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레슨 코치들은 프로골퍼를 지망하는 연습생이 들어오면 한 가마니의 볼을 주며 다 쳐보라고 한단다. 기가 질릴 노릇이지만 코치의 지시니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볼을 제대로 멀리 보내기 위해 힘을 주어 볼을 쳐내는데 두어 시간도 못돼 녹초가 되고 만다. 볼을 멀리 보내겠다는 욕심에 힘을 주고 과격한 스윙을 하는 바람에 몸이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연습생이 깨닫는 것은 바로 힘으로 볼을 쳐내려 해서는 이 많은 공을 다 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쳐낸다 해도 몸이 망가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비로소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부드러운 스윙으로 볼을 다루는 지혜를 체득한다는 것이다.

선수가 되기 위한 기본이 바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부드러운 스윙을 터득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선 매주 이동하며 수많은 대회에 참가하면서 틈나는 대로 연습을 해야 하는 투어생활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주말 골퍼들 중에 한 라운드를 돌고나서 허리나 어깨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연습장에서도 육체 곳곳에 통증이 있는데도 골프를 하면 으레 생기는 자연적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지나치는 사람을 많이 본다. 그러면서 보다 멀리 볼을 날리기 위해 자신이 감당해내기 힘든 과격한 스윙, 타이거 우즈를 닮은 스윙을 몸에 익히느라 열심이다. 필드에서도 어쩌다 맞아 나간 통쾌한 ‘굿 샷’에 터지는 동반자들의 탄성에 혹해 그것을 재현하겠다고 무리한 스윙을 계속한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또다시 허리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우즈는 최근 자신의 웹사이트에 “실망스럽고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며 허리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 동안 크고 작은 부상으로 ‘부상병동’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인 타이거 우즈는 최근 2년 사이에도 두 차례나 허리 수술을 받는 등 재활의 몸부림을 쳤으나 올 시즌 PGA투어 11개 대회에 출전해 황제로서의 명예만 실추시키고 PGA투어 플레이오프 출전권도 따내지 못하는 초라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타이거 우즈가 골프채를 놓는 것은 본인은 물론 골프팬들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골프팬들은 만 40세를 앞둔 우즈의 골프역사 새로 쓰기가 계속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PGA투어 사상 최다 우승자인 샘 스니드(통산 82승)에는 못 미치지만 이미 골프영웅 잭 니클러스의 우승 횟수(73승)를 능가한 우즈는 니클러스의 메이저 우승기록(18승)을 깰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2008년에 이룬 14승에 더 이상 승수를 보태지 못하고 있다.

팬들의 기대와 타이거 우즈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비관적이다. 올해 디 오픈에서 미국의 골프 전문가들이 내린 "우즈는 이제 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다툴 만큼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라는 진단은 설득력을 얻고 있고 일부에선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깨끗이 필드를 떠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쯤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이 타이거 우즈를 롤 모델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볼을 ‘멀리 똑바로(Far and sure)’ 날리는 것이 골퍼들이 추구하는 이상이지만 아무리 좋은 스윙이라도 몸을 망친다면 쓸모가 없다. 지팡이 들 힘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골프를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있고 신체에 치명적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골퍼들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무리한 스윙으로 갈비뼈가 금 가고 허리 어깨 목 손목 발목 등 근골격계 이상이 생겨 반 토막 스윙을 할 수밖에 없는 불행을 자초, 아예 골프를 포기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골프를 오래 즐기려는 골프마니아에게 가장 좋은 스윙이란 멋진 스윙이 아니라 몸이 편하고 통증이 없는 스윙이다. 비거리에 대한 환상 때문에 몸이 견뎌내기 힘든 과격한 스윙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다. 사실 프로선수들의 스윙을 분석해보면 비거리는 파워풀한 스윙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은 축과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스윙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부상을 달고 다니는 타이거 우즈나, 과격한 스윙에 따른 부상으로 골프를 포기하고 만 안소니 김이 될 것인지, 60이 넘어서도 젊은 선수들과 겨루는 톰 왓슨이나 부상이라곤 모르는 어니 엘스, 프레드 커플스, 비제이 싱을 닮은 골퍼가 될 것인지 답은 분명하다.

무리한 스윙으로 몸을 망치고 골프마저 포기하는 것보단 부드러운 스윙으로 오랫동안 골프를 즐기며 건강을 지키는 게 현명한 골퍼의 길이 아니겠는가.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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