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작성자는 여자 배구선수 이다영(흥국생명)이 SNS를 통해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라는 글을 보고 분노했고 황당했다고 했다. 폭행과 심한 욕설, 무시, 왕따 등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된 학폭 주장글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이내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자신들의 SNS를 통해 학폭 사실이 맞으며 피해자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 연합뉴스

지난 8일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로부터 시작된 배구계 학폭 논란은 3주가 가까이 되는 지금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배구계를 넘어 야구, 연예계 등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적 이슈가 되어 생각해볼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학폭 논란이다.

쌍둥이 자매부터 시작돼 배구계 초토화

학창시절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저지른 학폭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입에 담기도 힘든 언행을 서슴지 않았던 과거가 폭로됐고 CF도 찍으며 배구계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던 쌍둥이 자매는 단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무기한 출전정지에 국가대표 자격 박탈까지 됐다. 이 과정에서 쌍둥이 자매를 옹호하는 듯한 구단, KOVO, 부모의 인터뷰는 논란만 더 가중시켰다.


이렇게 학폭 이슈가 터지자 ‘미투’ 형식으로 줄줄이 나왔다.

남자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과 심경섭의 학폭 사실도 알려졌다. 심경섭은 피해자의 고환을 발로 차 수술까지 받게 했다는 내용이 담겼고 본인도 이를 인정하고 잔여시즌 출전을 포기했다. 삼성화재 박상하에 대한 학폭 논란이 곧바로 터졌고 처음에는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사흘만에 입장을 바꿔 피해자의 말에 대해 부분적으로 인정하며 스스로 은퇴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단순히 과거 학교폭력 문제로만 그치지 않았다. 2009년 대표팀 선수였던 박철우(현 한국전력)와 코치였던 이상렬 현 KB손해보험 감독의 문제가 다시 터진 것.

당시 이상렬 코치는 박철우를 폭행해 큰 상해를 입혔고 박철우가 피멍 든 얼굴로 기자회견을 열어 폭행 피해를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이상렬 코치는 자격정지를 당했지만 이내 현장에 복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렬 감독이 학폭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자기미화를 하는 듯한 뉘앙스의 인터뷰를 했다.

이 인터뷰를 보고 박철우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이상렬 감독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고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를 바라는게 아니다. 반성조차 하지 않는 모습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렬 감독은 논란이 되자 자진해 잔여시즌 지휘를 포기했다.

결국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로부터 시작된 논란으로 선수 은퇴는 물론 무기한 자격정지, 대표선수 자격 박탈, 잔여시즌 출전 포기 등 수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농구와의 겨울스포츠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를 거두고 야구보다 시청률이 잘 나올 정도로 인기 고공행진 중이던 배구는 단숨에 ‘학폭’이라는 쓰나미에 삼켜지며 초토화되고 말았다.

체육계 전반-연예계까지도 학폭 논란 번져

배구계 학폭 미투는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에도 번졌다.

현재 야구계와 농구계, 축구계에도 ‘슈퍼 스타’로 거론되는 이의 학폭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적극적으로 반박하기도 하고 구단에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지만 학폭이 맞는지 아닌지, 맞다면 왜 구단과 선수는 주저하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연예계에도 학폭 이슈가 터졌다. 배우, 아이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연예인들의 학폭 논란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악 중이다. 그중에는 최근 ‘대세’로 떠오른 이들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정말 학폭이 있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동창생의 질투심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진흙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일단 논란이 터진 이들은 활동을 멈추는 등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학폭 논란이 주는 메시지는

배구계에서 시작된 학폭 논란은 분야를 넘나들며 큰 영향을 끼치며 사회적 이슈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세균 국무총리도 학폭 논란을 언급하며 바로 잡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학폭논란이 큰 공감을 받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학창시절 소위 ‘일진’으로 불리며 학폭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었기 때문. 누군가는 가해자였으며 피해자였고, 방관자이기도 했다.

특히 운동부 학생의 경우 남들보다 신체능력이 좋은 경우가 많다보니 일반 학생들에게 물리적인 가해를 준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던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폭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결국 좋은 선수, 유명인 등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부터 깨끗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재영-이다영 등 학폭 이슈가 터진 선수들은 대부분 정상에 다다랐던 선수들이었지만 학폭 이슈 한번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단순히 선수,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이라도 학폭에 연루될 경우 얼마나 나쁜 행동이며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이번 사례를 통해 새삼 느끼게 한다. 또한 그동안 뿌리뽑지 못한 학폭 이슈를 이번만큼은 제대로 근절하자는 사회적 분위기도 일고 있다.

이번 위기가 기회로 바뀌어 더 이상 고통받는 학생, 피해자가 없는 학창시절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