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8월 무서운 상승기세 9월엔 못살려내야수 정근우·박진만 대안 찾아야롯데, 침묵하는 방망이 끝내 해답 못찾아내년 시즌엔 '최고의 5선발' 위안

이만수 SK 감독
SK와 롯데는 최근 몇 년간 포스트시즌의 단골 손님이었다.

SK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 롯데는 로이스터-양승호 체제로 5년 연속 가을 야구를 경험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어도 매년 좋은 성적과 함께 프로야구 흥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올해는 두 팀이 나란히 가을 야구에 실패했다. 롯데가 페넌트레이스 5위, SK는 6위다.

▲치고 나가지 못하는 힘, 명확한 한계

롯데 관계자는 최근 "돌이켜 보면 안타까운 경기가 너무 많다. 치고 나갈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는데 번번이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흐름만 잘 탔다면 충분히 4강 싸움이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찬스에서 침묵하는 방망이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다는 하소연이었다.

시즌 전 김주찬과 홍성흔이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한 롯데는 새로운 1번과 4번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해답을 찾지 못했다. 거액을 주고 영입한 정대현은 부진했고, 필승계투조 최대성은 부상으로 중도 하차했다. 리그에서 가장 강한 1~3선발을 보유하고도 타선의 침묵, 4~5선발의 공백 속에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김시진 롯데 감독/연합뉴스
그래도 5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선수단은 저력이 있었다. 4월 한 달간 7승1무11패로 좋지 않은 출발을 보이다가도 5월 13승1무9패, 6월 13승7패로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6월28일 중간 순위표에서는 9개 구단 중 2위. 하지만 7월 한 달간 7승11패를 하며 서서히 순위가 떨어졌다. 8월 10승1무10패로 정확히 5할, 9월에는 11승1무9패로 선전했지만 결국 삼성, LG, 넥센, 두산에 밀려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SK는 8월부터 기적의 시나리오를 써 가는 듯 했다. 4월(9승1무9패), 5월(10승12패), 6월(10승12패), 7월(7승7패) 등 무려 4개월 동안 하위권 싸움을 하다가 8월 들어 14승1무7패로 월간 승률 1위에 올랐다. 박정권과 김강민이 살아났고 최정은 타격 모든 부문에서 박병호(넥센), 최형우(삼성) 등과 선두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9월에 다시 주춤했다. 10승1무12패로 치고 나가지 못하며 올 시즌 농사를 접어야 했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힘'이 부족했다.

▲내년 시즌 전망…롯데 맑음, SK 흐림

중요한 건 내년시즌이다. 계약 마지막 해를 맞는 , 사령탑으로서 한 차례도 4강에 진출하지 못한 김시진 감독은 반드시 성적을 내야만 한다.

일단 롯데는 전망이 밝다. 왼손 에이스 장원준이 팀에 합류하고, 오른손 에이스 조정훈도 부상에서 돌아온다. 가장 강력한 외국인 투수 유먼과 옥스프링 2명과 재계약에 성공하면 송승준-장원준-조정훈까지 5인 로테이션을 꾸릴 수 있다. 9개 구단 중 단연 최고의 5선발 체제다. 일단 김시진 감독은 "(조정훈 마저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분명 강한 선발진을 보유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야구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어느 곳에서 전력 누수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SK는 내야가 문제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가 되는 2루수 정근우의 거취가 불투명하고 베테랑 박진만이 책임지고 있는 유격수 자리로 마땅한 대안이 없다. "만약 정근우가 팀을 떠난다면…" SK 입장에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질문이다.

필승계투조도 고민거리다. 굳건한 마무리 박희수가 버티고 있지만 선발과 마지막 투수 사이에 등판할 2~3번째 투수가 늘 불안하다. 때문에 SK 코칭스태프는 김광현을 마무리로 돌리고 박희수를 셋업맨으로 쓰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저래 계약 마지막 해를 맞는 이만수 감독의 머리만 아프게 됐다.



이창호기자 cha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