활동한 최측근이다. 그런데, 지난 2월 기준 통영시 인구는 13만3119명, 고성군 거주 인구는 5만3196명이다. 일각에선 각 후보 ‘출신’을 중심으로 당원들이 결집하면 판세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정점식 4·3 보궐선거 통영·고성지역 후보가 3월 18일 오후 경남 통영시 통영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선 한국당 후보가 앞서는 상황이다. 리얼미터 조사(16~17일) 결과, 한국당 정 후보는 51% 지지율을 기록했고 민주당 양 후보(36.6%)가 그 뒤를 쫓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여론조사(24~25일)에서는 정 후보가 지지율 38.2%로 양 후보(31.2%)를 오차범위 내인 7%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22.3%였다. 그러나 ‘적극 투표 의사층’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16.6%포인트로 정 후보(48.8%)가 양 후보(32.2%)를 크게 앞섰다.

선거의 또 다른 변수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다. 리얼미터/YTN 여론조사 결과, PK 지역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6.5%(3월 1주), 38.2%(3월 2주), 35.8%(3월 3주)로 30%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는 58.5%(3월1주), 56.1%(3월2주), 58.2%(3월 3주)로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에 따르면 두 지역구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창원·성산에서는 부정 평가(43.8%)가 긍정 평가(40.7%)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통영·고성에서는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44.7%)가 긍정 평가 (33.2%)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통상 집권당 후보는 대통령 후광 효과를 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양 후보에게는 큰 부담이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번 재보궐 선거를 문재인 정부 중간심판으로 규정하며 당 차원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발이 닳도록 보궐선거 지역을 훑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부인과 함께 아예 창원의 한 원룸으로 거처를 옮겼다.

정의당도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노회찬 전 의원 사망으로 정의당은 6석에서 5석으로 줄었다. 민주평화당(현재 14석)과 함께 만들었던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 1석 모자라 교섭단체 지위를 잃었다. 권영길-노회찬으로 이어지는 진보 명맥을 유지한다는 명분뿐만 아니라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 다시 ‘제4교섭단체(최소 20석) 출범’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내분 사태 큰 분수령

재보선 변수 이외에 바른미래당 내분 사태가 향후 정국의 큰 분수령이 될 것 같다. 바른미래당은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연계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여부를 둘러싸고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당론 의결이 의무는 아니다”는 김관영 원내대표의 19일 발언을 기점으로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김 원내대표는 “당내 추인을 받지 못해 패스트트랙이 불발되면 저에 대한 불신임으로 받아들여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며 20일 의총을 소집했다. 거기서 지상욱 의원은 “당헌에 적시된 절차도 무시한 채, 결과도 여당과 정의당에만 이로운 선거제도와 주요 법안들을 왜 이렇게 처리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중요 사항에 대해 당론 의결을 거쳐서 결정하는 게 당의 법규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주도하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50%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폐율 제도’ 도입이다. 일반적으로 선거제도는 크게 ‘의석 배분 방식’(연동형 대 병립형)과 ‘배분 단위’(전국 단위 대 권역별)에 따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연동형은 투표로 총 의석을 결정한 후, 당선인은 지역구 의석을 먼저 배당한 뒤 그 나머지를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반면, 병립형은 지역구와 비례구 의석 배분을 구분하고, 정당득표로는 비례 의석만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권역별 연동형’, 뉴질랜드는 ’전국단위 연동형‘, 우리나라는 ’전국단위 병립형’, 일본은 ‘권역별 병립형’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분명, 기존 선거제도는 거대 정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이를 개혁해서 표의 비례성을 높이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독일식 권역별 연동형 제도는 초과의석이 발생해 의원정수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약점이 있다. 더구나, 특정 권역 지역구 선거에서 강세인 정당은 특정 권역에서 단 한명의 비례대표 의석도 배당받지 못할 수 있다. 가령, 민주당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서울 지역구 49석 중 35석(63.2%)을 차지했기 때문에 이 지역 비례대표 의석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하게 된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당은 50%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서 동시에 나머지 50% 비례 대표 의석은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개혁안은 너무 복잡하고 의석 배분 방식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여야 4당이 제안한 5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최근 여론조사(리얼미터 3월 18일-20일 + 한국갤럽 3월 19일-21일)에서 나타난 기존 정당들의 평균 지지도를 기초로 해서 시뮬레이션 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된다. <표>에서 보듯이 최대 수혜자는 민주당과 정의당으로 것으로 확인되었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대비 의석수가 14석 늘어났고, 정의당도 12석 늘어났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0석이 줄었다. 민주당(45.7%)과 정의당(6.0%) 두 정당은 합은 과반수(51.7%)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 의석은 민주당 35석, 한국당 16석, 바른 미래당 6석, 정의당 17석, 민평당 1석을 차지한다. 비례대표 의석을 6개 권역별로 나누면 민주당, 한국당, 정의당만 2-3명 정도 배분받고,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은 배당받기 어렵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를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로 중복 입후보할 수 있는 석폐율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난센스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직후 브리핑에서 “앞으로 꾸준히 당의 의견을 모아 가기로 했고, 원내대표와 사개특위 간사가 책임감을 갖고 협상에 임해 최종 협상안이 도출되면 다시 의총을 열어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법 및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바른미래당 당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은 공수처의 기소와 수사 분리, 공수처장 인선은 추천위를 구성하되 추천위의 3/5의 동의를 얻도록 함, 공수처장 추천위 구성은 법무장관·법원행정처장·변협회장 외 국회 추천 위원을 4명으로 하고 그 중 여당 1명, 다른 교섭단체(야당) 3명으로 함,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검찰 및 경찰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동일하게 인정함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부분이 관철되지 않으면 (선거법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절차를 더 이상 진행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홍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일각에서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려면 의원총회에서 2/3 이상 찬성으로 당론을 결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현재 당헌 내용은 그런 내용을 정한 게 아니다. (당론은) 국회에서 자율투표를 원칙으로 하되 당 의견을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는 경우에 당론 결정 절차를 거치고 2/3의 찬성이 있을 경우 당론에 따른 ‘투표’를 권고하는 취지의 규정”이라며 “패스트트랙에 들어가느냐 마느냐가 우리 당으로서 중요한 문제임은 틀림없으나, 그 문제를 결정할 때 반드시 의원 2/3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다”고 못 박았다. 다시 말해 당론으로 지정하지 않더라도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기존 여야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안 된다는 얘기를 분명히 (의총에서) 했다”며 “선거법과 국회법은 지금보다 훨씬 다수당의 횡포가 심할 때도 숫자의 횡포로 결정한 적이 없다. 특히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 어떤 다수당도 이 문제는 끝까지 최종 합의를 통해 했던 것이 국회의 전통이었는데, 패스트트랙은 결국 숫자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손학규 대표는 정반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그나마 패스트트랙을 걸지 않으면 그동안 무르익었던 선거제도 개혁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지 않겠느냐. 나도 처음에 패스트트랙을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추진 강행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선거법 패스트 트랙을 강행하면 당은 깨질 수도 있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에게 탈당 명분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특권층 불법’ 수사 지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뇌물 혐의, 곽상도 전 민정수석비서관·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직권 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대하여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특권층의 불법적 행위와 외압에 의한 부실 수사, 권력의 비호, 은폐 의혹 사건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높다”면서 “검경이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뜬금없이 “김학의 사건을 들고 나온 것은 사실상 ‘1타4피’를 노리는 고도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비판했다. 첫째, 대통령 딸 문다혜 사건 제기를 묵살하기 위해 관련 의혹을 제기한 곽상도 의원의 입을 막겠다는 것, “둘째, 공수처를 밀어붙이기 위한 국민 선동”, “셋째, 인사청문회를 덮고 이슈를 다른 곳으로 돌리겠다는 의도”, “넷째, 하노이 회담 결렬 등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의 눈을 돌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상도 의원은 “대통령 딸 가족의 해외이주 (의혹에 대한) 답변 대신 보복에 나서고 있다”며 “표적수사에 굴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김학의에 대한) 인사검증 당시 경찰청으로부터 ‘수사나 내사를 진행하는 게 없다’는 공식적인 답변을 받았다. 경찰?청와대에 허위 보고를 했다면 당연히 질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보고 내용에 대해 관련자들에게 경위를 확인하는 것은 민정수석실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에 대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질책은 ‘김학의를 수사해서’가 아니라 ‘허위 보고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김학의 사건, 특검하자”며 “그동안 주장한 많은 의혹 사건도 같이 하자. 드루킹 불법 대선 특검, 김태우 특검 등 부분에 대해 여당이 응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학의 특검 받을 테니 드루킹 재특검 하자’는 것은 “물타기를 해도 너무 심한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이유야 어째튼 ‘김학의 재수사’는 필연적으로 ‘황교안 흔들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프레임 전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여당은 한국당이 제기하는 ‘좌파 독재 세력” 프레임에 대항하기 위한 대응으로 또 다시 한국당을 ‘적폐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몰고 가려는 듯하다. 당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013년 3월 당시 황교안 법무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을 따로 불러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 접대 의혹이 담긴 동영상 CD를 꺼내 보이며 임명을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CD 동영상은 본 적도 없고, 턱도 없는 소리”라며 반박했다. 황 대표는 그간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해 “검증 결과 문제가 없다고 들어서 임명됐고, 임명 뒤 의혹 제기가 있었고 본인이 사퇴한 게 전부”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박 후보자의 말은 황 대표가 김 전 차관 임명에 대해 의혹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민주당과 ‘황교안 지키기’에 나선 한국당이 필사적으로 맞붙을 수밖에 없게 됨으로써 정국은 당분간 교착상태에 빠져들 것 같다. 바른 미래당은 한국당과의 차별화를 위한 전략으로 이 사건에 대해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지난 24일 “수사 외압 의혹이 사실이라면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청와대든 검찰이든 경찰 내부든 외압의 정황과 증거가 뚜렷하다면 분명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진실이 드러나야 할 것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이고 청와대 민정수석은 곽 의원으로, 수사 외압 의혹이 황 대표와 곽 의원에게까지 향하는 것은 당연하며 중요한 것은 진실을 올바로 규명하는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와중에 살얼음판 인사 청문 정국이 펼쳐졌다. 자유한국당은 28일 국회 인사 청문회가 끝난 7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 거부를 결정하고 이들에 대한 대통령의 지명 철회와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 카드를 통해 여야 4당이 추진 중인 선거제와 개혁 법안 패스트 트랙에 맞불을 놓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꼬일대로 꼬인 정국에서 4ㆍ3 재보선 결과는 야당발 정권개편 논의에 불을 댕길 수도 있다. 만약 정의당이 창원ㆍ성산에서 승리하고 민주당이 통영ㆍ고성에서 의외의 선전을 한다면 야권 개편 논의가 점화될 수 있다. 특히, 창원ㆍ성산 선거에만 후보를 낸 바른미래당이 5% 정도 밖에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손학규 대표 체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손학규 대표는 창원 성산에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 본인 약속대로 (득표율) 10%를 얻지 못하면 즉각 물러나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대답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했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현재 한국 정치는 혼란과 혼돈의 연속이다. 투쟁만 있고 대안은 없다. 과거만 있고 미래는 없는 실정이다. 정치권이 진정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이제부터라도 “누가 누가 못하나”에서 “누가 누가 잘하나”로 경쟁의 성격을 바꿔야 한다. 단언컨대, 준비없는 미래는 공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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