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성용은 선덜랜드의 막강 구애를 받아들여야 할까.

예상된 발언이 나왔다. 거스 포옛 선덜랜드 감독이 기성용(25ㆍ선덜랜드)의 완적 이적을 희망했다.

포옛 감독은 13일(한국시간) 스카이스포츠에 "기성용을 스완지시티로부터 완전 이적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기성용의 활약도를 보면 당연한 바람이다. 선덜랜드는 전날 치러진 풀럼과의 경기를 1골 1도움을 올린 기성용의 공격력에 힘입어 4-1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꼴찌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고 강등권 탈출을 위한 승리 분위기도 탔다.

"기성용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포옛 감독은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부상자가 많이 생긴 스완지시티가 기성용을 일찍 복귀시킬까봐 가슴을 많이 졸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선덜랜드의 최근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 기성용과 장기계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축구 자체를 즐기고 있는 기성용은 최근 그의 존재 가치를 잘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은 지난해 12월 18일 첼시와의 캐피털원컵 8강에서 연장전 결승골로 시즌 1호골을 터트린 이후 12일 풀럼전 득점까지 채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8경기에서 3골 1도움(정규리그 2골 1도움, 컵대회 1골)을 기록하고 있다. 선덜랜드로서는 팀의 보배 기성용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은 이유다. 그렇다면 기성용 입장에서는 포옛 감독의 구애를 받아들이는 게 나을까.

스완지시티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다 지난해 9월 선덜랜드로 임대된 기성용은 현재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상했다. 선덜랜드가 12일 풀럼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앞서 치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8일), 에버튼(지난해 12월 27일), 첼시의 경기에서 승리한 데는 기성용의 능력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기성용은 미드필드를 확실히 책임지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출중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패스 능력이 월등해 경기 흐름을 조절하는 센스도 빛난다.

현지 언론에서 기성용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주목받는 이유인 것이다. 선덜랜드 선수 중에서도,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단연 돋보이는 탓에 기성용의 앞길은 탄탄대로라고 해도 무방하다. 스카이스포츠, 골닷컴 등 현지 언론은 연일 기성용의 활약상을 전하며 "횃불처럼 빛나는 선수"라는 식의 극찬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성용도 연이은 활약에 자신감이 높아졌다. 그는 선덜랜드에서의 활약에 대해 "우리는 누구를 상대하든 이길 수 있다"는 만족해했다.

선덜랜드 역시 최근의 상승 모드를 이어가겠다는 각오가 높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선덜랜드는 리그 꼴찌를 면하긴 했지만 여전히 EPL 최하위권이다. 강등권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승점은 1점. 선덜랜드가 제아무리 '강팀 킬러' 면모를 보여도, 리그컵, FA컵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도 리그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강등된다.

가능성은 있다. 선덜랜드에 기성용이 있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들이 일제히 기성용을 '선덜랜드 생존의 키'로 꼽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선덜랜드가 기성용의 다재다능한 면을 알아보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데다 기성용 역시 팀의 전술에 핵심 역할을 하며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성용이 중원을 책임지며 공수를 조율하고 공격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경기는 대부분 좋은 결과를 낳았다. 선덜랜드의 후반기 리그 경기는 다행히 홈 경기가 많다. 기성용이 홈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물 오른 경기력을 이어간다면 강등권 탈출도 넘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선덜랜드가 기성용으로 인해서 생존한다고 해도 기성용이 선덜랜드에 남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ESPN에서 아시아 축구를 담당하는 존 듀어든이 지난해 12월 쓴 칼럼에 따르면 기성용의 선덜랜드 완전 이적은 나쁜 선택이다. 듀어든은 “기성용은 선덜랜드가 다음 시즌 어떤 리그에서 뛸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누구도 모른다. 나아지고 있어 잔류의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나 강등의 가능성도 매우 큰 것이 현실이다. 강등 전쟁에 굳이 끼어들 이유가 없다"며 “임대가 완벽한 조건이기에 기성용은 이 조건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꾸준한 경기력으로 선덜랜드를 잔류시키면 영웅이 될 것은 당연하고, 그때는 선덜랜드도 기성용을 완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성용이 이대로 꾸준히 실력만 보이면 선덜랜드보다 더 나은 팀들이 관심을 나타낸다는 것. 듀어든은 “선덜랜드가 잔류에 성공한다고 해도 간신히 살아남은 팀에서 굳이 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더 높은 야망으로 유럽 무대를 노리는 팀으로의 이적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기성용은 포옛 감독의 말대로 최근 그의 존재 가치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런 기성용의 모습에 포옛 감독뿐 아니라 유럽 리그 감독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조세 무리뉴 첼시 감독은 "선덜랜드 공격 조립에서 매우 중요한 선수"라며 기성용을 극찬한 바 있다. 세계 최고 명장 중 한 명인 무리뉴 감독이 최전방 공격수도 아닌 기성용을 콕 집어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도 기성용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포옛 감독이 공개적으로 기성용을 붙잡고 싶다고 욕심을 밝혔다. 기성용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한국아이닷컴 조옥희기자 hermes@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