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을 결정하며 종전 1.75%에서 0.5%포인트 상승한 2.25%로 기준금리를 인상시켰다. 한국은행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을 결정할 것이라는 점은 시장에서 예상해온 것이지만 그것이 현실화되면서 다시 한번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우선,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결정하게 된 이유로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방지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선제적인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높은 물가수준이 장기간 유지되면서 이러한 상승세를 완화시키기 위해 빅스텝 뿐만 아니라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까지 단행하며 물가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9.1% 상승하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긴장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발생했던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알리며 현재는 1.50~1.7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한 상황이지만 물가상승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여전히 추가적인 인상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7월에도 자이언트스텝을 한 번 더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소)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으로 7월 중 자이언트스텝을 시행할 가능성이 70% 수준으로 높은 상황이고 특히 ‘울트라스텝’(1%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7월 26~27일에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라 한국은행의 향후 기준금리 인상 테이블도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부채의 잔액이 작년 말 기준으로 186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특히, 금리 인상으로 인해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게 된다는 점에서 자칫 한국경제의 잠재적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내외 여건을 고려한다면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높은 물가수준은 미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주요국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지금으로부터 약 24년 전인 외환위기 때 겪었던 물가상승률(6.8%) 다음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려되는 점은 6%의 물가상승률이 고점인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고 코로나19 및 중국 봉쇄 여파 등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도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경유, 전기, 가스요금, 농축수산물과 각종 원자재 등 대부분의 품목 가격이 상승했다는 점과 앞으로 상승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내외 여건이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특히,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고금리 기조가 예상되고 원달러 환율도 지난 15일 기준으로 1326원을 기록하는 등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고(三重苦)의 위기’가 도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그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빠르게 강구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 심각한 경제상황을 인식하고 각종 대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과도하게 은행에 부담을 이전시키거나 개인의 채무조정을 해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먼저, 은행의 과도한 이익추구에 대해서 비판하며 시중은행들에게 예대마진 축소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은 여러 가지 따져볼 부분이 있다.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한다면 서민들에게 대출금 이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키려는 것이지만 반대로 은행들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우려도 있다.

그뿐 아니라 정부가 민생안정 금융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125조원 가량의 재정투입의 계획을 밝혔으나 해당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항목들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민생안정 금융프로그램은 다가오는 고금리 시대에 취약계층에 대한 부담을 경감해주는 취지이지만 해당 예산 중 일부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빚을 60%~90%까지 탕감해주는데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고통 받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채무를 조정해준다는 취지는 공감이 되나 이자가 아닌 원금을 탕감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저신용 청년층에게도 이자를 감면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소위 ‘영끌’이나 ‘빚투’로 인해서 과도한 채무를 부담하게 된 청년층에게까지 이자를 완화시켜준다는 것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비판을 하고 있다. 그동안 고통을 감내하면서 성실하게 부채를 갚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만들 수 있으며 정부정책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과 불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은 긍정적이고 지지를 받아야 하지만 지원하는 방식이나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의 경우 공정정 논란이 없도록 재검토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코로나19 시기에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상환을 유예하는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이미 시행한 바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들도 함께 고려해 적정한 수준에서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은행권이 적절히 협력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길 기대한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간한국편집부 weeklyhk@hankooki.com