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내부자’들이 만들어 낸 불리한 정황… 辛 위기 커져

‘1심 실형’ 신동빈 회장, 항소심 입장도 원심과 다르지 않아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 최대 현안은 아니었다는 辛

여러 정황과 증거를 통해 밝혀지는 오류

‘롯데 내부자’, ‘사건 관련자’들 그리고 신동빈 스스로 불리하게 만든 조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박근혜(66ㆍ구속기소)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원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63ㆍ구속기소)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신동빈 회장은 변호인단을 보강하며 항소심에서 무죄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이지만, 항소심 초반부터 여러 쟁점들이 밝혀지고 있고 기존의 의혹들은 말끔히 해소가 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진 ‘롯데 내부자들’의 과거 행적이 현재 신동빈 회장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에서 두 사람 사이 뇌물공여 요구와 묵시적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판단하며, 신 회장에 대한 제3자 뇌물공여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 결과 드러난 바에 따르면, 지난 2016년 3월 14일 14시경 청와대 안가에서 진행된 단독면담 당시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K스포츠재단이 추진하던 하남시 5대 거점 체육시설 건립 사업에 70억원을 출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K스포츠재단은 미르재단과 함께 최순실(62ㆍ구속기소)씨가 실제 설립 및 소유했던 법인이다. 당시 롯데그룹은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의 단독면담이 이뤄지기 이전에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K스포츠재단에 17억원을 출연한 상태였다.

신동빈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70억원 출연 요구에 응했다. 대신 당시 자신과 롯데그룹의 최대 현안이었던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재취득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 호텔롯데 상장을 발표했다. 이는 당시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일본 주주의 지분을 낮춤으로써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을 덜어내는 효과가 있었다.

이를 통해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비롯해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기에 당시 신 회장에게 있어 호텔롯데의 상장은 분명히 중요한 현안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 2015년 11월 14일 월드타워 면세점이 특허 심사에서 탈락했고, 다음해인 2016년 6월 30일 영업이 종료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호텔롯데에서 면세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의 85%, 이익의 95%에 달할 만큼 상당했다. 또 월드타워 면세점의 매출액은 당시 6112억원으로 호텔롯데가 운영하던 신규 면세점 중 매출 1위였음은 물론이고, 국내 전체 면세점 중 3위 규모였다.

당연히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신청은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에게 더욱 중요한 현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청와대와 국회, 관세청 소속 인사들과 접촉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당시 신동빈 회장에게 면세점 특허 재취득에 대한 필요성이 상당했다는 점, 그리고 단독면담 이후 곧바로 K스포츠재단 측에 추가 자금 지원이 이뤄진 상황, 무엇보다 안종범(59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관련자들의 증언을 종합했을 때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신 회장이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해 명시적 청탁을 했다는 검찰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의사가 묵시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전달됐다고 바라봤다.

신동빈 회장 측은 원심 재판 과정 내내 박 전 대통령에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현재 상황에서 비춰봤을 때, 두 사람은 악연이었다. (사진=연합)
이런 신동빈 회장의 입장은 이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원심 재판 결과가 사실상 완패에 가까웠던 신 회장 측은 기존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변호인단에 대법원장 비서실장 출신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원심 판결과는 다른 반전을 꾀하고 있을 신동빈 회장. 그러나 항소심 초반부터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과 오류가 드러나며, 오히려 그가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辛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호텔롯데 상장 좌지우지 못해” 강조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열린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신 회장 측 변호인단은 원심 재판 결과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날 재판에서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단의 프레젠테이션 내용에 따르면, 당시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굳이 부정한 청탁을 해가면서까지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재취득에 매달릴 필요가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신 회장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인지하고 있는 바와는 다르게 당시 호텔롯데 면세점 사업부의 매출 절반가량이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창출되며, 월드타워 면세점의 매출 규모는 이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당시 월드타워 면세점이 특허권을 취득하지 않더라도 호텔롯데의 상장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결과적으로 호텔롯데의 상장이 무산된 것은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 취득 실패가 원인이 된 것이 아닌, 검찰의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2016년 6월 2일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으로 신영자(75ㆍ구속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자택과 롯데호텔 면세 사업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후인 6월 10일에는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비롯한 계열사 17곳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인 것에 더해, 하반기 최순실 게이트로 더욱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지며 호텔롯데 상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사실이었다.

현재 다수의 언론 및 업계 사이에서도 호텔롯데의 상장 무산이 당시 검찰의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 때문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들이 이 사건 원심 재판에서도 꾸준히 지적해 왔듯이 당시 호텔롯데는 검찰 수사만 없었더라면 규모면에서 상장요건을 충족한 상태였다.

호텔롯데는 2015년과 2016년 기준 약 5조원 가량의 매출과 1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기록 중이었다. 다시 말해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요건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었던 상태였다.

지난 2016년 6월 검찰의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사진=연합)
특히 신동빈 회장도 이 사건 원심 및 항소심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 자리에서 면세점 관련 청탁을 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해 왔다.

신 회장은 단독면담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한 사과, 그리고 아버지 신격호 전 롯데그룹 회장의 건강 문제 등을 이야기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신동빈 회장의 지난 2016년 11월 15일 제1회 검찰 조사 때의 진술 내용을 살펴보면, 당시 2016년 3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문제로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한 사과했고, 롯데백화점 마케팅 및 경영 관련 말씀, 롯데그룹의 고용기여 현황, 부산창조경제 혁신센터 지원 등의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이 사건 원심 재판에서도 그랬듯이 당시 단독면담 자리가 무언가를 청탁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벼랑끝 신동빈, 2R 시작부터 위기 자초한 이유<제2부>’에서 계속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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