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이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 이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직접적인 대남.대미 메시지를 자제, 이후 대화 국면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 직함을 ‘무력 총사령관’으로 격상하고, 군 장성들에게도 이례적으로 ‘장군’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실시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밝은 회색 서양식 정장과 짙은 회색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했다. 이날 자정에 실시된 열병식 영상은 조선중앙TV를 통해 19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7시 중계됐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올해 들어와 얼마나 많은 분이 혹독한 환경을 인내하며 분투해왔느냐”며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이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도 미안하고 영광의 밤에 그들(장병)과 함께 있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고 밝혔다.

또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라며 남측에 공개적인 유화 메시지를 표명했다.

연설 중 김정은은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감성 정치’ 제스처를 보여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열병식 말미에는 길이와 직경을 늘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북극성-4A형 등 전략 무기들을 선보이면서 자위적 억제력 강화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신형 ICBM이 공개되면서 미국 내 여론의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괴물 같은 미사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북한에서 세계 최대 이동식 ICBM일 수 있는 것이 등장한 것은 (북한) 정권의 핵 프로그램과 미국에 대한 위협 억제에 있어 제거는 고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실패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열병식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군 원수들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참모장, 김덕훈 내각총리,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통일부는 일단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기대감을 보였다. 11일 통일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코로나19 극복과 관련,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주목한다”라며 “이런 연설 내용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남북 간 대화 복원이 이뤄지고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코로나19를 포함해 인도·보건의료 분야에서부터 상호 협력이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지만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1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하면서 향후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관계부처들이 조율된 입장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간접적인 답변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으로 이후 평화 국면을 만들어가는 데 주력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로 보인다. 직접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은 최근 발생한 북한 군에 의한 남한 공무원 사망 사건으로 인한 북한에 대한 국내 여론 악화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 직함을 ‘무력 총사령관’으로 격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조선중앙TV는 10일 진행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내용을 전하며 “우리 무력의 총사령관 동지를 육해공군 장군들이 맞이했다”며 “김정은 동지께 장군들은 다함없는 흠모심을 안고 최대의 경의를 드렸다”고 보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의 군 직함은 ‘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이었다. 이에 지난해 개정한 헌법에 ‘국무위원장이 공화국 무력 총사령관을 겸한다’고 명시한 이래 공개적으로 ‘무력 총사령관’ 호칭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군 통수권자 지위를 강조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15일 ‘무력 총사령관’ 호칭이 지위 변화를 뜻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군 호칭이 기존 최고 사령관에서 총사령관으로 바뀐 대목이 단순 용어정리인지 지위 변화가 포함되는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