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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칼럼]윤석열 징계 추진 추미애 장관 '사면초가'

국민 55% “검찰 개혁이 길들이기로 변질”
文 대통령 콘크리트 지지율 40% 붕괴
‘추미애 블랙홀’서 탈출할 전기 필요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월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기습적으로 징계요청과 직무정지 처분을 명령했다. 그 근거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사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측근 비호를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검찰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사실,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 위엄과 신망이 심각히 손상된 사실 등 6개 혐의를 들었다. 추 장관은 그 중에서도 “판사 불법사찰 문건의 심각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해 조치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런데 추 장관이 역풍을 맞으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검찰, 학계, 진보 시민단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로부터 집중적인 표적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전국 18개 지검, 41개 지청을 포함해 총 59개 지방검찰청의 평검사들이 추 장관의 조치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1월부터 7개월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서 추 장관을 보좌해왔고,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추 장관에게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처분의 철회를 호소했다.

그는 검찰 내부망에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장관님, 한 발만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서 “저희 검찰은 거의 모든 평검사와 중간 간부 및 지검장, 고검장에 이르기까지 추 장관의 이번 처분을 재고해달라는 충정 어린 릴레이 건의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고 썼다.

이어 “이번 조치가 그대로 진행되면 검찰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적대시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검찰개혁이 추동력을 상실한 채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버리고 수포로 돌아가 버리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방법(직무 정지)으로 총장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무너진다면 검찰 개혁의 꿈은 무산되고 오히려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중대한 우(愚)를 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 처분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로 감찰 절차와 원칙을 훼손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법무부가 내부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감찰 대상자의 소명도 듣지 않은 채 ‘윤석열 찍어내기’를 위한 맞춤형 감찰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1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수사의뢰 과정에 절차상 결함이 있어 부당하다고 만장일치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추 장관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고 징계 혐의가 인정돼 징계를 청구했다”고 반박했다.

현직 검사로는 처음으로 장진영 천안지청 검사는 1일 7개의 이유를 들어 추 장관이 권한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 장관을 향해 “진정한 검찰개혁을 추진할 자격과 능력이 없으니 더 이상 국민들을 상대로 진정한 검찰 개혁의 의미를 왜곡하거나 호도하지 말고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장관직에서 단독 사퇴해달라”고 했다.

대한법학교수회 2000여 명도 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요청과 직무 정지 처분은 헌법이 정한 적법 절차와 형사법·검찰청법 등 실정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교수회는 “법무부 장관이 제시한 징계사유는 매우 중대해 보이지만, 사유에 대한 적절한 조사 절차와 명백한 증거 없이 징계를 요청하면서 검찰총장의 직무를 즉시 정지시킨 결정은 성급하고 과도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교수회는 가장 논란이 되는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명확한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물적 증거가 확보돼야 함에도, 뒤늦게 대검찰청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절차의 적법성 흠결이 처분의 합법성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옵티머스 라임 사건 수사’ 등을 지휘 감독하고 있는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것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방해한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2만여명의 회원을 가진 변협은 지난 달 26일 성명서를 통해 “추 장관은 검찰총장을 직접 감찰한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혐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일부 사유는 이미 언론과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공개된 사안이고, 새롭게 제기된 사유들도 국민들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킬 정도인지에 대하여 납득할 만큼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직무정지 조치는 검찰조직 전체와 국민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적법한 감찰을 통해 진상을 규명한 후 신중하게 처리해야 마땅함에도 너무 성급하게 처분을 내린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추 장관에게 재고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별개로 검찰총장 직무를 정지한 것은 과도하다”며 “징계심의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은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권 세력이 직시해야 하는 것은 각계각층에서 보인 이런 반응과 성명의 공통점은 윤석열 총장 개인을 옹호,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절차 위반,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도 돌아섰다. 리얼미터· T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 정지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 56.3%가 추 장관의 이번 조치가 ‘잘못했다’고 평가한 반면, ‘잘한 일’라는 응답은 38.8%로 집계됐다.

법을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헌법과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검찰 총장을 몰아내고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민심도 이런 견해에 동조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여론조사(11월 30일~12월 2일)에 따르면, 검찰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검찰개혁이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진 것 같다’는 의견이 55%로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의견(28%)보다 높았다[그림1].
추 장관은 직권을 남용한 사법 농단으로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헌법(12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윤 총장 직무 정지는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밖에 검찰청법, 행정절차법, 형법 등을 위반한 것도 문제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총장을 건너뛰고 대검 감찰부에 직접 지시했는데 이것은 법률 위반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직무배제에 앞서 법무부 감찰훈령 제4조 ‘중요한 감찰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를 ‘받을 수 있다’고 고쳤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정책 제도 계획을 변경하는 경우 최소 20일 이상의 행정예고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데도 이를 거치지 않았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추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은 감찰위를 거치지 않아 위법한 것이 된다.

윤 총장 감찰에 참여한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는 본인이 ‘판사 사찰 의혹은 죄가 안 된다’는 의견을 보고서에 담았는데, 법무부가 윤 총장을 수사 의뢰하면서 이 부분은 아무 설명 없이 삭제했다고 폭로했다. 형법의 공문서 변조죄가 될 수 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이 제시한 혐의가 모두 사실과 다르고 감찰 과정에서 입장을 소명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지난달 25일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26일에는 직무 배제 취소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1일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처분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직무배제 처분이 징계의결 시까지의 예방적·잠정적 조치더라도, 그 효과는 신청인(윤석열)의 검찰총장 및 검사로서의 직무수행 권한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으로 사실상 해임·정직 등의 중징계처분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집행정지를 할 긴급한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며 “그래서 입법자는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부당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임명 전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되고, 일단 임명되고 나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법무부 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지휘 감독권의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윤 총장 직무배제는 위법이라고 본 것이다. 윤 총장은 법원의 결정이 나자마자 업무에 복귀하면서 “모든 분들께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원이 효력 중단 결정을 내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이 무도하고 포악하게 위법을 행하면서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총장을 찍어내려 했지만 살아있는 양심들이 이를 지켜냈다”고 했다. 법무부 감찰위에 이어 법원도 윤 총장의 손들어줬다는 것은 사실상 추 장관의 완패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2020 기부 나눔단체 초청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추미애 장관 원군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모든 공직자는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위기를 넘어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의 관행이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급변하는 세계의 조류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지닐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검찰 조직을 향해 우회 경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윤 총장 직무 배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사태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민감한 각종 현안에 모르쇠로 일관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울산시장 하명 수사, 유재수 감찰 무마, 라임·옵티머스 사건, 윤미향 사태 등 현 정부에 불리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문 대통령은 침묵하거나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쳤다. 오거돈·박원순 성 추문 때도 문 대통령의 입은 굳게 닫혔다. 최근에도 문 대통령은 월성 1호기 청와대 개입 의혹, 김해신공항 백지화, 윤석열 직무배제 등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집권 초 기무사 계엄 논란 문건은 물론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을 낱낱이 수사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과 비교해 보면 천양지차다. 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다른 전직 대통령들도 소환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아들이 구속된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과 검찰 수사를 담담히 받아들였던 노 대통령이 울고 계신다”고 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자신의 의도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는다. 부담과 책임이 싫은 것 같다”고 했다. 심지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추 법무장관과 윤 총장이 대립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을 줄이기를 원하지만, 그의 검찰 개혁은 정반대 효과(opposite effect)를 내는 것 같다”고 평가 했다.

야권에서는 ’비겁한 대통령‘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27일 청와대 앞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그러면서 “현 사태에 대한 문대통령 침묵은 비겁하다. 국민 앞에 당당하게 설명하는 것이 통수권자의 당연한 도의이자 의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9일 화상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이 말해야 할 곳에 말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침묵이 길어질수록 국민들도 대통령의 침묵 길이만큼이나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 따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어떤 이유에서든 ‘대통령 불인정’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사태가 이런 지경에 오기까지 침묵한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불통과 침묵의 이미지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 3년 6개월간 문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6차례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박 전 대통령의 ‘불통’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2016년 8월 트위터에 “‘정치는 말’이라는 게 노무현 소통법이었다. 통하지 않고 꽉 막혀 숨 막히는 박근혜 정권”이라고 적었다. 취임사에선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고,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위기>라는 책을 쓴 크리스 윌리스는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부터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16명의 대통령의 통찰력과 결단력을 분석했다. 핵심은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암묵적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추 장관의 일탈과 독선은 결국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리얼미터·TBS 조사(11월 30일~12월 2일)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6.4% 포인트 하락한 37.4%, 부정평가는 5.1% 포인트 오른 57.3%를 각각 기록했다. 긍정과 부정평가 간 격차는 19.9% 포인트였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40% 밑으로 떨어진 건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몇 가지 두드러진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그림2].
우선, 현 정부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던 진보·호남 등에서 지지율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다. 진보층에선 전주 대비 7.8% 포인트(72%→64.2%) 하락했다. 여권의 텃밭인 호남에선 무려 13.9% 포인트(72.2%→58.3%) 추락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둘째, 충청 지역에서의 하락도 두드러졌다. 전주대비 14.9%포인트 하락(45.4→30.5%) 하락했다. 충청도에서 ‘윤석열 직무배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충청도 민심이 윤석열을 잠재적인 ‘지역후보’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충청 지역(공주·부여·청양)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이 대통령 선거에 나오면 안 된다는 주장은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정신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반헌법적”이라고 쓴 것도 이런 배경에서 니온 것이다.

셋째, 여권 핵심 지지층인 여성층에서도 낙폭이 컸다. 전주대비 9.1% 포인트(46.8→37.7%) 하락했다. 여권에게 ‘대통령 지지율 40% 붕괴는 충격적이다. 그동안 현 정부가 법치를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정치를 몰락시키고, 경제를 망가뜨리고, 부동산을 망쳐도 40% 지지는 큰 버팀목이었다. 그런데 이런 철벽 지지층이 붕괴한 것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지속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하지만, 리얼미터의 지적처럼 “윤 총장 직무 배제 이슈가 겉으로 진영간 참예한 갈등을 보였지만 조사 결과 진보층에서 진영내 이탈과 충격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당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다시 역전했다. 국민의힘은 전주보다 3.3% 포인트 오른 31.2%, 민주당은 5.2% 포인트 떨어진 28.9%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지지율을 앞선 건 4개월 만이다. 결국 추미애 장관의 폭주가 문재인 대통령 콘크리트 지지율 40%를 깨뜨리는 촉발 요인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 여권의 유력 대권후보인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의 지지도가 링에도 오르지 않은 윤석열 총장에게 역전되는 여론조사마저 나왔다. 데일리안·알앤써치 조사(11월 30일~12월1일) 결과,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에서 윤석열 총장이 24.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낙연 대표 22.5%, 이재명 지사 19.1% 순이었다.

한국 갤럽 조사(11월 24~26일)에서는 내년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어느 쪽 주장에 더 동의하는지 물은 결과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36%,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50%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만 ‘정부 지원론’이 우세했다. 중도층에서는 ‘여당 승리(정부 지원론)’는 34%인 반면, ’야당 승리(정부 견제론)는 57%로 크게 앞섰다[그림3].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 복귀한 지 하루 만인 2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에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해 ‘감사 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산업부를 넘어 청와대를 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경고한 “넘지 말라”고 한 선을 넘은 셈이다. 윤 총장 고도의 의도적, 전략적 도발로 보인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두고 볼 일이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1일 윤 총장 징계를 밀어붙이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사실상 항의의 뜻으로 사의를 밝혔다. 법무부 차관은 검사징계법상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징계위 불참’ 의사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2일 신임 법무부 차관에 친여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인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청와대가 검증없이 하루만에 속전속결로 원전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백운규 전 장관의 변호인이었던 이 변호사를 법무부 차관에 임명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 내부에선 “청와대와 정권 핵심으로 향하는 원전 수사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란 방증”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 차관을 내정한 것은 아무리 법원이 막아도 문 대통령이 윤 총장 해임 전면에 나서겠다는 시그널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3일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과 관련한 공개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 발언이후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오는 1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 심의와 관련해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일 재지정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야권은 집권세력의 ‘윤석열 제거’는 차질없이 강행 처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공수처법 개정 → 징계위 결정 → 대통령에게 징계 요청 → 민주당 징계 수용 촉구 → 대통령 윤석열 해임 → 추미애 자진 사퇴‘라는 일정에 맞춰 진행될 것 같다. 결국 추미애-윤석열 양비론으로 몰고가려는 전략같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법원의 윤 총장 복귀 결정 직후 “우리는 결연한 의지로 검찰 개혁을 계속하겠다”며 “문제의 원점은 검찰 개혁”이라고 말했다. 3일에는 “결단이 임박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 입법 전쟁을 예고했다. 그는 민주당 미래입법과제 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야당과 협의에는 인내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결단도 필요하다. 우리는 많이 인내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친문 핵심인 4선의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출범하고 지금 검찰 상황이 진정되면 (추 장관이) 모든 임무를 완성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여권 고위 인사들의 이런 발언들은 ‘윤석열 제거 구상’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국민들이 현 정권에게 “왜 이렇게까지 윤석열을 제거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의 권력 비리 수사의 칼날이 문재인 대통령에까지 들이닥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은 지울수 없다. 이제 추미애의 시간이 아니라 문재인의 시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기존의 ‘추미애-윤석열 진흙탕 싸움 구조’가 문재인-윤석열간에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 결론이 나는 ‘치킨 게임 갈등 구조‘로 전환될 조짐을 보인다.

리처드 E. 뉴스타트는 <대통령의 권력>이라는 책에서 대통령의 힘은 설득에서 나온다고 했다. 대통령의 간결하고 명쾌하며 정곡을 찌르는 메시지는 설득의 요체가 될 수 있다. 검찰이 집단 반발하는 데 “모든 공직자는 집단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들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공허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검사와의 담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야 울림이 생기는 법이다.

대통령의 침묵은 설득의 적이고, 불통보다 더 나쁘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에 불리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침묵을 지켜왔다. 근본 이유는 자기부정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가령, 문 대통령은 과거 “검찰 독립이 중요하고 검찰 독립에는 검찰총장 임기보장이 결정적이다”고 했다. 따라서, 윤 총장 해임은 문 대통령이 공언했던 검찰권 독립 및 검찰 개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여하튼 대통령이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스스로 권위를 훼손시키고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추미애 블랙홀’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국민 10명 중 6명(59.3%)은 추 장관과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금 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미움을 받더라도 국민들의 이런 요구를 관철시키는 책임과 용기다.

여권은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어도 윤석열 해임을 중단하거나 철회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임기말 권력누수(레임덕)와 핵심 지지층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민주화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3년6개월이 경과하면 예외 없이 위기를 맞고 레임덕에 빠졌다. 실패한 대통령의 공통점은 위기인데도 위기인지 모르거나, 위기인지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다” “정권의 명운을 갈고 배수진을 쳐야 한다”는 유아적인 생각과 “자신은 역대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허황된 믿음 때문이다. 현 집권 세력은 역대 정권에서 경험했듯이, 불통과 독선은 파멸의 전주곡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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