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약사회 vs 복지부… 편의점 안전상비약 확대 논란

“오ㆍ남용 위험”vs “국민 편의”… 입장 팽팽

안전상비약 품목 늘리려는 복지부와 약사회 갈등

약사회 “품목 늘면 의약품 오ㆍ남용 심해질 것”

“야간 및 휴일 국민 건강 보호 시스템 강화돼야”

편의점 안전상비약을 늘리는 문제를 놓고 대한약사회(약사회)와 보건복지부(복지부)가 대립하고 있다. 복지부는 국민의 편의를 위해 편의점 안전상비약 종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약사회에선 의약품 오ㆍ남용 문제를 우려하면서 안전상비약을 늘려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5차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회의장에서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이 자해 시도를 하기도 했다. 안전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에는 약대 교수 2명, 의사단체 2명, 시민단체(경실련 1명, 소비자단체협의회 1명) 2명, 기자 1명, 보건사회연구원 1명, 대한약사회 1명, 편의점협회 1명까지 모두 10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올해 3월부터 편의점 판매 안전상비약 품목 조정을 위한 논의를 해왔다.

약사회 vs 복지부 쟁점은

편의점이 안전상비약을 파는 것은 2012년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처음으로 허가됐다. 안전상비약은 의사 처방 없이 환자가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중 약국이 아닌 편의점에서 팔리는 약이다. 야간이나 공휴일에 소비자들이 의약품을 쉽게 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나온 제도로 시행시점은 2012년 11월이다.

현행 약사법은 복지부 장관이 일반의약품 가운데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 편의성 등을 감안해 20개 품목 이내에서 안전상비약을 지정하게 하고 있다.

복지부는 안전상비약 품목을 늘리려고 하고, 약사회는 안전상비약 품목을 늘리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약사회 인사의 자해 시도 상황까지 벌어졌다.

복지부는 4일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제5차 회의를 열고 제산제(위산 작용을 억제해 속 쓰림을 치유하는 약) ‘겔포스’와 설사 치료제(지사제) ‘스멕타’의 편의점 판매 허용 여부를 논의하려 했다.

이때 대한약사회 대표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강봉윤 정책위원장이 자해를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회의가 중단됐고, 다음 회의는 이달 중순 이후 열릴 예정이다.

강 정책위원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1차 회의를 시작할 때 위원장이 합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5차 회의에서는 다수결로 조정안을 밀어붙이려 해서 이것을 막기 위해 자해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소속 약사 100여 명은 5차 회의가 열렸던 날 새벽부터 회의 장소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현재 편의점에선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4개 효능 군, 안전상비약 13개가 판매 중이다. 복지부는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 품목을 확대하거나 품목은 유지하되 효능군을 늘리는 것을 검토해왔다.

반면 약사회는 “약물 부작용 및 오ㆍ남용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로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장정은 자유한국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받은 편의점 약품 부작용 현황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023건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안전상비약 제도는 미봉책”

현재 안전상비약 확대를 지지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안전상비약 확대를 주장하는 단체 중 대표적인 곳이 경실련이다.

경실련은 4일 “직역의 이익에 반한다고 정책 결정과정을 무시하고 비상식적이고 극단적인 실력행사로 논의를 방해한 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해당 직역의 주장은 더 이상 재고할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더 이상 직역 이기주의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주말과 심야시간 국민의 안전상비약 구매 불편해소와 접근성 제고를 위해 지사제, 제산제, 항히스타민, 화상연고 4개 품목의 편의점 판매를 확대해야 한다”며 “부작용 등 안전문제는 직역의 이익을 위한 억지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약계에선 경실련의 주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제약업계 인사는 “약은 많이 먹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며 약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복용법을 정확하게 안내하고 계도해야 한다”며 “안전상비의약품 제도가 처음 생길 때는 예산이나 시스템 문제 때문에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를 활용했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취약시간 의료불편 해소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약사회에선 국민들이 야간이나 휴일 같은 취약시간에 겪는 의료불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당번약국, 당번의원 제도를 만들어서 국민들이 정확하게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약학계 일각에선 약품 오ㆍ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타이레놀 오ㆍ남용을 들고 있다.

약사회는 2012년부터 편의점에서 팔리고 있는 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제품명 타이레놀) 부작용으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실명 2건, 사망 6건, 시각이상 20건 등 총 28건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제약업계에서 지적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편의점 판매 품목을 늘리는 것이 특정 제약회사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번 회의에서 복지부가 편의점 판매품목에 추가하려 했던 약품 중 하나가 겔포스다. 이 제품과 비슷한 약품으로 알마겔이 있지만 이 제품은 편의점 판매 추가 품목으로 거론되지 못했다.

한 제약업계 인사는 “겔포스와 알마겔은 거의 비슷한 약으로, 겔포스의 인지도가 더 높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안전상비약 확대되면 편의점 업계가 이익 볼 것”

약사회는 “안전상비약은 국민의 건강이나 안전에는 무관심하고 특정 재벌이나 대기업에 특혜가 돌아가는 과거 정부의 적폐”라고 주장했다.

약학계 인사들도 안전상비약이 확대되면 실제로 편의점 업계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안전상비약 품목이 늘어날 경우 약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이들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며, 이것이 자연스럽게 편의점 매출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안전상비약 문제에 대해 “지금 단계에선 입장을 표명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지정심의위원회가 있는데 거기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약사회는 안전상비약 문제와 관련된 구체적 행동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최헌수 약사회 홍보팀장은 “국민들이 취약시간대에 아플 때 치료해 줄 수 있는 궁극적 노력을 정부가 해야 할 것”이라며 “제일 우선순위는 국민의 건강권이며 산업발전을 위해서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로 잡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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