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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두랬더니 진짜 관둬…‘윤석열 딜레마’ 빠진 여야

신경 곤두선 민주당, 상황 모호해진 국민의힘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검찰총장 윤석열의 마지막 쓴 소리는 정부를 겨냥했지만 여파는 정치권 전체에 퍼졌다. 윤 전 총장이 일찍이 차기 대선후보로 언급돼 온 만큼, 정부와 여당은 ‘견제’ 성격을 띤 비판에 바짝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에서는 윤 전 총장 결단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필요하다면 힘을 합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를 진의로 봐선 안 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 전 총장이 검찰개혁을 놓고 현 정부에 맞선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국민의힘과 함께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여야 모두가 ‘윤석열 딜레마’에 빠져들고 말았다.
 
丁 “해임 건의 검토”
직접 사표 던진 尹
 
  •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윤 총장의 해임 가능성을 거론했다. 정 총리는 “검찰총장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께 건의하는 것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하루 만에 직접 사표를 내던졌다. 지난 4일 오후 그는 대검찰청에 들어서며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사임의 변을 밝혔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이는 ‘돌발변수’다. 타의로 해임된 윤석열과 자의로 사임한 윤석열은 존재감과 정치적 가치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원내 당직자는 “그가 만약 강제로 해임됐더라면 검찰개혁의 장애요소로 비쳐졌을 수 있겠지만, 스스로 물러남에 따라 마치 정권으로부터 핍박받은 수호자 내지 가상한 용기를 낸 영웅처럼 묘사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사의를 밝히며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정계 진출을 암시한 것으로, 차기 대선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정부와 여당은 깊은 고민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재보궐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1~2일 이틀에 걸쳐 <국민일보>,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법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때만 해도 민주당은 말을 아껴 왔다. 검찰과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국민들의 피로감 누적 및 보수진영의 결집 강화 등 학습효과 때문이었다. 하지만 윤 총장이 돌연 직을 내려놓으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일순간에 무너졌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노웅래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윤 총장의 사퇴 시점이 매우 석연치 않다”며 “직무정지도 거부하면서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 사퇴하겠다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 의원은 “‘야당발(發) 기획 사퇴’를 충분히 의심케 한다”고까지 했다. 그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이제 막 정해지자마자 돌연 사퇴발표를 한 것은 피해자 코스프레임과 동시에 이슈를 집중시켜 4월 보궐선거를 자신들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것”이라고그 배경을 진단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거들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치참여는 누구나 자유고 참정권이 보장되어있지만 적어도 기본 상식이란게 있다”면서도 “검찰총장직을 이용해 정치적 사익을 추구하는 자는 결국 망조가 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참 염치없고 값싼 사람”이라고도 비판했다. 지난 5일에는 ‘정치인 윤석열의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반기문을 반면교사로 삼아 당분간은 잠수를 타고 머리를 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약방의 감초같은 제3지대론을 펴며 이사람 저사람 만나는 장면을 노출 시킬 것이다. 누굴 만날지 훤히 짐작이 간다”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반색’…속내 복잡한 국민의힘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 총장의 사퇴 소식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필요하면 윤 총장과 힘을 합쳐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주 원내대표 발언의 방점은 ‘힘을 합쳐’가 아닌, ‘법치주의 지키기에 최선’이라는 원론적 표현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윤 전 총장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2016년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해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현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한 때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로 양분된 국민의힘으로서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영입을 시도하는 것이 자칫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계파간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사임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그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윤 총장이 지금 사표 낸다면 그것은 잘못된 결단이 될 것”이라며 “검찰 수사권을 해체 시킨 당시의 마지막 총장이었다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대구지검 방문도 정치권 진입을 타진해 보기 위한 부적절한 행보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검찰총장답지 않은 정치 행위를 했다는 오해도 받을 수 있다”며 “정치는 소임을 다 하신 후 하셔도 늦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을 감안하면 윤 전 총장의 사퇴 파문이 야권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과 검찰 갈등이 불거질수록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은 윤 전 총장이 정부·여당에 대한 저항으로 직에서 물러난 점을 물고 늘어지면서 정권 심판론에 힘을 보태길 기대할 것이다.
 
범야권 단일화 서울시장 후보를 노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 윤 총장의 결정은 정권의 부당함을 직접 국민을 상대로 호소하려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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