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사고 잇따라… 근본책 마련 시급성형외과 찾은 외국인 환자 10명 중 7명이 중국인'성형관광' 브로커 문제, 피해 구제도 소극적피해 사례 급증하며 한·중 외교마찰로 이어져

한국 드라마 여주인공들과 같은 외모를 위해 '성형 관광'을 온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지난해 2만4854명으로 2009년보다 30배 이상 증가했다. 한편 지난 5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40대 중국인 여성이 사망하고 지난달 22일 의료 폐기물 함에 버려진 프로포폴을 투여해 20대 중국인 여성이 사망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성형관광을 온 유커들을 겨냥한 불법 성형브로커들이 환자를 데려온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고, 그 수수료를 메우려 환자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우고 유령 의사가 시술하는 등의 구조로 유커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늘며 한·중 외교 마찰로 번지고 있다.

중국인 40대 여성 성형수술 후 사망

지난 5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중국인 여성 T씨(44)가 수술 다음 날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며 식당일을 하던 T씨는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비롯해 턱, 허벅지 등에 6시간에 걸친 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T씨는 수술 다음 날인 6일 마취에서 깨어난 뒤 오후 9시께 "가슴이 답답하다"며 고통을 호소하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같은 날 밤 11시께 결국 숨졌다.

이후 성형외과 측은 수술 후 마취가 깬 후의 발생한 일이니 병원 측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취에서 깬 뒤에 사망했고, 수술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며 유족과 원만히 합의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T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자세한 사망경위에 대해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달 22일에는 의료 폐기물 함에 버려져 있던 프로포폴을 투여해 중국인 환자를 사망하게 해 서울 강남 A 성형외과 의사 정모(37)와 간호사 장모(27)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올 2월 중국인 환자 곽모(20)씨와 김모(29)씨에게 일주일 이상 의료 폐기물 함에 버려져 있던 프로포폴을 투여해 곽씨를 다치게 하고 김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곽씨는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지만 김씨는 패혈성 쇼크가 정기부전으로 이어져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의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에서는 지난해 5만6000여 명의 중국인이 성형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이 중 10~15%가 성형수술에 실패했다고 보도하며 한국 성형 흠집 내기에 합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 성형 환자 5년 새 13배 증가

최근 5년간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13배로 급증하고 진료비는 22배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은 지난 9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 환자 10명 중 7명은 중국인이었다. 중국인 환자의 성형외과 방문 비율이 2009년에는 27.7%였으나 지난해는 68.6%로 중국인의 성형외과 방문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실제 환자수도 791명에서 2만4854명으로 30배 이상 증가했다.

성형외과 전체 진료수입은 2009년 57억 원에서 지난해 1253억 원으로 22배 늘었다. 내과보다 환자 수는 적지만, 외국인 환자의 진료비 실적이 높은 진료과목은 2011년 이래로 4년 연속 성형외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형외과 진료비는 지난해 총 1253억 원으로 총 진료비 5569억 원의 23%를 차지했으며, 1인당 진료비가 가장 많은 진료과목 또한 성형외과로 평균 진료비는 346만 원으로 나타났다. 성형외과의 외국인환자, 특히 중국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며 주로 성형외과 살리기에 집중되고 있다. 남 의원은 "중국인 성형 환자에 대한 기형적인 의존도는 오래가지 않으며, 의료관광을 성형 관광화하는 데 불과하다"며 "의료에 대한 철학 없이 유치 성과에 급급해 단순한 관광 산업으로 전락시키고 의료생태계를 흔들 만큼 가치를 가진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커 성형 사고로 한·중 갈등 발생하나

환자가 몰려들어도 정작 병원의 실제 수익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성형외과들이 브로커를 고용해 외국인 환자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유학생, 재중 교포, 여행사 직원 등 전국에 2000명 이상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성형브로커가 환자를 유치한 대가로 병원으로부터 수익의 30~50%를 가져간다. 불법 브로커들은 탈세는 물론 환자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우고 과잉시술을 유도해 유령 의사가 짧은 시간 안에 수술하는 등 의료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곡된 시장 구조 탓에 결국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성형 관광'을 온 뒤 부작용 피해 등을 호소하는 중국 여성들이 지난달 3일 서울 명동에서 네 번째 침묵시위를 했다. 이들의 시위 사진이 중국 포털 사이트에 올라 5만 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국에서 원정 성형수술을 한 중국인들이 의료사고나 진료비 바가지 등 피해를 보는 경우가 늘면서 한·중 외교 마찰로 번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된 조정분쟁 신청은 모두 76건으로, 이 중 사망사례는 모두 12건으로 드러났다. 2012년 5명에서 2013년 12명, 2014년 18명, 올해 8월 12명으로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접수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조정분쟁 신청의 접수자 중에서는 중국인이 4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인이 8건, 베트남인이 5건 등이었다. 전체 피해구제 조정신청액은 34억8900만 원이었다.

인 의원은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한 뒤 후유증 등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3만여 명의 중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수상자(受傷者)' 온라인사이트를 조직해 불만을 호소하고 있어 양국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주중국 한국 대사관은 올해 들어 매달 복지부로 공문을 보내 대책 마련을 건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8월 병원이 의료사고 배상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도록 하는 방안 등을 대책으로 세웠지만, 바탕이 되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은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인재근 의원은 "중국인 의료관광 피해는 이제 국가 신인도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며 "보건 당국이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