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 득점왕 거머쥐고 도쿄 가야죠”

안양 조규성.

한때 지지대 더비(안양-수원) 등으로 어디보다도 열광적인 축구도시였던 경기도 안양. 그러나 안양LG의 FC서울 연고지 이전 후 안양은 축구 불모지가 됐다. 하지만 2019년 다시 안양이 불타오르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전남 드래곤즈전 승리부터 7월 20일 광주FC전까지 FC안양은 K리그2(2부리그) 5연승을 내달렸다. 리그 1위였던 광주를 상대로 구단 역사상 최다득점차 승리인 7-1 대승에는 3면의 가변석이 모두 매진될 정도였다. 축구 바람이 부는 안양을 이끄는 선수는 고작 21살에 프로 데뷔시즌을 보내고 있는 조규성이다. 훈훈한 외모와 188cm의 훤칠한 신장으로 안양 소녀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조규성은 반시즌이 겨우 지난 7월 말에 두 자리 숫자(18경기 10골) 득점에 성공했다. 외국인 공격수들이 득실한 K리그에 21살짜리 데뷔시즌을 보내는 신인이 벌써 10골을 넣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연령별 대표 한번 해보지 않았던 선수가 어떻게 프로 데뷔시즌에 10골을 넣을 수 있었을까. 그 미스터리를 인터뷰로 풀어봤다.

고교 진학도 힘들 정도로 부족했던 왜소한 아이, 천천히 성장하다

매주말 조기 축구를 하는 ‘축구 마니아’ 아버지, 허리를 다쳐 은퇴했지만 실업배구까지 했었던 어머니(정은숙, 개명전 정미숙) 사이에서 조규성은 어머니를 설득해 학창시절 축구부에서 기초를 쌓았다. 하지만 중학교 들어 쑥쑥 크는 친구들에 비해 왜소했던 조규성은 중3이 됐어도 벤치를 지켰다. 그는 “중학교 감독님이 제가 진학할 고등학교를 못 찾으니 ‘너 00고등학교 갈래’라고 하셨는데 그 학교가 정말 축구 못하는 학교였거든요. 아직도 가슴에 못이 박히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자존심 상하는 말이었죠”라며 암울했던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그래도 조규성의 가능성을 지켜본 안양공고가 스카우트했다. 조규성은 고교 진학도 어려웠던 상황을 떠올리며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새벽훈련을 나가 남들보다 1시간 더 늦게 숙소로 돌아오는 혹독한 훈련을 이어갔다.

그런 조규성을 지금은 안양의 수석코치이자 당시 안양공고 코치였던 김동민 코치가 ‘성실한 선수’라며 기회를 줬다. 조규성은 1학년 때는 선배들 경기영상을 만드는 카메라맨 역할에서 2학년 때 후보선수, 3학년 때는 주전선수로 거듭났다.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 때도 가능성이 없어 ‘춘계대회까지만 해보고 안되면 취업을 준비하자’는 말을 듣던 조규성은 겨우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고 마침내 3학년 때 주전을 꿰찼다. 그나마 광주대까지 진학한 것만으로 다행이었던 눈에 띄지 않던 유망주 조규성이었다.

대학교 3년 동안 7cm 자라 188cm $ 수비형 미들서 공격수로 눈뜨다

그동안 줄곧 수비형 미드필더를 뛰던 조규성은 대학 1년을 마치고 감독이 교체되면서 시련을 맞는다. 완전히 후보로 밀렸다. 하지만 그때 새로 부임한 이승원 광주대 감독이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 변경을 명했다. “솔직히 주전에서 제외되고 감독님을 속으로 엄청 원망했어요. 그런데 대학교 2학년부터 공격수로 포지션 변경을 했기 때문에 제 인생이 달라졌죠. 지금은 정말 감사하죠.”

처음엔 동료들도 ‘너가 공격수냐’라며 놀렸다. 하지만 계속 자라던 키는 대학 입학 당시 181cm에서 188cm까지 컸다. 대학무대에서 이렇게 장신이면서도 미드필더를 오래해 패스를 알고 활동량이 좋은 공격수는 없었다. 조규성은 대학무대에서 인정받고 3학년을 마치자마자 FC안양에 입단하게 된다. 공격수 3년차인 조규성은 “득점 본능이 아직 부족할지 몰라요. 하지만 미드필더를 오래했기에 많이 뛰고 그렇게 기회를 제가 찾아가고 있어요. 아직 좋은 기회를 많이 놓치지만 많이 뛰어 많은 기회 속에 골을 넣는게 제 특징이죠”라고 말했다.

긍정적 사고로 K리그2 득점왕-도쿄 올림픽 노린다

지난 20일 광주전에서 골을 넣으며 아직도 만 21세의 나이임에도 프로 데뷔시즌 두자리숫자 득점을 달성한 조규성은 “대단한 공격수들이 많지만 내침김에 득점왕을 목표로 달려보겠다. 내가 골을 많이 넣는다는건 안양의 성적도 더 좋아진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K리그2 득점왕까지 노리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조규성은 이미 1차 소집을 한 2020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도 차출돼 김학범 감독의 눈에 들었다. 김 감독은 자주 안양을 찾아 조규성을 지켜보고 있다. 현재 K리그2에서 해외와 K리그1 팀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고 있기도 하다. 프로 입단 직전까지도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시절을 지냈고 연령별 대표 한번 하지 못했지만 프로 데뷔시즌에 이렇게 잘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대학교에서 소중한 지인을 알게됐다. 래퍼 DOPE1_1(최동인)이라는 힙합가수인데 그 형도 태권도 선수를 했었다. 그 형과 친해졌는데 정말 긍정적이고 사고방식이 좋았다. 옆에서 많이 배우고 항상 저에게 ‘넌 잘 될거다’라고 믿어주더라. 그러면서 저 스스로도 ‘그래 난 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전수받았다. 제 응원가도 만들어줬다. 정말 그 형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조규성의 목표는 뭘까. “물론 저도 돈도 잘 벌고 싶고 인기도 얻고 싶기도 해요. 하지만 전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제가 잘하는걸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된다면 올림픽대표, 국가대표도, 그리고 유럽도 갈 수 있다고 봐요. 지금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게 가보겠습니다.”

안양=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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