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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유니콘스 '역사속으로'
한화와 고별전으로 12년 영욕의 세월 마침표
인수자 나서도 신규 팀 창단… 이름 사라질 듯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의 김시진 신임 감독(앞줄 오른쪽)이 7일 원당구장에서 선수들과 상견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아버지, 우리가 삼성을 이겼답니다.”

“허허, 그래? 아무렴, 그래야지, 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생전에 아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 현대 야구단의 승전보를 전하면 아이처럼 좋아했다. 골프장에서 친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러프에 빠졌지만 싱글벙글했다.

정주영 회장이 후계자로 선택했던 고(故) 정몽헌 회장도 야구단과 관계된 일이라면 무조건 OK 사인을 보낼 정도로 현대가의 야구 사랑은 각별했다.

정주영 회장 부자의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은 명문구단으로 우뚝 섰다.

지난 96년 프로야구판에 뛰어들자마자 준우승한 현대는 98년을 시작으로 2000년에 이어 2003년, 2004년까지 총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영욕을 대변하듯 현대 야구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 창단 첫해 준우승…우승만 4회

현대는 지난 5일 수원 한화전을 마지막으로 간판을 내렸다. 대주주인 하이닉스(전 현대전자)가 자금 지원을 끊은 지 오래됐고, 그동안 십시일반으로 야구단 운영비를 제공하던 현대가에서도 두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현대 야구단 매각을 추진한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내년에는 현대란 이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STX그룹이나 농협이 현대 야구단을 인수하더라도 새롭게 창단하는 절차를 밟을 거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프로야구 역사에서 현대란 이름은 사라질 전망이다.

현대 야구단 12년 역사는 영욕이 교차했다. 현대는 95년 태평양을 인수하자마자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프로야구 판도를 뒤흔들었다. 94년 11월 실업팀 현대 피닉스를 통해 문동환(한화), 임선동(현대), 박재홍(SK), 조경환(KIA) 등 당대 최고의 선수를 휩쓸었다. 창단 3년째인 9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현대는 특히 삼성에 강해 현대그룹 수뇌부를 기쁘게 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생기는 법. 현대는 2000년 신생팀 SK에 연고지 인천, 경기, 강원 지역을 넘겨주면서 서울로 입성하기로 했다. 연고지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SK로부터 받은 54억원을 LG, 두산에 넘겨줘야 했다.

하지만 자금난에 시달린 탓에 이 돈을 구단 운영자금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갈 곳이 없어 수원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현대는 SK로부터 “54억원을 돌려주든지 수원을 떠나라”는 구박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연간 70억원 가량 운영비를 지원하던 현대자동차가 경영난을 이유로 올해부터 지원을 끊은 탓에 해체의 수순을 밟고 있다.

■ 누가 어떻게 현대를 인수할까?

KBO는 야구단 창단을 검토하고 있는 신흥 중견그룹 STX 및 몇몇 기업과 물밑 협상으로 하고 있다. 올해 초 인수를 선언했다가 2월 두 손을 든 농협도 현대 야구단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현대 야구단을 누가 인수하더라도 하이닉스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대 야구단 대주주인 하이닉스는 그동안 야구단 운영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았지만 지난 2월 농협과의 인수 협상에서 직원 퇴직금을 놓고 논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현대가 올해 운영비 가운데 100억원 이상을 KBO의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따라서 KBO는 하이닉스가 대주주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자세를 보이면 대출금을 갚으라고 요구할 태세다.

KBO가 응급조치를 발동할 가능성도 있다. 야구 규약 38조에 따르면 응급조치란 구단이 자체적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선수 연봉을 지급하지 못하면 KBO가 긴급자금을 투입해 30일간 운영하면서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행위다. 30일 내에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선수들은 웨이버로 풀리기 때문에 하이닉스는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할 기반이 사라진다.

KBO는 지난 2000년에도 비슷한 방법을 통해 SK가 쌍방울 선수들을 데려가도록 도왔다. 따라서 인수자만 나타나면 KBO가 긴급 자금으로 10월 급여(25일)를 지급한 뒤 응급조치를 통해 야구단 인수를 도와줄 수 있다.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 역대 프로야구단 매각 사례








올해로 출범 26년째인 한국프로야구에서 야구단 매각은 총 6차례 있었다.

한국야구의 고향 인천을 연고로 삼았던 삼미 슈퍼스타가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를 거쳐 현대 유니콘스로 매각됐다. 서울을 연고로 삼았던 MBC 청룡은 90년 LG로 간판을 바꿨다.

전북을 연고로 삼았던 쌍방울 레이더스를 2000년 인수한 SK는 인천을 연고로 삼았다.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해태 타이거즈도 외환위기에 모그룹이 쓰러진 탓에 2001년 KIA에 팔렸다.

인천은 유독 야구단 매각과 인연이 깊다.

총 6차례 야구단 매각 가운데 4차례나 인천을 연고로 삼았다. 현대까지 매각되면 7차례 가운데 5차례나 된다. 삼미는 창단 3년째인 85년 70억원(부채 및 KBO 가입금 포함)에 청보에 야구단을 팔았다. 그러나 청보 핀토스 역시 오래가지는 못했다.

청보는 2년 뒤인 87년 태평양에 50억원에 구단을 넘겼고, 태평양도 95년 야구단 운영을 포기했다. 현대가 태평양을 인수할 때 지급한 470억원은 야구단 매각금 가운데 최고액이다.

SK가 쌍방울을 인수할 때는 해체 뒤 창단을 선택했다. 팀은 창단하되 선수들은 인수한 셈이다. 현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STX 등도 SK처럼 해체 뒤 창단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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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10/09 14:56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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