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김한길 이어 ‘33년 악연’ 이해찬까지 소환…‘김종인 원톱’ vs ‘3金 스리톱’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악수하는 윤석열 후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론 때문에 정치권이 시끌벅적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의중에 둔 인물들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이 사실상 비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인물들은 김 전 위원장과 이런저런 악연으로 얽힌 사연들이 있다.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윤 후보의 최종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정치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종인 원톱’으로 갈지, 아니면 다 같이 가는 새로운 ‘3김(金)’ 체제로 갈지 선택지에 놓인 셈이다. 여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과 33년의 악연을 이어 온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소환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주도권 싸움 시작된 것

윤석열 후보가 큰 틀의 선거대책위원회 구상을 마치고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김병준 전 위원장, 김한길 전 대표의 합류를 놓고 윤 후보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이준석 대표 간 견해차가 표출되면서 국민의힘이 막판 진통을 겪는 모습이다.

윤 후보는 경륜과 시국을 읽는 눈을 갖춘 김종인 전 위원장, 중도 외연 확장성이 있는 김한길 전 대표, 합리적 정치 행보를 보여온 김병준 전 위원장의 공조가 선대위 진용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의 경우 김한길, 김병준과의 관계가 우호적이지 않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김한길 전 대표와 2016년 대선 때 야권통합 논의 과정에서 부딪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비대위원장이었던 김 전 위원장이 야권 통합을 주장하자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었던 김한길 전 대표는 “진정성과 절박성을 가진 정중한 제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반박해 무산됐다.

김한길 전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든 뒤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한 과거가 있다. 안 후보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 해오면서 척을 지는 모습을 보인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안 후보와 정치 행보를 같이 해 온 김한길 전 대표의 등장이 곱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선거 막판 안 후보와의 단일화 이슈가 터져 나오면 김한길 전 대표가 ‘거간꾼’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심도 작용했을 수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김병준 전 위원장의 관계는 처음에는 우호적이었지만 지난 총선 이후 최근까지는 서로에게 독설을 퍼붓는 관계로 변질됐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김병준 전 위원장이 세종 을선거구 후보로 출마하자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유세를 지원하고 나섰다. 특히 김병준 당시 후보를 치켜세우면서 이해찬 전 대표를 거론해 비교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4년 전 20대 총선 때 민주당 선거를 맡아서 할 때, 내가 여기의 이해찬 씨를 공천 탈락시키고 마음 속으로 우리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후보자로 모셔볼까 했는데 결국 그게 잘 안 됐다”며 “세종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우리 김병준 후보가 당선이 되면 누구보다도 세종이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확실히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총선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틀어졌다. 김병준 전 위원장이 올해 초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혁신 노선을 비판하면서 김종인 전 위원장을 향해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폄훼했다. 또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종인 전 위원장을 “뇌물을 받은 전과자”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총선 이후인 4월 29일에는 페이스북에 “김종인 비대위 무산은 장기적으로 보면 참 잘한 결정”이라며 “우리를 구원해 줄 구원투수나 영웅을 기다리지 말자”고 강조했다. 올해 4·7 재보선 직후 퇴진한 김종인 전 위원장이 당 중진들의 당권 경쟁을 가리켜 “아사리판”이라고 하자 “어린애 같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해찬과 김종인의 끈질긴 ‘악연 대결’ 성사되나

이해찬과 김종인의 끈질긴 악연 대결이 성사될 가능성도 관심을 끌고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첫 지역구 선거에 도전해 실패한 지역구는 서울 관악을이었다. 당시 평화민주당 후보였던 이해찬 전 대표에게 패한 후 김 전 위원장은 비례대표로만 5선을 이어갔다.

28년 뒤인 2016년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 대표로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이해찬 전 대표를 공천에서 제외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 혁신을 위해 문희상·유인태 등 친노(친노무현) 중진 의원들을 배제하는 차원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복당을 거쳐 민주당 대표에 올랐다.

이 전 민주당 대표가 소환되기 시작한 것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머물면서 윤 후보와 격차가 벌어지자 민주당 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부터다. 노회한 김종인 전 위원장을 맞상대할 인물은 이해찬 전 대표 외에 없다는 논리까지 가세해 ‘이해찬 등판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이해찬 전 대표와 지난 17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회동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전 대표의 전면 등판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다음날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도 이 전 대표가 갖춘 풍부한 경험, 경륜을 들어 현재 이재명 후보 선대위가 맞닥뜨린 위기 극복의 적임자라는 긍정 의견이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당이 가진 훌륭한 자산을 총결집해 보자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해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부분은 선대위와 후보가 판단할 영역”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물론 당내에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참신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안팎의 여론을 고려할 때 이 전 대표가 선대위 전면에 나서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여권 원로 인사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CBS 라디오에서 “이해찬 전 대표가 중도 확장은 주특기가 아니다”라며 “9년 전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한테 지던 해에 그때도 별로 대선에 도움 안 된다고 당 대표를 중도 사퇴했던 사람을 뭘 또다시 전면에 내세우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원톱으로 유력시되면서 ‘33년 악연’을 지닌 두 사람이 이번 대선판에서 다시 맞붙는 그림이 연출될지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