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삭제된 KBO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비웃은 신동수 인스타그램 캡처(왼쪽)와 신동수.

“SNS는 인생의 낭비다.” 세계적인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남긴 유명한 명언이다. 당시 맨유 공격수였던 웨인 루니가 소셜미디어에서 팬과 말다툼을 했다는 보고를 받고 나서 한 말이다. 퍼거슨 감독은 “SNS말고도 인생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백만 가지는 된다.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라”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너무 과한 표현이 아닌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수들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팬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SNS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최근, 아니 수년 간 퍼거슨 감독의 이 말은 계속해서 회자되며 ‘연전연승’을 하고 있다.

연고지 비하에 장애인 비하까지…방출로 이어진 신동수의 수준 이하 SNS

최근 프로야구는 한 선수의 SNS 내용 유출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지난 4일 온라인에 유포된 내용에 따르면, 소속팀 선수(선배)와 코치는 물론이고, 다른 팀 감독과 선수들을 무분별하게 비하하는 글로 온통 도배가 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구단의 연고지인 대구를 ‘코로나국’이라고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고, 심지어 장애인을 도촬해 비하하는 발언도 있었다. 미성년자를 성희롱하는 뉘앙스의 글도 올라와 있었다.

더 나아가 코로나19가 한창인 지난 여름엔 여러 차례에 걸쳐 클럽 등을 방문한 사진도 함께 게재해 물의를 빚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시즌을 치르기 위해 KBO가 제시하고 구단이 신경을 곤두세웠던, 그리고 온 선수들이 답답함을 이겨내며 지켜냈던 방역 지침이었지만, 해당 선수는 콧방귀를 뀌며 무시했다. 여러 가지로 선을 넘었다.

비공계 계정이었지만, 누리꾼과 야구팬들은 금방 그 계정의 주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같은 계정에 본인 이름이 적힌 고등학교 졸업장이나 얼굴 사진들이 함께 올라왔기 때문. 주인은 삼성 라이온즈의 2020년 신인 내야수 신동수로 밝혀졌고, 구단은 곧바로 선수에게 사정 청취와 그에 따른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동수의 비공개 게시물, 본인만의 일탈이었다면 본인 선에서 끝이 날 수 있었지만 신동수의 게시물에 댓글로 동조했던 동료 선수들이 있다는 것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사건은 더 커졌다. 삼성 뿐만 아니라 타 구단도 경계 태세에 돌입, 해당 선수들에게 사정을 청취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에게 내려진 것은 징계였다. 신동수는 삼성으로부터 방출을 당했고, 동조 댓글을 남긴 팀 동료 황동재와 김경민, 양우현에게는 200만~300만원의 벌금과 사회봉사 징계가 내려졌다.

또, 한화는 남지민에게 500만원의 징계를 내리며 이들보다도 발빠르게 칼을 빼들었고, 두산도 최종인에게 강력한 주의를 내렸다. 프로야구 신인 연봉이 3000만원 수준임을 고려한다면 이들에게 주어진 벌금은 중징계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 프로농구도 SNS로 내홍을 치렀다. SK나이츠 최준용이 지난 7일 SNS 라이브방송 도중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된 동료 선수의 신체 사진을 노출해 물의를 빚은 것.

최준용의 실수였지만 SK는 심각성을 인지해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프로야구 사태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경솔했던 SNS 행동이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3년 전 사태 잊었나? 도돌이표 된 선수들의 SNS 논란

선수들의 SNS 일탈에 다시 골머리를 앓게 된 구단들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SNS 및 윤리 교육을 강화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결국 ‘도돌이표’다. 이미 프로야구는 3년 전 김원석(당시 한화)의 SNS로 한 차례 시끌했던 적이 있다. 2017년 김원석은 당시 팬과의 비공개 메시지를 통해 소속팀의 감독(대행)과 동료, 타 팀 선수들은 물론, 팬과 치어리더, 연고지역과 대통령까지 비하하고 조롱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한화는 내부 회의를 거쳐 김원석을 방출하기로 했다. 김원석은 일본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지만, 그 당시 여파로 아직까지 KBO리그에 복귀하지는 못하고 있다.

같은 해 KIA 소속이었던 이진영도 욕설이 담긴 SNS 글을 올렸다가 논란에 휩싸여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학습효과는 없었다. 3년 만에 똑같은 일을 반복했고, 똑같은 내홍을 겪고 있다. 당시에도 KBO와 구단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SNS 교육을 실시했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신동수는 해당 SNS에 KBO의 각종 예방교육 동영상을 올리며 ‘귀찮다’, ‘그냥 컴퓨터로 켜놓고 안보는 중’이라고 콧방귀를 뀌었다. KBO와 구단의 노력은 ‘쇠귀에 경 읽기’인 셈이었다.

구단도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KBO와 함께 수많은 교육을 주도하고 있지만, 해마다 터지는 문제에 이번 SNS 논란까지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강력한 철퇴를 꺼내들었지만, 선수들의 일탈은 계속됐다. 다른 프로스포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결국은 선수 스스로의 의식 개선이 우선이다. 비록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공인’의 잣대를 들이대 비판하기엔 가혹할진 몰라도, 남들의 주목을 받고 응원을 받는 프로 선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선수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역시나”하는 팬들의 시선과 외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과연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떻게 반성하고 있을까. 이번에야말로 퍼거슨 경의 ‘승전보’를 끊을 수 있을까. 선수들에게 달려 있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upcomi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