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유진룡-유영하의 ‘반말 언쟁’ 전말

변호인 반대신문 시작부터 오간 고성… 발단 누구였나

박근혜 정부 불합리한 인사 조치 폭로한 유진룡 전 장관에 공감 목소리

“재판 증인으로서 언행, 적절하지 않았다” 지적도

변호인들에 노골적으로 맞서는 태도에 불편해 했던 방청인들도 많아
  • 유진룡(왼쪽)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유영하 변호사가 법정에서 주고 받은 '반말 언쟁'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의 재판 중 벌어진 언쟁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수는 유 전 장관의 증언이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검찰의 혐의 입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날 재판정 내에서 그의 증인으로서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뇌물수수 등 혐의 17차 공판에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진룡 전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며 노태강(57) 전 체육국장(현 문체부 2차관) 등 특정인의 좌천인사를 지시했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유진룡 전 장관은 검찰 측 신문에 자신뿐만 아니라 당시 다수의 문체부 직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던 노태강 전 체육국장을 인사이동을 시키라는 청와대 측의 압박에 고민했던 상황을 털어 놨다.

특히 유 전 장관이 “당시 모철민(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저에게 ‘큰 일 난다’ 그러니 빨리 노태강을 징계하라고 했지만, 저는 못하겠다고 했다”라며 “노태강이 저에게 울면서 자신을 징계하지 않으면 부처 전체가 큰일 날 수 있으니 제발 자신을 징계하는 모양새만이라도 갖춰 달라고 이야기했다”라고 증언하자, 방청석에서는 일부에서는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사진=연합)
그러나 이날 유진룡 전 장관에 대해 긍정적 시각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재판이 끝난 후 유 전 장관의 증언과 태도를 두고, 재판에 참석했던 방청인들과 법조 기자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일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보이는 방청인들은 재판이 끝나자 재판정을 빠져 나가면서 유 전 장관에 대한 심한 험담을 늘어놓았다.

재판을 방청한 일부 기자들은 유 전 장관의 증인으로서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날 유 전 장관의 재판정 내에서의 태도는 “오죽 쌓인 것이 많았으면 저럴까”라는 반응보다 “너무 지나치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는 재판 후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유 전 장관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 측 유영하 변호사 사이에서 오고 간 ‘반말 언쟁’에서도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언쟁은 변호인 측 반대신문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졌다.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2014년 4월 상주에서 열렸던 승마대회에서 비롯된 문체부의 대한승마협회 감사에 대한 검사 측 신문 내용을 두고 “‘거듭되는 보고 지시를 받으면서’라는 문구에서 이 거듭되는 보고지시는 누구에게 언제, 몇 차례 받았다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동시에 유 변호사는 이 질문에 대한 검사 측 신문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자 유 전 장관은 “그것은 변호사가 방금 이야기를 한 문장에 다 나온 것 같다. 몇 월 며칠 어떤 것”이라고 답했다.

유 변호사가 “어디에 나오는가”라고 되묻자, 유 전 장관은 “거기 다시 읽어보라”고 받아치며 순간 재판정 분위기가 냉랭해 졌다.

유 변호사는 검사 측 신문 내용을 통째로 읽어주겠다며, 거듭되는 보고 지시를 누구에게 언제, 몇 차례 받았는지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 (사진=연합)
그가 신문 내용을 다시 읽으려 하자, 유 전 장관은 “그거(증인 신문 사항 내용) 한 번 줘 볼 수 있는가”라고 답했다.

이에 유 변호사가 “주기는 뭘 달라는 것인가. 또 한 번 말 하면 되지 않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이자 재판장은 제지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전 장관은 “지금 저에게 큰 소리를 치는 것인가”라며 매서운 눈으로 피고인석을 쳐다봤고, 유 변호사는 “지금 반말하는 건가. 반말하지 말라”라고 다시 큰 목소리를 냈다.

결국 김세윤 판사는 신문을 잠시 중지시키며, 두 사람이 흥분을 가라앉힐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김 판사는 유 변호사가 신문하고자 했던 내용을 자신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유 변호사는 검사 측 신문 사항을 다시 읽으며, 거듭되는 보고 지시를 누구에게 언제, 몇 차례 받았는지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시켜 줬다.

그제서야 유 전 장관은 모철민 수석으로부터 여러 번 들었다고 증언하며 ‘반말 언쟁’은 마무리됐다.

사실 유 전 장관의 재판 중 증인으로서의 이런 언행은 적절하지 않았다. 증인은 재판부나 검사, 변호인 측의 신문에 간단명료하게 답변하기만 하면 된다. 유 변호사의 질문에 ‘모철민 수석으로부터 여러 번 들었다’라고 한 마디 했다면 재판정에서 고성이 오갈 필요도 없었다.

유영하 변호사는 재판부에 자신이 목소리를 높인 것에 “제가 증인으로부터 신문사항을 달라는 소리를 처음 들어봐서 그렇다”라고 해명했다.

이후에도 유 전 장관의 증인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태도는 수차례 반복됐다. 변호인 측 신문 내용이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수준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답변을 거부하면 될 일이다.
  •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연합)
그러나 유 전 장관은 노태강 전 체육국장의 감찰에 대한 박근혜 피고인 측 변호인의 신문을 두고 “시비를 걸겠다는 이야기인가”라며 “물어볼 것을 물어봐라”라며 비꼬듯 답했다.

이어 최순실씨 측 변호인은 유 전 장관에게 2014년 4월 상주승마대회를 ‘한낱 지방대회’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당시 상주 대회는 한낱 지방대회가 아니고,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대회였는데 알고 있었나”라고 묻자, 유 전 장관은 “승마대회라는 것 자체가 체육계에서는 한낱으로 표현한다. 그것이 아시안게임이든 올림픽 대표를 뽑는 대회든 우리에게는 한낱”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최씨 측 변호인이 “그 말은 당시 우리나라 체육을 담당했던 장관으로서는 하실 말씀이 아닌 것 같다”라고 되묻자, 유 전 장관은 “변호사의 주관을 지금 말하는 것인가, 승마협회 대변인인가”라고 답했다.

국정농단 사태 재판을 지켜보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졌던 불합리한 인사 조치를 용기 있게 밝혀준 유진룡 전 장관을 응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유 전 장관과 유영하 변호사 사이에서 오고 갔던 반말 언쟁은 증인으로서 적절하지 않았던 유 전 장관의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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