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가치 최대 1조 7000억 달러 추정… 트럼프, 재선되면 매입 밀어붙일 수도

얼음의 나라 그린란드.

미국은 과연 매력적인 땅과 바다가 될 수 있는 그린란드를 구매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봤을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미주대륙의 땅뿐만 아니라, 세계 지도에 표시된 섬들을 구매하거나 전쟁으로 확보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덴마크로부터는 중남미 카리브 해에 위치한 버진 아일랜드 섬을 매입했었다. 대서양에서 파나마 운하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버진 아일랜드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한 미국은 1860년대부터 덴마크와 섬의 구입에 관한 협상을 시작하였다. 협상은 1900년 존 헤이 국무장관 시절 500만 달러에 거의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결렬됐다. 그 후 제1차 대전에서 독일의 잠수함작전의 위협을 느낀 미국은 제28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1917년에 346㎢의 버진 아일랜드를 2500만 달러(2018년 경상가격 환산으로는 5억7600만 달러 상당)에 구매했다. 미국은 섬을 사들였고, 해군 기지를 건설하였다. 미국은 영토의 확장보다는 군사적 목적으로 섬을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해군기지를 건설했고, 영토로서의 관리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겼다. 버진 아일랜드의 다른 한쪽의 153㎢의 지역은 1666년 이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이며, 조세 피난처(Tax Haven)로 유명하다. 조세 피난처란 법인에서 실제로 얻은 소득의 전부나 일정 부분에 대한 조세의 부과가 이루어지지 않는 국가나 지역으로, 세제상에서 우대를 받을 뿐만 아니라, 외환거래 등 금융거래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는 곳을 가리킨다.


그린란드, 美 지정학적 책략서 중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는 새 영토 매입에 대한 미국의 오랜 바람을 다시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 죽은 것으로 여겨졌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이념이 다시 등장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남의 영토를 사고파는 국가 간의 행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사실상 종식됐다. 트럼프 식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는 시대에 뒤떨어진 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해리 트루먼 당시 정부는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1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언론에 출연해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소유하고 있고, 우리의 동맹이다. 그린란드는 전략적 장소이며 많은 가치 있는 광물을 보존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가치와 거래관계를 잘 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살펴보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매각 문제에 대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커들로 위원장의 언급이 전해진 후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터무니없는 논의”라고 논평했고, 키엘슨 그린란드 총리 역시 “그린란드는 비즈니스에는 열려 있지만, 판매용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미국의 해외 영토 확장에서의 주목해 봐야 할 책략가는 국무장관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019년 5월 6~7일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열린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한 연설이다. 북극이사회는 1996년 설립됐고, 공식회원국은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 8개국이다. 한·중·일 3개국을 비롯한 13개국이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쪽 바라보기: 미국의 북극 주목 분명하게 하기>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미국의 북극권 선점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폼페이오는 북극 지역이 막대한 천연자원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 지정학적 대결의 각축장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폼페이오는 미국이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북극에는 전 세계 미 채굴 원유의 13%, 천연가스의 30%, 막대한 우라늄과 희토류, 금, 다이아몬드 등이 매장돼 있다”고 말했다. 또 북극의 중심부인 북극해는 북극 해빙이 녹아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세계 교역에도 중요한 곳으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는 북극을 시장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존중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북극에서의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경고했다. 중국은 2013년 일대일로 구상을 제시한 이후 2017년 북극항로를 통해 아시아와 북유럽을 연결하는 ‘해양 실크로드’ 개념을 제시했으며, 러시아는 올해 4월 북극항로를 중국의 해양 실크로드에 연결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을 겨냥해서는 북극 지배권에 대한 비(非) 북극 국가의 역할 주장에 반대를 표명했다. 그런 미국의 입장에서 그린란드 확보는 미국의 지정학적 책략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덴마크가 매각 의사가 없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이기면 그린란드 매입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최저 2억 달러에서 최대 1조 7000억 달러 가치

그러면 과연 그린란드의 거래가격은 얼마가 될까?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외국의 땅을 샀던 사례를 바탕으로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적정가격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2019년 8월 16일자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린란드에 가격표를 붙이는 건 어렵지만 한번 추정해봤다”며 최저 2억 달러에서 최대 1조 7000억 달러에 이르는 몇 가지 옵션가격을 선보였다. 첫 번째 옵션은 비슷한 사례인 알래스카와 비교하는 것이다. 그린란드 면적은 217만 ㎢이고, 알래스카 면적은 160만 ㎢ 이지만, 계산 편의상 1.5배로 한다. 기후와 인구밀도가 비슷하다. 석유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사들였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억 2480만 달러(약 1497억 원, 환율기준을 1달러 대 1200원 적용 시) 수준이다. 알래스카 매입가를 현재 가치로 변환한 후 땅 크기로 1.5배하면 1억 9500만 달러(약 2340억 원)다. 최저가격이다.

두 번째 옵션은 1946년에 미국이 덴마크 정부에 제시했던 1억 달러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경우로 14억 달러이다. 세 번째 옵션은 그린란드를 기업이라고 여기고 주가수익비율(PER, Price to Earnings Ratio)에 대입하는 것이다. 그린란드 GDP는 그 중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덴마크 정부 보조금을 빼면 연 20억 달러다. 여기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의 평균 PER(21.3배)을 곱하면 적정 가치는 426억 달러(약 51조 1200억 원)로 나온다. 중간 가격이다. 네 번째 옵션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그린란드에 매장된 풍부한 지하자원이 개발될 잠재력을 감안하고, 북극해의 지정학적 위치 등을 고려하면 그 가치는 2016년 아마존(Amazon) 기업의 2016년 S&P 최대 주가수익률 847배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그린란드의 가격은 1조 7000억 달러(약 204조 원)로 치솟는다.

같은 날 <파이낸셜 타임스 알파빌(FT Alphaville)>은 그린란드의 가치를 1조 1000억 달러로 추정했다. 그린란드의 유전가치는 3000억~4000억 달러, 광물 500억~7000억 달러, 부동산 200억~2200억 달러로 추산했다. 과거 미국이 루이지애나 매입은 내부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이 7.1%, 맨해튼 7.4%, 알래스카 9%였음에 비추어 그린란드 매입은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2019년 8월 20일자 <월스트리트지>는 그린란드와 유사한 경제구조인 미국의 와이오밍 주와 비교하면서 그린란드 가치를 5330억 달러로 분석했다.

트럼프 ‘그린란드 책략’ 성사시킬까

결론적으로 부동산 타이쿤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린란드는 아주 매력적인 매물임이 분명하다. 물론 토지·건물이나 골프장과 같은 부동산과 달리 그린란드를 매입한다는 것은 미국과 덴마크 양국의 입법과정과 의회승인은 물론, 21세기의 세계 지정학 판도를 바꾸는 엄청난 사건임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과거 사례를 볼 때, 수십 년 내지 수 세기에 걸쳐 끈질기게 접근할 것으로 본다. 그린란드의 육지에 못지않게 그린란드가 가진 바다의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매입을 주도한 윌리엄 슈어드 당시 미 국무장관은 이 거래로 미국 역사상 최고의 국무장관이 됐다. 제퍼슨 전 대통령이 프랑스와 루이지애나를 거래한 덕분에 미국 영토는 두 배가 됐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 국무장관은 <그린란드책략>을 성사시킬지 흥미롭고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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