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등 수소 생태계 ‘핑크빛’ 기대 속 수소차 판매는 오히려 줄어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9월 7일 온라인으로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그룹의 미래 수소전략인 수소비전 2040과 핵심 수소기술,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새로운 수소모빌리티, 연료전지시스템 등을 발표했다. 사진은 행사 기조 발표자로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9월 7일 온라인으로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그룹의 미래 수소전략인 수소비전 2040과 핵심 수소기술,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새로운 수소모빌리티, 연료전지시스템 등을 발표했다. 사진은 행사 기조 발표자로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수소경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으로 추진한 에너지 정책이지만 윤석열 정부도 ‘에너지 신산업’의 일환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윤 정부 들어 탈원전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개편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수소경제의 운명이 위태롭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원전 확대를 공언한 윤석열 정부가 원전에서 생산한 청정수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수소경제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을 주요 수단으로 에너지계획, 탄소배출저감계획 등의 정책들을 새롭게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 수소산업 육성정책은 원자력과 연계한, 이른바 ‘핑크수소’ 생산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에너지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현대자동차그룹 등 수소 관련 기업들의 행보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원전기술 연계 수소 생태계 구축에 집중

지난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수소경제를 향해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발표한 총 110개 국정 과제 중 10개 항목에서 수소가 키워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국정 과제에는 먼저 중소형 원자로(SMR), 제4세대 원자로, 핵융합 등 차세대 원전기술과 연계한 수소 생산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국제기구의 환경 논의에 적극 참여해 청정수소 교역 기반을 확대하고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한 수소 등 에너지원 확대, 제조업 등 주력산업 고도화 및 저탄소 전환 추진, 수소 환원 제철 실증로 구축 등의 구상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수소를 활용한 사업방향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국내 기업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 한화, SK 등 에너지기업들은 이미 청정수소를 친환경 에너지와 연계해 대규모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어 새 정부가 지난 정부의 수소 정책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는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경우 수소차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내년에는 3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제품인 100kW급,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도 선보일 계획이라 새 정부의 수소 정책 기조는 상당히 중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국정 과제에는 안정적 청정수소 생산·공급기반을 마련해 세계 수소산업을 선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탄소중립 목표에 따른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먼저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청정수소 생산 및 저장 플랜트 구축 작업에 착수한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핑크수소, 즉 원전을 이용한 수전해 방식(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의 수소생산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발전량이 적은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의 가격 경쟁력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발전 단가가 낮은 원전 기반 핑크수소가 그린수소의 단점인 경제성 문제를 해결하고 급격하게 늘어나는 글로벌 수소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소 어벤저스’ 본격 가동됐지만…수소차 판매는 주춤

올해 1월 에너지 공기업의 ‘수소 어벤저스’라고 불리는 ‘에너지 공공기관 수소경제협의회’가 발족했다.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등 에너지 공기업 14곳이 참여하는 수소협의회가 탄생한 것이다. 이미 지난해 9월 출범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이 협의회가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 SK, 포스코 등 15개 기업이 참여해 출범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2030년까지 수소 분야에 4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 유통까지 전 과정의 밸류체인을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 이외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트램(노면전동열차), 기차, 선박 등 다양한 모빌리티는 물론이고 주택, 빌딩, 공장, 발전소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에서 현대차그룹이 내년 선보일 3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제품인 100kW급,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1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에 비해 부피가 30% 줄었다. 상용차용으로 개발 중인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 시스템과 비교해 크기는 비슷하지만 출력은 2배 정도 강화됐다.

내구성 역시 2~3배 높여 향후 상용차용 고내구형 연료전지시스템은 50만㎞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가격은 현재보다 50% 이상 낮춰 2030년경에는 수소 전기차가 일반 전기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은 다양한 형태로도 응용이 가능하다”며 “차량 상·하부에 이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어 실내 공간 확보에 유리하고 향후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다목적 차량(MPV), 버스, 트램, 소형 선박 등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수소차 판매는 주춤해 이 부문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수소시장 전문조사기관 H2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수소차는 3835대가 판매됐다. 판매 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1435대(37%)로 1위고, 미국이 1033대로 2위(28%), 중국이 772대(20%)로 3위다. 순위와 별개로 올해 1분기 국내 수소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는데, 한국 수소차 판매가 주춤한 이유로 전기차보다 현저히 부족한 수소차 모델 수를 꼽았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소차는 수소경제의 중요한 사업이지만 충전소 등 인프라 시설의 부족과 비싼 생산원가 등 실효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순수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영향을 줬지만, 한국 정부가 수소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수소차에 대한 뚜렷한 메시지를 제시하지 않아 기업들이 수소차 모델 구축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흐름도 비슷해 수소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보다 분명한 열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대차나 토요타 등이 수소 승용차를 출시했지만 완성차 시장 내 비중은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수소산업 글로벌 선도 국가를 표방하는 한국의 경우 이 수소차 부문을 공략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