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로비ㆍ거액수임료 커넥션 드러나…후폭풍 거셀듯

판ㆍ검사 출신 변호사 로비 창구…감형 영향 준 정황 포착돼

‘변호사 코디네이션’여변호사 주역할…거액 수임료 변호사별 분배

판검사 전관로비, 거액 수임료, 법조 브로커에 의문의 여변호사까지 법조계의 민낯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사건이 파문을 낳고 있다.

해외 원정 도박으로 구속된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건을 맡은 변호사의 수임료 50억원을 놓고 양측이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전직 판ㆍ검사의 재판부에 대한 로비 정황이 드러나고 법조브로커가 개입한 사실도 밝혀졌다. 최근에는 사건을 수임했던 여변호사가 정 대표를 폭행 혐의로 고소하는 등 ‘막장 드라마’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변호사비 50억원’을 둘러싼 정운호-여변호사의 얽히고설킨 사건의 전말을 추적했다.

여변호사의 ‘폭행 고소’로 사건 드러나

‘변호사비 50억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4월 12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변호를 맡았던 최모(여) 변호사가 정 대표를 폭행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하면서다.

정 대표는 작년 10월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됐고 그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이었다. 정 대표는 올 1월 7일 2심을 앞두고 최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러나 2월 재판에서 정 대표에 대한 보석신청은 기각됐고, 최 변호사는 3월 사임했다.

그리고 지난 4월 8일 정 대표에게 징역 8개월이 선고된 후 12일 구치소로 정 대표를 접견하러 간 최 변호사 사이에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정 대표가 구치소 접견 도중 욕설을 하며 손목을 비트는 등 폭행했다”며 감금폭행치상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최 변호사 측은 “서울구치소에서 접견하던 중 정 대표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유리문을 막고 욕설을 하며 손목을 비틀어 주저앉히는 등 폭행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혔다”고 말했다.

변호사비 50억원과 관련해 정 대표와 최 변호사는 상반된 주장을 폈다. 정 대표 측은 “최 변호사가 보석 허가를 조건으로 50억원을 요구했다”며 “2심에서 보석으로 석방되게 해주겠다며 20억원을 받았는데 보석에 실패했는데도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변호사 측은 “도박 사건 말고도 정 대표와 관련된 다른 민ㆍ형사 사건 16건을 함께 맡았는데, 이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 20여명과 20억원을 나눠 가졌다”며 “정 대표가 사건이 잘 되면 30억원을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취소했다”고 말했다.

거액 수임료 ‘전관로비’ 의혹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비 50억’과 관련해 사안을 고려하더라도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일각에서는 재판 과정에 법조계에 남아있는 ‘전관 로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예외적이지만 사건 담당 판사와 검사 로비를 위해 변호사 수임료가 과다한 경우가 있다”며 “이번 사건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의뢰인이 여러명의 변호사를 수임할 경우 변호사비가 높은데 그것 자체가 변호사를 통해 담당 판ㆍ검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사건에는 정 대표 변호사 측에서 담당 검찰과 판사에게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정 대표의 지인은 항소심 재판부 부장판사와 저녁 자리를 갖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는 나중에 정 대표 사건이 배당된 것을 알고 다음날 재판부 재배당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수사 단계에서 담당 검찰과 인연이 있는 검사장 출신을 변호사로 선임해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H변호사는 정 대표로부터 거액을 받고 수사, 구형, 보석 단계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의 2심 구형량(2년6개월)이 1심(3년)보다 낮아진 것은 이례적인 일로 H변호사의 입김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전관 로비’ 의혹 외에 법조브로커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또다른 파장을 낳고 있다. 법조브로커 이모씨가 적극적으로 나서 정 대표 사건을 최 변호사 쪽에 연결했다는 후문이다.

이씨는 정 대표가 폭로한 최 변호사의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 사기사건 수임에도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코디네이션’ 문제 발생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최 변호사의 역할이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비 50억원’ 논란과 관련해 수임료 20억원을 20여명의 변호사와 나눠가졌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 대표의 사건 수임료로 1억5000만원 안팎을 받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의 발언을 근거로 법조계에서는 최 변호사의 주요 업무가 ‘변호사 코디네이션’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최근 법조계에는 기업인 등 부유한 의뢰인을 위해 전관 출신 변호사를 모아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코디네이션 업무가 새로운 영업 수단으로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역할을 하는 변호사는 사건을 수임해서 자신이 일부 돈을 챙기고 대형 로펌의 여러 변호사들로 팀을 꾸려 업무를 분배해 공동 활동을 하며 성공보수 등 수익을 일부 공유한다.

이번 사건에도 20여명의 변호인단이 구성됐고 정 대표의 수사 단계부터, 1심ㆍ2심, 보석에 이르기까지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등장했다. 수사 단계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H 변호사, 1ㆍ2심 재판에 관여한 L변호사, K변호사 등이다.

최 변호사는 2014년 법복을 벗은 뒤 한 대형 로펌에서 월수입 1000만~2000만원을 올렸지만‘변호사 코디네이션’역할을 하며 ‘수임료의 여왕’이란 소문이 뒤따르기도 했다.

앞서 최 변호사는 이숨투자자문 사기사건에서 송 대표로부터 20억원 대의 수임료를 받은받은 것 알려졌는데 송 대표 등 5명의 변호를 5개 로펌에 분양해 관리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최 변호사가 이런 일을 무리하게 벌이다 탈이 난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밝힌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불거진 고액 수임료 문제와 성공보수를 착수금으로 미리 받는 행태, 전관 로비 정황, 전관 변호사의 선임계 미제출 변론 문제 등 전반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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