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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칼럼]안철수 선거 출마, 태풍인가 미풍인가

데이터로 분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선거 출마 영향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출사표를 쏘아 올렸다.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 내년 4월에 있을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겨냥한 것이다. 2021년은 안 대표가 한국 정치사에 이름을 올린 지 10년째가 되는 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지나간 10년 동안 안 대표의 정치적 행보는 어떤 과정을 밟았을까.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보궐 선거가 예정되면서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떠오른 인물은 안철수였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잠시 의사의 길을 걷다가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던 안 대표는 10여년 전 성공한 IT전문가로 자리매김했을 무렵이었다. 그가 개발한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거의 다 알 정도였다. 성공한 기업인이었고 신지식인으로 각 방송마다 초대 1순위에 꼽히는 인물이었다. 개혁적인 사고로 특히 젊은 세대의 모범이 되는 이미지를 뽐냈다.

  • 2011년 8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 모습.[연합뉴스]
전문성과 친근감을 갖춘 인물이 흔히 주목받는 자리가 정치권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무상급식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빈자리를 채울 인물로 안 대표가 부각됐다. 그러나 한창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던 안 대표는 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이라는 시민운동가에게 양보하는 형식을 취한다.

2011년 서울시장 도전을 꿈꾼 이후로 안 대표의 정치 역정은 파란만장했다. 처음 정치권에 얼굴을 내민 이듬해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다가 대선 일이 가까워지면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단행했다. 2013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고 2014년엔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해 김한길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가 된다.

2015년 12월에 민주당을 탈당하고 이듬해 국민의당을 창당한다. 안 대표는 같은 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 3당 돌풍을 일으키며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다음해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3위를 기록한다. 2018년에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해 낙마한 후 그는 한국을 떠난다. 그리고 2020년 한국으로 돌아와 국민의당을 재창당하고 국회의원 선거를 지휘해 비례대표 3석을 얻었다.

돌이켜보면 거의 매년마다 굵직한 정치적 행보를 보인 안철수 대표다. 그런데 국민 여론도 그렇고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안 대표는 외연을 확장하기보다 도리어 점점 정치적 영향력은 축소된 모습이다.

내년 서울시장 출사표를 내밀기 이전까지 차기 대선 후보로 안 대표의 위상은 미미했다. 유력 후보로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등이 부각될 뿐 안 대표에 주목하는 이는 별로 없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안 대표가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이후 주목도가 더 높아진 상황이다.

10여년 간이나 한국 정치판에 서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철수라는 정치인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 왔다. 대중적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지도자로 능력을 검증받을 자리와 기회는 거의 없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이든, 어떤 자리가 되든 지도자로 검증을 받는 자리가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안 대표의 출마 선언은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남아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로 이해된다.

안 대표의 출마 선언문을 보면 ‘정권 교체를 위해 서울시장 승리가 간절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서울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의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지역이었다. 서울에서 이기면 전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장이 대선 후보자와 같은 소속 정당인 경우 대선 득표에 유리한 결과로 나타났다.

1997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서울시장은 같은 정당의 조순이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했을 때 오세훈 시장 역시 같은 정당 소속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석패했지만 서울시장은 박원순이었다.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여당은 비상이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부터 서울 지역은 하락세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서울 지역 지지율을 분석해 보았다.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말 문 대통령의 서울 지역 긍정 평가는 63.1%였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6월 17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부터 서울 지역은 부정으로 돌아섰다. 가장 최근 서울 지지율은 부정이 60%에 육박한다. 적어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대통령 마케팅을 활용하기 힘든 수준이다[그림1].

2016년 초, 국민의당을 창당한 이후 줄곧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온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의 기회가 올까. 선거 영향력은 구도, 이슈, 후보에 달려있다고 한다. 안 대표에게 유리한 환경일까, 아니면 거친 시베리아 들판일까.

안 대표 기준으로 보면 ‘구도’는 제법 유리한 편이다. 선거는 구도 싸움이라는 이야기를 곧잘 하게 된다. 선거 전체를 지배하는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구도상으로 보면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에 여당보다는 야당이 유리해 지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하고 여당과 청와대 주변의 의혹은 커진다. 국민들의 기대가 높았던 것과 비교하면 임기 후반기는 오히려 실망감이 더 높아지는 국면으로 전락해 버린다. 오죽했으면 노태우 전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했지만 차마 결행하지 못했던 사례도 있을 정도였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60~70%대로 고공 행진을 하고 여당이 지지층을 강력하게 결집하고 있던 불과 얼마 전까지 야권 대선 주자들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금도 국민의힘의 잠재적 대선 후보들이나 안 대표보다 윤 총장이 더 주목도가 높다. 윤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여권 주자들을 위협하는 경쟁력까지 보이고 있다.

반면 안 대표는 대선 경쟁에 두 번이나 참여했지만 차기 대선 주자 경쟁력은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선거의 첫 번째 변수인 구도만 놓고 보면 보수 야권 후보들은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해 볼 만하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19~20일 실시한 조사에서 ‘서울시장 선거의 성격’에 대해 물어보았다. ‘정부 심판’이라는 의견이 41.9%로 가장 높았다. ‘야권 심판’이라는 응답은 17.4%으로 나타났다. ‘대선 전초전’이라는 의견은 16.5%였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진영 대결 구도가 뚜렷해진다면 중요한 투표층은 중도층이다. 중도층이 생각하는 선거 구도 역시 전체 의견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그림2].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서울은 대체적으로 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초접전 와중에 서울 지역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었다. 진보적 성향의 학생 인구와 사무직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이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내년 선거만큼은 구도상으로 현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대표는 2위가 아닌 3위를 기록했다. 20%도 채 못 미치는 득표율이었다. 2년 전 지방 선거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중 가장 높았던 시점이었다. 정권 안정에 힘이 실려 있는 구도에서 안 대표가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정권 지지율이 하락한 현재 구도만 놓고 보면 내년 선거에서는 안 대표를 비롯해 보수 야권 후보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안 대표가 들여다봐야 할 두 번째 변수는 ‘이슈’다. 내년 서울선거는 부동산이 지배하고 있다. 굳이 관련된 데이터를 보지 않아도 서울민심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진 결정적 계기는 부동산이다.

부동산 가격의 급상승 진원지가 되고 있는 서울의 강남 지역은 부동산 투기 억제와 통제의 집중 관리 대상 지역이다. 부동산 투기 억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과제이기도 했다. 임기 막바지까지 노 전 대통령은 종합부동산 세금 정책을 통해 고가 주택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의 반발은 극렬했고 부동산 가격 억제에 성공하지 못했다.

검찰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가 국민 권익 향상이라면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달려있다. 서울 또는 부동산 급상승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서울보다 문화, 교육, 경제적으로 더 우월한 지역을 개발하고 부동산보다 더 좋은 자산 투자처를 개발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동산은 안정화 될 것이다. 결국은 땅이 부의 축적으로 최고의 수단이라는 인식을 달리할 대체재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 수십만 호 내지 수백만 호를 공급한다고만 하면 숙제가 해결될 일일까.

  • 서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들은 경제 수준별로 나눠지고 정치 성향별로 대립하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부동산이 투표의 결정적 이유가 되면서 지도자를 정하는 선거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부동산 이슈가 선거 이슈의 쟁점으로 등장한 적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압도적이거나 폭발적인 이슈로 등장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서울지역에서 압승을 거둔다. 선거를 앞두고 ‘서울지역 개발 공약’인 ‘뉴타운’이 선거판을 휩쓸었다. 당시 지어진 아파트의 명칭을 ‘뉴타운 아파트’로 부를 정도였다. 그렇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선거판을 분석해 보면 여당 의원들이 당선된 비결이 ‘뉴타운’ 제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이유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직후였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초반 매우 높았을 때였다. 일종의 ‘원님 덕에 나팔 불기’ 식으로 여당 의원들의 선거전에 대통령 마케팅이 주효했던 덕분이다.

다른 어느 때와 비교하더라도 내년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이슈는 부동산이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서울 거주 응답자들에게 내년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이슈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부동산 정책이 63.3%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 방역 및 책임 공방’, ‘서울시장 성희롱 사퇴논쟁’, ‘행정수도 이전’ 순으로 뒤를 이었다[그림3].

무엇보다도 부동산 이슈가 압도적이다. 부동산이 서울시장을 결정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안 대표는 출사표에서 부동산 정책의 전면 변화를 시사했다. 문제는 서울 유권자들이 원하는 부동산 정책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택 관련 세율 조정이든 임대 주택 공급이든 손에 잡히는 공약이 가장 중요하다. 현 정부의 보완책과 비슷한 수준을 제시한다면 부동산 정책이 야권 후보에게 유리한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안 대표는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다. 서울시장 출마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야권 후보 중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나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원 역시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다. 지난 총선직전 대구에서 의료 봉사에 나선 안 대표의 의중은 대중에게 잘 전달됐다. 부동산은 어떨까. 손에 잡히는 부동산 대안을 가지고 나온다면 기회가 되겠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만 외친다면 효과는 반감된다.

선거를 결정짓는 세 번째 변수는 ‘후보’다. 바로 후보 경쟁력을 의미한다. 안 대표의 현재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안 대표의 대중적 인기가 가장 높았던 시점은 2012년 대통령 선거였는데 이념을 초월해 선거 초반 가장 많은 지지를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 대결 구도가 본격화되자 안철수 경쟁력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2012년 10월 초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사이에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서’ 파동이 일어나면서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타고 말았다. 2017년 대선 당시도 마찬가지였지만 안보 이슈가 등장하면 안 대표의 지지율은 여지없이 흔들렸다. 안보 이슈에 대한 대응 능력은 아직까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차기 대선 후보로 지지율이 나오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중도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것 또한 한국 정치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지금은 역대 어느 때보다 진영간 대결 구도가 첨예하게 펼쳐지고 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선전했던 이유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대한 정치혐오 때문이었다. 오죽했으면 호남도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즉 국민의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거대 양당에 대한 혐오감과 거부감 탓이었다.

중도층은 이른바 부동층이다. 어느 한쪽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안 대표가 2016년 총선 결과로 정치 지형의 통찰력을 얻었더라면 한국 정치판이 달라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도층은 기존의 정치권이 제시하는 상투적인 사탕발림을 좋아하지 않는다. 안 대표가 내놓은 서울시장 비전이 묵은지의 깊은 맛과 레몬의 상큼한 맛을 모두 담고 있다면 유권자들이 흥분하겠지만 그저 또다시 문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단순 비판이라면 예리한 전략적 무기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길리서치의 보수 야권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안 대표는 17.4%를 기록했다. 중도층에서 더 지지율이 높지만 20%를 넘지 못했다. 나 전 의원은 16.3%, 금 전 의원은 6.6%,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8.3%로 나타났다[그림4].

안 대표는 보수 야권 단일 후보를 선언하고 있지만 아직 국민의힘과 다른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갈 길이 멀다. 여당 후보 한 명과 보수 야권 후보 여러 명이 상대하면 선거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다. 특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允?㎰坪揚?안 대표에 대해 상당히 냉소적이다. 국민의힘 지원을 받으려면 입당해서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상 안 대표와 협력하기 힘들다는 입장으로 들린다.

  • 나경원 전 의원(왼쪽)과 금태섭 전 의원.[연합뉴스]
보수의 각 세력들이 각자의 서울시장를 선출한다면 이후 단일화가 최대 관건이다. 안 대표가 대선까지 나섰던 유력 정치인이어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만 하면 여론이 상당히 우호적일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그래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는 안 대표에 정치 인생 최대의 승부수다.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현재와 미래를 모두 취할 수 있지만 자칫 보수 야권 세력의 단일화 후보조차 되지 못한다면 정치 생명에 치명적이다.

198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두 전직 주지사 출신의 전쟁이었다. 현직인 민주당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조지아주지사 출신이다.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는 캘리포니아주지사를 역임했다. 선거 결과는 레이건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임기 내내 정국 불안을 가져왔던 카터 전 대통령은 레이건의 벽을 넘지 못했다.

퇴임 후에는 가장 사랑을 받는 전직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른 카터였지만 왜 선거에서 무기력했을까. 유권자들은 백 마디 말보다 현실적인 성과를 올려 줄 후보에게 마음이 기울어진다. 그만큼 유권자 지형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레이건 후보가 그냥 카터 전 대통령의 비판에만 그쳤다면 이겼을지는 몰라도 압승은 아니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바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은 다름 아닌 레이건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였다. 배우 출신인 레이건 전 대통령은 평생 국민들의 마음을 읽는데 주력했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위해 전력을 다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서민적이고 친근했지만 정작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했다.

1970년대를 거치면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은 베트남 전쟁, 석유 파동 등 미국 서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정치적 난관을 경험했다. 전 세계적인 고통 속에서 미국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소홀했다. 일본이 자동차 시장에서 고도 성장을 하는 동안 미국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미국이 개인의 자유와 국제 질서의 최고 선봉장이라는 이미지마저 타격을 받았다.

미국인들은 1970년대 후반 당시 소련의 위협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장기간 경기 침체에 대한 해결책을 원하고 있었다. 레이건의 대선 공약은 국민들에게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분명하게 담겨 있었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구도와 이슈를 놓고 보면 안 대표가 불리한 환경은 아니다. 그렇다고 훨씬 더 유리한 환경도 아니다. 구도로 보면 문 대통령과 더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슈로 보면 ‘안철수표’ 부동산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에서 선출되는 서울시장 후보 및 금 전 의원 등과 어떤 단일화가 시도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안 대표 자신이다. 기존과 똑같은 선거 운동이라면 안 대표가 선보일 파괴력은 물음표가 달린다. 하지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접근법을 서울 유권자들에게 선보이고 새로운 미래를 가져올 후보로 인정된다면 정치 인생의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출마만으로 선거판의 태풍으로 추대받지는 못한다. 미풍이 태풍으로 변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에너지’다. 안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은 이제는 구닥다리로 전락한 ‘새정치’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새비전’이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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