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열린우리당 교훈 삼아 일방적 독주 경계해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연합
21대 총선에 따라 여대야소 구도가 조성되면서 향후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180석을,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포함해 103석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과반을 넘어 국회 총 300석 중 5분의 3가량을 차지하게 됐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권은 집권 중·후반기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정부와 여당이 손잡고 추진해왔던 정책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권 재창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여권의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2004년 열린우리당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민주당이 ‘협치’로 정국을 운영해 나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민주당 독주 가능성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기에 실시된 이번 총선은 ‘정권심판론’이 통하지 않았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미흡한 경제정책을 심판하기보다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독주할 가능성도 있지만 다음 대통령 선거를 앞뒀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대선 직후에 총선에서 압승했다면 (입법과정에서) 당론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겠지만 집권 중후반에 승리했기 때문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가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이면 정국이 선거분위기로 전환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재집권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혁신·개혁 법안을 신중하게 처리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야당인 통합당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현진 서울대 박사는 “집계 방식에 따라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을 단 하나의 정당이 독점한 사례는 없었다”며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인위적으로 여당의 몸집을 불려서 216석을 만든 이후로 거대여당의 탄생은 사실상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의 논리’에 의해서 국회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만큼 야당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통합당이 여당의 상임위원회 의사절차를 견제하는 것 또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김 박사는 “국회의장이나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는 모두 여당의 몫이 될 것”이라고 봤다. 자리를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도 21대 국회에선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금껏 여야는 자리싸움을 하느라 국회법에 명시된 원 구성 기한을 맞춘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올해는 의석 수 차이가 큰 만큼 자리싸움을 둘러싼 치열한 대결이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목 받는 상임위는 법제사법위원회다. 관례상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다. 김 박사는 “관례상 법사위원장은 야당에게 배정하고 있더라도, 법사위 전체 의석 배분을 봤을 때 법사위가 상임위 의사절차를 견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여당이 법사위를 야당 몫으로 인정해 주지 않을 경우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열린우리당의 교훈
민주당이 2004년도 열린우리당을 교훈 삼아 조심스런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04년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는 민주화 이후 첫 여대야소라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획득하면서 압승했고 한나라당은 12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 같은 기세는 2년밖에 가지 못했다. 2006년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급락했다. 당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은 9.4%의 지지율을 보였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최저치인 10.2%를 기록했다. 강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오만한 정국운영이 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더라도 2022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선거 기간 내내 ‘겸손’을 강조했다. 지난 13일 이 전 총리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선거란 항상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긴장을 늦추지 말고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국민에게 한 표를 호소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선거가 끝난 17일에는 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조금이라도 오만, 미숙, 성급함, 혼란을 드러내면 안 된다. 항상 안정되고, 신뢰감과 균형감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리에 도취되기보다는 겸손한 태도로 국정운영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이와 관련해 강 교수는 “대통령의 레임덕이 크게 우려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이 전 총리가 강조하는 ‘협치’에 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상대 야당을 배려하고 동의를 구하는 자세로 독주하지 말고 주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 전 총리의 신중모드로 간다면 과거 열린우리당처럼 자충수를 두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구성원의 변화
이번 총선의 또 다른 특징은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의 중진이 퇴진했다는 점이다. 초선의원 비율이 50%를 넘긴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물론 우리나라 국회 초선의원 비율은 민주화 이후 단 한 번도 40%대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초유의 선거 결과가 나타난 이번 선거에서 초선 비율이 과반을 넘겼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강 교수는 “중진이 주도하지 못한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국회의원 57명이 당선되면서 역대 최다 여성 의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국회 구성원의 변화는 국회 개혁 시도로 이어질 것”이라며 “누더기가 된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