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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민주당-한국당 지지율 크게 요동... 친여권이던 주부층, 자영업자층 이탈 때문

여야대치 정국 해법은 ‘노무현 정신’ 실천…원친과 소신.무한책임.국익과협치 위한 용기
  • 김형준 명지대 교수
여야의 패스트트랙 대치로 국회는 아예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5월 7일부터 3주 일정의 ‘민생 투쟁 대장정’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의 막말은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3차 장외 집회에서는 ‘거짓말 정부’ 등 거친 언사를 써가며 문재인 정부를 맹공격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두들겨 맞고 피를 흘리겠다”며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독재 치하에서 살게 된다”고 했다. 황 대표의 이런 행보는 보수층을 결집해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고 ‘강한 야당 지도자’로 부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더불어 민주당과 자유 한국당 지지율 격차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리얼미터, tbs가 실시한 5월 2주 (7~8일) 조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은 각각 36.4%, 34.8%로 1.6%p 격차밖에 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근소한 차이였다. 그런데 5월 3주(13~15일) 조사에선 민주당 43.3%, 한국당 30.2%로 나타났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두 정당 간 지지율 격차가 13.1%p로 크게 벌어졌다. 문제는 이런 결과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상한 조사 결과”라고 언급한지 이틀 만에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당에선 “여당 대표 말 한마디에 ‘더 이상한 고무줄 조사’가 됐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여론조사는 특정 시기에 실시되는 스냅사진과 같다. 그 사진들은 시간이 흐르고 누가 조사를 실시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그림을 나타내게 되고 때로는 시간과 작가가 누구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특정 시기의 스냅 사진에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17일 대전 서구 도로변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런 정치 공방속에서 5월4주 조사(20~22일)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 격차가 다시 5%포인트대로 좁혀졌다. 민주당이 전주보다 3.8%포인트 하락하며 38.5%를 기록한 반면 한국당은 32.8%로 1.7%포인트 상승했다. 리얼미터는 “민주당의 하락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문 대통령 여성 지지자 혐오 표현’ 논란 등으로 결집했던 지지층 상당수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장자연 조사, 버닝썬수사 부실 논란’으로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또 “한국당은 최저임금 논란과 경제지표 악화 보도에 이은 민생·경제의 어려움 인식 증가와 함께 일부 지난주에 큰 폭으로 이탈한 계층에서의 자연적 조정 효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갤럽의 5월 4주(21-23일) 조사에서도 민주당(36%)의 지지도는 전주 대비 2%포인트 하락한 반면, 자유한국당(24%)은 변화가 없었다. 최근 리얼미터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서울 지역에서의 민심 흐름이다. 5월 4주 조사에서는 한국당(36.3%)과 민주당(36.1%)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내에서 접전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 주와 비교해보면 한국당은 5.9% 포인트 상승했고, 민주당은 5.7% 포인트 하락했다. 5월 2주때는 한국당이 민주당보다 무려 9.5%포인트 앞섰지만, 5월 3주 때는 민주당이 오히려 한국당보다 11.3% 포인트 앞섰다. 중도층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5월 2주때는 한국당(36.2%)이 민주당(32.9%)보다 앞섰다. 그런데 5월 3주에서는 민주당이 한국당보다 무려 14.2%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5월 4주때는 민주당(35.7%)은 6.7%포인트 하락했고, 한국당(33.6%)은 5.4%포인트 상승하면서 차이가 크게 줄었다.

널뛰기 하는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매주 널뛰기 하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갖는 함의는 현재 민심이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정국 경색에 대한 책임도 여야 어느 한쪽에 있다는 해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리얼미터와 오마이뉴스(5월 14일)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60.3%인 반면 ‘공감 한다’는 35.2%에 불과했다. 장외투쟁에 대한 이런 비우호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지지율이 30%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민주당에게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것이다. 그동안 이탈했던 보수층이 결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친여권 성향을 보였던 주부층과 자영업자층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당은 학생층에서 무당층의 규모가 20% 후반 대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높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20대 젊은 세대는 진보가 아니라 실리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공정이라는 가치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향후 정부가 고용 등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자신의 지지층에게만 기회가 평등하면 크게 반발하면서 한국당이 민주당을 앞서는 ‘정당 지지 역전 현상’이 일어 날 수도 있다. 지난 5월 2주때 이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한국당의 장외 투쟁을 비판만 하지 말고 청와대와의 수직적 종속 관계에서 벗어나 자율성 갖고 꼬인 정국을 풀 수 있는 정치적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을 이틀 앞둔 2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시민들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이했다. 23일 봉하 마을에서 열린 노 전대통령 추도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등 여권 인사들이 총 집결했다.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그린 노무현 대통령 초상화를 들고 참석했다. 그는 “제가 그림을 그릴 때 인권에 헌신하신 대통령, 친절하고 따뜻한 대통령,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있게 내는 강력한 지도자 그리고 아주 겸손한 한 분을 그렸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전대통령 10주기를 계기로 친문 진영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본격적인 세 결집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유독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신의 본질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특권·반칙 없는 사회를 위한 투쟁”이라고 했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의로움과 이로움이 충돌할 때 의로움을 위해 이로움을 버릴 수 있는 삶의 자세”를 꼽았다. ‘노무현 정신’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노무현 정신’ 첫째는 원칙과 소신

첫째, 원칙과 소신이다. 그는 지역주의 청산, 정치 개혁, 지방분권, 균형 발전, 권위주의 타파, 남북 화해 등 다양한 정치적 가치들을 구현하기 위해 소신을 갖고 노력했다. 인생의 중요한 국면마다 한사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 보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고행의 길을 택했다. 1990년 자신을 정치에 입문시킨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가 추진했던 3당 합당을 반대하며 야당의 길을 걸었다. 현역 국회의원 시절 지역주의에 맞서 재선이 확실시되던 서울의 종로구를 버리고 부산에 출마해 연거푸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낙선’이란 결과에도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며 지역 주민들의 선택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이런 우직스러운 행동에 감명을 받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결성됐고, ‘바보 노무현’의 별칭도 탄생됐다. 노 전대통령은 평소 ‘원칙 있는 승리’가 가장 좋은 것이고 그 다음은 ‘원칙 있는 패배”라고 했다. 가장 나쁜 것은 “원칙 없는 승리”라고 했다. 그만큼 노 전 대통령은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원칙을 소중히 여겼다. 여야 4당이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서 통과시킨 것은 큰 틀에서 보면 ‘원칙 없는 승리’다.

1987년 민주화이후 ‘게임의 룰인 선거법 개정은 여야 합의를 통해 통과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선거법 개정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렸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전신)은 선거법의 ‘단독 개정’을,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합의’를 강조하며 맞섰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 의석을 늘려야 한다고 하고,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선거구가 없는 초유의 상황이 2달 가까이 지속됐다. 당시 더불어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새누리당이 여야 합의 없이 선거구 획정을 강행하려고 하자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이다. 일방의 밀어붙이기나 직권상정으로 의결된 전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비판했다. 지금의 한국당과 똑 같은 목소리를 냈다. 물론 패스트트랙은 절차에 대해 합의를 한 것이고 최종 법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시점에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 개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고 원칙 없는 처사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11월 15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무현 정부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단체 행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공무원 노조법을 제정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우리나라 건국 이래 최초의 공무원 파업이었다. 당시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역사를 되돌릴 수 없기에, 다시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부끄러운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역사의 진보를 확신하면서 총파업에 돌입함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법외노조이며 단체행동권이 없는 전공노의 파업은 분명 불법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연가까지 사용해가며 파업에 참여한 공무원 136명을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직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 정부가 공무원들의 노조 결성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을 지켰다. 2007년 대법원은 “해임 공무원에 대한 징계가 사회 통념을 벗어난 것이라 보기 힘들다”며 “해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지난 3월 2004년 불법 파업으로 해직된 전공노 조합원 110여 명을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노동조합 관련 해직 공무원 등의 복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특별법은 2004년 불법 총파업으로 해직된 전공노 조합원 중 정년이 남아있는 110여 명을 복직시키고 해직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징계기록을 말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이것은 2007년 대법원 판결을 뒤엎는 것이어서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등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관련 국내법을 먼저 개정하고 나중에 국회 비준 동의를 받겠다는 ‘선(先) 입법, 후(後) 비준’ 방침을 뒤집는 것으로 경영계의 반발뿐만 아니라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다.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아

둘째, 무한 책임이다. 노 전대통령은 자신의 실패를 결코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그는 「운명이다」라는 자서전에서 “내 인생의 실패는 노무현의 것일 뿐, 다른 누구의 실패도 아니다. 진보의 실패는 더더욱 아니다. 내 인생의 좌절도 노무현의 것이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좌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퇴임 후에 저술한 「진보의 미래」라는 책에서도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는 것만큼만 간다”고 했다. 국민들이 자신의 이상과 생각대로 따라오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국민을 탓하지 않았다. 유서에서도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적었다. 고통과 절망 모든 것을 자신이 안고 가겠다는 강력한 책임 의식이 배어 있었다.

현 정부는 작금의 어려움을 자신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요인들로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 실정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저소득층의 지갑을 채우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경제가 살아나는 게 아니라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소득층 고용과 소득은 줄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22일 ‘2019년 상반기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4%로 0.2%포인트 내렸다. 전망치를 낮춘 이유는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이어진 수출 감소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5월 수출(1~20일)이 ­11.7%를 기록했다. 노무라 증권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연 2.4%보다 0.6%포인트 낮은 1.8%로 내렸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에 “최저임금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했고, 최근에는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19일 “고용 상황이 작년보다 개선되고 있어 희망적이다”면서 “고용 지표 개선에는 정책의 성과가 배경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발언들은 통계청 발표와는 전혀 다른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실업자 수가 19년 만에 가장 많은 124만명에 이르고 4월 청년 체감 실업률은 25%로 통계 작성 후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산업 현장의 핵심 세대인 30-40대 일자리 수는 무려 28만개가 사라졌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자동차 부품 제조업의 등의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최저임금 부작용을 1년 5개월 만에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지난 23일 통계청이 공개한 ‘2019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또 나빠졌다. 한 달 평균 번 돈이 125만 원 수준으로 1년 전보다 2.5%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이들이 일해서 번 돈, 근로 소득은 1분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여하튼 저소득층은 벌이가 나빠졌고, 정부 지원에 더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 동안 77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이렇게 참담한 고용 결과가 나온 것은 결국 경제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임금 상승 및 근로 시간 단축 → 고용 및 소득 감소→ 소비 위축 → 경제 부진’의 악순환 궤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경제가 부진한 것을 미중 무역 갈등과 같은 외부 환경과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야당의 악의적인 공격 탓으로 돌린다. 올해 1분기 중국 경제가 전년 동기 대비 6.4%, 미국은 3.2% 성장했다. 특히, 미국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4.2%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3분기 3.4%, 4분기 2.2%로 급격히 둔화되었지만 바닥을 찍고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1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따라서 한국 경제 부진은 외부 환경보다는 국내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미국 경제가 예상외의 호조를 보인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규제 완화 기조가 미국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와 임금 상승을 계속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여당도 “야당이 혹세무민하고 있다”고 비판만 하지 말고 겸허한 마음으로 경제 현실을 인식하고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면서 건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면 된다. 그것이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다.

셋째, 국익과 협치를 위한 용기

셋째, 국익과 협치를 위한 용기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체결, 제주 해군 기지 건설 등 진보 세력이 극렬하게 반대했던 것을 추진했다.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친노 세력들을 향해 “나는 좌파 신자유주의자”라고 항변하면서 국익 우선의 정치를 펼쳤다.

그만큼 노무현 정신에는 ‘실사구시’가 있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10주기 추도사에서 “노 대통령님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모든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고 목소리를 내셨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물론 의견의 차이는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의견의 차이는 한미동맹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공유된 가치보다 우선하는 차이는 아니었습니다. 저희 둘은 이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고 소회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8월 탈계파정치와 상생정치를 위해 국무총리 지명권과 조각권을 한나라당에게 주는 대연정 방안을 제시했다. 그 누구도 해보지 않은 협치 지향적 정치 개혁 구상이었다. 2005년 12월 9일 집권당인 열린 우리당이 주도한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맞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005년 12월 말부터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전국 각지에서 장외 투쟁을 벌였다. 노 전대통령은 2006년 4월 청와대로 열린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를 조찬에 초대해 여당이 사학법 개정을 야당에게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4개월간 이어진 꽉 막힌 정국이 풀렸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정국이 꼬여 여야가 싸울 때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여유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지지 계층으로부터의 미움받을 것을 알면서도 협치를 위해 양보를 했다. 이것이 노무현 정신의 핵심이다.

최근 민주당 이인영, 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 대표가 맥주 회동을 통해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자유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간으 일대일 회동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거부했다. 이런 와중에 ‘독재자 논쟁’이 터져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39주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사를 통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5^18 망언 당사자가 속한 한국당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에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인천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 연설에서 “이 정부가 저희를 독재자의 후예라고 하는데 진짜 독재자의 후예는 김정은 아닌가. 세습 독재자이고, 세계에서 가장 악한 독재자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도 (김정은의) 대변인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제가 왜 독재자의 후예인가”라며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계속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정치 구조속에서 야당은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투쟁 수단이 장외투쟁 말고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여당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야당시절에는 ‘장외 투쟁’을 숱하게 했다. 가령, 지난 2013년 8월 1일,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을 비판하며 서울광장에 천막을 쳤다. 하지만 54일 만에 김한길 대표는 “조건 없이 등원하겠다”며 장외투쟁을 철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야당에서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그 책임은 야당이 져야 할 것입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5월 13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에에서 야권을 향해 비슷한 언급을 했다.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며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했다. 한국정치에서 야당의 장외투쟁은 비난받을 수는 있지만 일상화된 것이다. 정부 여당이 진정 꼬인 정국을 풀려는 의지가 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정치로 풀어야 것은 정치로 풀어야 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일대일 회동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여당은 한국당이 국회에 들어 올 명분을 줘야 한다. 권력과 책임은 비례하기 때문이다. 통상 한국 정치에서 정국을 풀어나가는 건 정권을 잡은 여당 몫이다. 때로는 여당이 양보도 하고, 야당에게 밀리는 듯도 하면서 정국을 끌어나가야 한다. 집권 여당이 야당과 일대일로 싸우겠다는 식으로 나가면 정국이 풀리지 않는다. 다양한 추모 행사를 펼친다고 ‘노무현 정신’이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담대한 실천이 따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신’을 받들어 이제 ‘진보 원리주의’에서 벗어나 ‘책임을 다하는 실용주의적 진보’의 길을 가야 한다.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는 ‘유연한 원칙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꼬인 정국이 풀리고 국회가 정상화될 것이다. 한국당도 패스트 트랙 사과와 철회라는 애초부터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이제는 접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지혜로운 출구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국회 정상화의 시점을 놓치면 반드시 역풍이 불고 결국 빈손 회군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여야 모두 정파적 이익에서 벗어나 국민 우선의 정치로 복귀할 것을 기대한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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