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가 GDP보다 높은 유일한 국가…각종 금융관련 지수도 ‘빨간불’

올해 들어 수 개월간 가계대출이 다소 줄었지만, 우리나라의 가계 빚(부채)은 여전히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36개 주요국(유로지역은 단일 통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6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광고 안내판. ⓒ연합뉴스
올해 들어 수 개월간 가계대출이 다소 줄었지만, 우리나라의 가계 빚(부채)은 여전히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36개 주요국(유로지역은 단일 통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6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광고 안내판. ⓒ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세계 36개 주요국(유로지역은 단일 통계) 중 1위를 기록했다. 기업 부채의 증가 속도도 세계 2위에 오를 만큼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수 개월간 가계대출이 다소 줄어든 데도 불구하고 가계 빚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고 기업 대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각종 금융관련 지수도 ‘빨간불’이 켜졌다. 게다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미국의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 불안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36개국 중 1위, 기업 부채 증가 속도는 2

지난 6일 국제금융협회(IIF)가 발표한 세계 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36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한국이 104.3%로 가장 높았다. 이어 레바논(97.8%), 홍콩(95.3%), 태국(89.7%), 영국(83.9%), 미국(76.1%), 말레이시아(72.8%), 중국(62.1%), 일본(59.7%), 유로 지역(59.6%) 등의 순이었다.

조사 대상국 중 가계 부채가 GDP보다 높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비율은 그나마 작년 1분기(105%)에 비하면 0.7%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그러나 이 하락 폭도 영국(7.2%포인트), 미국(4.7%포인트), 일본(4.6%포인트) 등에 비해 현격히 작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기에는 하락 폭이 지나치게 작은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얻은 ‘가계 부채 1위국’의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부채 비율이나 증가 속도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GDP 대비 한국 비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16.8%다. 이는 홍콩(281.6%), 레바논(223.6%), 싱가포르(163.7%), 중국(156.6%), 베트남(140.2%), 일본(118.7%)에 이어 7위에 해당한다.

문제는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 비율은 1년 새 5.5%포인트(111.3→116.8%)나 뛰었다. 이 같은 상승 폭은 베트남(10.9%포인트)에 이어 36개국 중 2위다.

다만 GDP 대비 정부 부문 부채 비율(44.6%)은 25위, 1년 간 정부 부채 비율 증가 속도(45.8→44.6%·-1.2%포인트)는 15위로 중위권이었다.

금융불안지수 ‘주의 단계’ 진입높은 가계부채·주택 가격 요인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도 주의 단계(임계치)에 진입했다. 높은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수준 등이 한국 경제의 취약요인으로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대와 미국의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적 부정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불안지수가 지난 3월부터 주의단계 임계치인 8에 진입했다.

금융불안지수는 3월 8.9, 4월 10.4, 5월 13.0으로 높아졌다. 이는 2020년 9월(15.9)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불안지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금융불안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금융불안 관련 실물(기업·가계·자영업 등) 및 금융(자산·신용시장, 금융기관 등) 부문의 20개 월별 지표를 표준화해 산출한 종합지수(0∼100)다. 8을 넘으면 ‘주의 단계’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4월에 24.5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위기 단계에 머물다가 백신 보급 이후 빠르게 하락했다.

아직은 주의단계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인 2008년 2월에도 10을 기록한 이래 5개월 만인 7월(21.8)에 위기단계에 진입했었다. 이후 13개월 연속 위기 단계를 지속한 전례가 있어 현재 상황 또한 빠르게 위기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경고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금융시스템 내 중장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 역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올해 1분기 52.6으로 장기평균(2007년 이후)인 37.4를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 2분기 59.9, 3분기 58.6, 4분기 54.8 등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민간부채 누증 및 높은 주택가격, 업종별 불균등 회복으로 인한 기업의 부실 증대 가능성 등이 취약요인으로 잠재하고 있다”라며 “여기에 최근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 가속,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중국 등 신흥시장국 불안 등과 같은 리스크 요인이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분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