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재가·추미애 장관 사의 표명
윤석열 측 “추 장관 사의 관계 없이 ‘불복 소송’ 진행”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이 고요하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을 의결,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조치를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건을 재가한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윤 총장은 “부당한 조치”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16일 법무부 징계위는 윤 총장의 징계 혐의 6개 중 4개를 인정하고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징계위는 15일 오전 10시 34분께 심의를 시작해 16일 오전 4시를 넘겨 장장 17시간 30분에 걸친 회의 끝에 정직 2개월 처분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2개월간 직무 집행이 정지되고 보수도 받지 못한다.

징계위 측은 징계 청구 사유 중 Δ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 Δ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Δ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Δ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의 위신 손상 등 4가지가 징계 사유가 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언론사주 만남이나 감찰 비협조 등에 대해선 “징계사유가 있으나 징계사유로 삼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돼 불문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감찰 관련 감찰방해 사유에 대해선 증거부족으로 무혐의로 결정했다. 윤 총장 측이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과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에 대한 기피신청과 징계위원을 7명으로 채워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시작된 징계위는 윤 총장측의 요청을 모두 기각했다. 이어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 류혁 법무부 감찰관,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등 총 5명의 증인에 대한 심문 절차에 돌입했다.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이날 철회된 심재철 검찰국장은 진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후 윤 총장 측은 증인심문에서 나온 증언들을 정리해 최종 의견진술을 해야 한다며 하루 이상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종 의견진술을 거부하고 징계위에서 퇴장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 측의 퇴장 후 오후 9시쯤부터 의결을 위한 토론을 시작한 뒤 약 7시간만인 오전 4시10분께 의결 결과를 발표했다.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이날 의결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징계 양정에 대해 일치가 안 됐지만 정직 2개월로 의결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초를 겪는 국민들에게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시간을 오래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 오늘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해임부터 정직 6개월, 정직 4개월에 이르기까지 의견이 많아 상당히 오랫동안 토론을 했다”며 “이번 양정에 대해선 국민들의 질책은 달게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이날 최종 의견진술 거부 직후 취재진에게 “정말 무고하고 누명이라는 것에 대해 벗겨보려 많은 준비를 하고 노력했지만 절차가 종결되는 것을 보니, 저희 노력과는 상관없이 이미 다 정해져 있던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6일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안을 재가했다. 이어 추 장관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날 사의를 표명한 추 장관의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숙고해 판단하겠다. 맡은 소임을 다해달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통지서는 이날 오후 8시30분쯤 법무부 직원을 통해 윤 총장 측에 전달됐다. 이로써 윤 총장은 이날 0시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그러나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의 거취와 상관 없이 징계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윤 총장 측 법률대리인은 17일 정직 징계 처분 효력을 일단 정지시켜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처분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오후 9시 20분께 전자소송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윤 총장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은 본안 소송인 징계처분 취소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이 중단된다. 이 경우 윤 총장은 다시 직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사태를 몰고 온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추 장관 취임 직후 시작됐다. 두 사람은 검찰청 인사 등의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 지난 7월 추 장관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본격화됐다. 추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이후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데 이어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 등 6가지 비위혐의가 있다며 징계를 청구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