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자수, 진술 동일…타 진술과 어긋나오대양 사건 때도 1년간 합숙하며 신문 대비해

유병언전세모그룹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씨가 7월 31일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나란히 자수한 '김엄마' 김명숙(59)씨와 양회정(56)씨의 진술이 동일한 것을 두고 자수 전에 미리 말을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오대양 사건 당시에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이 1년간 '장기합숙'을 하며 서로 말을 맞췄다는 진술이 나와 주목된다.

김씨는 검찰조사에서 5월 20일께 마지막으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방문했다고 진술했고, 양씨는 24일 밤 검찰 급습 당시 헤어졌다고 진술했다. 25일 오후 늦게 금수원에서 만났지만 '늦었다'고 여겨 유 전 회장을 도우러 가지 않았고, 각각 3억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똑같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돕기를 포기했다는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례금을 받지 않았다는 말도 유 전 회장 비서인 신윤아씨의 진술과 어긋난다. 또 사라진 돈가방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의 경우 자수 전날 <시사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한 정황도 엿보인다. 특히 인터뷰에선 자재창고에서 숨었다고 했으나 검찰조사에선 숨어있던 장소를 다르게 말했다고 알려져 양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낮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와 같이 서로 말을 맞춘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 1991년 오대양 사건 재수사 당시에도 구원파 신도들이 무려 1년 동안 합숙을 하면서 서로 말을 맞췄다는 진술이 나왔다.

유병언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일명 ‘김엄마’ 김명숙씨가 7월29일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에 소환,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한 구원파 탈퇴 신도는 최근 <주간한국>에 "1991년 6명이 집단자수하면서 오대양 사건 재수사가 시작됐다"며 "이들이 1년간 합숙하면서 서로 말을 맞추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음에도 조사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나 결국 유 회장이 구속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당시 연일 계속된 강도 높은 조사에 한 피의자가 정신이 혼미해진 나머지 "변호사 비용이요? 우리 집사람이 500만원 해줬다"라는 진술이 나와 사건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한다.

이 탈퇴 신도는 "이것을 계기로 자금 흐름 수사가 탄력을 받았고 결국 유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해당 일화가 당시 검찰동우회보에도 실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사전에 말을 맞춘 것이 아닌지 합리적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며 "모두 금수원에서 자수한 사람들이다. 현재까지 구원파에 불리한 진술도 일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부 언론은 김명숙씨가 유 전 회장의 전속요리사로 일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김명숙씨를 '제2 김엄마' 김영선씨의 이력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선씨는 지난 6월 중순 용인 자택에서 체포되면서 순천별장서 요리사 노릇을 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검찰은 김명숙씨가 금수원 내에서 도피자금 모금, 은신처 마련, 도피조 인력 배치, '검·경 동향파악' 등 유 전 회장 도피공작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명숙씨의 남편에 대해 전직검사 출신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의 최측근 인사는 김명숙씨의 남편이 검사 출신으로 부부가 모두 열성신도라고 전했다. 김씨의 남편은 2000년대 중반, 검찰을 나온 후 서울의 한 유명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김씨의 남편과 같은 로펌에서 근무한 한 변호사는 "해당 변호사는 작년에 로펌을 그만뒀다"며 "지금 뭘 하는지는 모른다. 나하고도 친하게 지낸 편이지만 그런 종교를 믿는지는 전혀 몰랐다. 평소에 무난하고 점잖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줬다"고 말하며 놀라움을 표했다.



신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