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부터 양자 분야까지 기술 파트너십 구체화

이번 한미 정상회담으로 미사일 연구개발 및 우주 발사체 기술 이전 등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차세대 이동통신(6G)과 양자기술 등 ‘미래 먹거리’라고 불리는 분야에서도 협력 의지를 밝혔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국가 안보와 성장 이슈가 동시에 얽혀 있는 우주항공을 비롯해 6G, 인공지능(AI), 바이오, 오픈랜(OPEN RAN·개방형 무선 접속망), 양자기술 등을 거론했다.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구체적인 핵심 첨단기술과 산업을 나열해 양국이 협력키로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미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 현대차, LG, SK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미국 진출 확대라는 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특히 이 4개 기업에서만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사업 등 기존 주력 사업에 총 44조 원의 대미 투자를 추진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미국과의 협력 라인업이 강력하게 구축됐다. 군사안보 동맹만 주로 강조됐던 기존 한미 정상회담이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술동맹으로까지 진화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앞으로 한미 동맹이 나아갈 큰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 받는 이유다.

中과의 기술패권 경쟁 위해 한국에 손 내민 美

이번 정삼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나선 미국의 행보에 한국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점이다. 각계에서는 70년 역사의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경제계의 기대감은 더욱 크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지난 26일 ‘한미 정상회담과 경제협력의 미래’를 주제로 한 화상대화에서 “한국 기업들은 최첨단 미래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함께하고 싶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동행한 주요 한국 기업들은 매우 전략적인 분야에서 중요한 투자를 발표했다”고 호평했다.

청와대도 이번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성과로 ▲양 정상 간 개인적 신뢰와 유대 구축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 동력 확보 ▲미사일 지침 종료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강화 ▲공급망, 첨단기술, 해외원전시장 등 미래지향적 파트너십 강화 ▲기후변화, 보건위협 분야 등 글로벌 도전 과제의 공동대응을 꼽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경제동맹을 강화하는 발판이 마련되면서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제약·바이오 등 전략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AI, 6G, 데이터, 양자 기술, 바이오 기술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통한 핵심·신흥 기술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R&D)을 독려하고 협력키로 했다”며 의의를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차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포함한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은 25억 달러, 한국은 1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며 “첨단 제조 및 공급망에서 양국의 협력을 이행하고 점검키 위해 청와대와 백악관 간 한미 공급망 태스크포스 구축을 모색하는 동시에 양자 간 투자 심사 협력 실무급 워킹그룹을 설치해 투자 보호 및 투자 심사 메커니즘 강화 방안에 관해 협력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세계 패권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정보통신기술 등의 시장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꾸준히 글로벌 네트워크의 힘을 키우고 특히 동맹국과 기술 공조를 정부 차원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결성된 한미 경제동맹을 세계 각국에서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韓, 달 탐사 본격화…달 인터넷망 구축도 동참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일단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년 만에 완전히 종료됐다. 미사일 주권을 찾아왔다는 안보 측면의 성과는 물론 우주로켓 개발의 족쇄가 풀렸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일단 사거리 제한이 사라지면서 우주 발사체와 추진체 기술 개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한미 파트너십 추가 설명 자료에는 “한국의 아르테미스 약정(달 기지 운영과 달 자원 개발 협력 등을 담은 협정) 체결 결정에 따라 촉진되는 우주 탐사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고 심화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의 우주항공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시작점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으로 미사일 연구개발 및 우주 발사체 기술 이전 등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수혜를 입을 분야는 탄두, 발사체 등 미사일 관련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주산업 분야인 위성과 발사체 사업뿐만 아니라 위성통신, 관측 서비스 등 기존 정체됐던 다양한 분야까지 예전에 없었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달 주위의 우주정거장과 달 기지까지 연결하는 인터넷망 사업의 진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은 달에 인터넷 구현을 위한 ‘루나넷’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내년 8월 한국형 달 궤도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미국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을 이용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궤도선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우주 인터넷 장비를 싣고 가 달과 우주정거장 등에서 인터넷이 가동되는지를 시험할 계획이다.

우주항공 분야 외에도 6G, 오픈랜 등 통신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통신산업협회(ATIS) 주도로 결성된 ‘넥스트G 얼라이언스’에 합류한 바 있다.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6G 분야에서 한미 협력이 본격화되면 국내 기업들은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미국 시장 선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오픈랜도 마찬가지다. 오프랜은 특정 장비에 의존하지 않도록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하는 기술이다. 이 분야 역시 중국의 공격적인 행보를 한미가 공동으로 견제할 수 있게 돼 향후 한국 기업들에게도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양국은 통신·센서·컴퓨터 등의 양자 기술 개발에도 협력키로 했다.

미국 정부는 2018년 ‘양자법’을 제정하고 2019년부터 5년 간 1조400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도 내년까지 17조 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양자연구소를 설립하고 양자암호통신위성을 발사하는 등 ‘양자 굴기’를 추진 중이다. 한미 양국은 양자 기술을 대표하는 분야인 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센서 분야에 대한 공동연구와 인력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조경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일반 국민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양자기술은 미래 기술 패권을 좌우할 주요 기술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에 양국 간 기술 개발, 인력 양성 등 협력이 포함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