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민이 나를 해치려 한다" 환청 듣고 묻지마 살인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PC방에서 30대 남성이 손님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4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PC방을 경찰이 조사중인 모습.
지난 20일 오후 수원역 인근 PC방에서 이모(39)씨가 뒷자리에 앉아 있던 손님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흉기를 휘둘러 A(24)씨를 숨지게 하고, 또 다른 3명을 부상을 입힌 혐의(살인 등)로 이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20일 오후 5시23분께 경기 수원시 팔달구 소재 PC방에서 이씨가 갑자기 흉기를 꺼내 A씨 일행 4명을 찌른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으로 방송 영상을 찾아보던 이씨는 갑자기 일어나 자신의 뒷자리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 A씨와 친구 3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칼부림이 일어나기 전 이씨와 A씨 사이에는 말다툼 등의 갈등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 박모(35)씨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른 손님들과 함께 이씨의 흉기를 빼앗고 제압했다"며 "이씨를 제압한 뒤 A씨 일행에게 물어보니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고 밝혔다. 흉기에 찔린 A씨 일행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A씨는 결국 숨졌다. A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수차례 흉기에 찔리거나 베였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취업준비생과 대학생인 A씨 일행은 초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사이였다. 숨진 A씨는 올해 대학에서 가을학기 졸업 후 사회복지사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범행 장소로부터 걸어서 20여 분 소요되는 고시원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었으며, 편집성 정신분열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었다. 지난 2011년부터 올 8월까지 수원의 한 정신병원에서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를 받았던 정신질환자였다.

이씨는 TV를 보던 중 수원시민이 자신과 가족을 해치려 한다는 환청을 듣고 흉기 2개를 준비해 방송 내용을 다시 확인하러 PC방을 찾았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범행 일주일 전쯤 '흉기를 구입해라'라는 환청을 듣고 집 주변에서 산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흉기로 찔러라'는 환청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체포된 이씨는 조사를 받으면서도 횡설수설 진술했고 강력범죄 전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씨가 정신질환으로 인한 환청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